그리스도는 구원자이지 세상의 점령자가 아니다. <마태 2, 1-12> 1월 2일

주님 공현 대축일, 동방의 박사들이 주신 선물은 황금, 유황, 몰약을 해석하기를 오신 주님은 대왕, 대사제, 대 예언자라고 하지만, 세상의 왕도 사제도 예언자도 아닙니다. 하느님 나라의 왕이고 사제이고 예언자이십니다. 이 땅에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시고 이곳에 살도록 하셨습니다. 오늘 우리가 믿는 구세주 예수는 세상의 왕, 구세주가 아닙니다. 우리는 하느님 나라의 왕을 믿고 바라고 사랑합니다. 교회는 이 세상에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고 그 나라에 살도록 하려고 있는 공동체이지 이 세상을 다스리고 관리하고 책임지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외적 팽창을 자랑하고 숫자에 매여 살고 있습니다. 우리의 존재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고 하셨지 빛과 소금을 관리하는 자가 되라고 하시지 않으셨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겨자씨 같다.” 하시고 누룩이 되라고 이유는 세상의 전체를 변화시키는 촉매제로 모두가 권력의 주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는 방법이 하느님 나라의 본질에 따라 자유, 평화, 기쁨을 누리고 살라고 하셨습니다.

위엄을 갖춘 건물 왕궁에서 살려고 오시지 않으셨습니다. 수천 명, 수만 명 모인 장소에서 큰 소리로 알리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에게라도 하느님의 진실과 사랑을 전하는 일꾼입니다.

지금껏 여러 일을 시작하고 관리했지만, 결코 그곳이 나의 전부가 아닙니다. 저는 하느님이 저에게 주신 사명을 전하고 함께 하다가 또 다른 사명을 받고 떠납니다. 어떤 이는 “이 본당은 내 것이다.” 하기도 합니다. “내가 시작했으니 내가 관리해야 한다.” 해야 합니다. 좋은 일을 하고 떠나면 또 다른 일을 하면서 “여기까지가 내 일이라 말하고 떠나야 합니다.” 어느 지역에 파견되어 본당 신부가 되니 직전 본당 신부가 무슨 일만 있으면 자기 일처럼 본당에 간섭하시기에 제가 “신부님 본당 떠나면 삼 년 안에 그 본당에 가면 안 되는 관례를 모르십니까?” 하고 말하고 이웃 본당이지만 제가 관리하겠다고 겸손하게 청하였습니다. 오늘은 주님이 세상에 모습을 나타내심을 경축하는 날이지 내가 믿고 따르는 주님이 왕으로 세상을 점령하러 오신 것을 경축하는 날이 아닙니다. 무엇이든지 힘을 내 것으로 하고 재산을 내 것으로 모으고 세상의 명예를 내 것으로 얻고자 하면 주님을 믿는 사람이 아니라, 주님을 이용하는 사람입니다. 시편 96, 13 “주님께서 정의와 진실로 다스리러 오신다.” 노래합니다.

권력은 약한 이를 보호하기 위해 있고 재력은 가난한 이를 돕기 위해 있으며 명예는 모두를 위해 있지 나를 드높이려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있다가도 어느덧 사라지고 없어집니다. 주님은 정의와 진실과 자비의 왕입니다.

내가 하는 일의 크고 작은 일에 보람이 크고 작은 것이 아니라 그 일 자체에 있습니다. 어떤 일이든지 나를 위해 있다고 생각하면 하느님을 따르는 삶이 아니라, 세상의 권력, 부, 명예를 따라 사는 것입니다. 그 결과를 우리는 모두 감지하고 있으면서 모르는 척하고 아닌 척하고 살다가 끝날에야 “아니었네.”하고 깨닫게 됩니다.

‘세상의 종말이 언제인지 알 수 없을까?’ 생각하지만 끝 날은 각자 죽음의 시간입니다. 주님은 세상을 점령하시거나 차지하러 오시지 않고 하느님 나라에 살도록 하시려고 오셨습니다. 교회가 역사 안에서 가장 잘못한 것은 십자군을 만들어 예루살렘을 점령하려고 한 것입니다.

네 것이 내 것이라며 싸우고 네 것을 내 것으로 만들려 하지 말고 서로 사랑하며 내 것이 네 것이 되도록 서로 협력의 삶을 살기를 기도합니다.

남북이 갈리고 동서가 갈린 우리나라를 하나의 나라가 되게 하려면 영적 나라인 자유, 평화, 기쁨이 넘치는 나라에 살아야 합니다. 주님은 자유, 평화, 기쁨의 왕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