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인도자 <루카 1, 57-66. 80>

세례자 요한의 탄생은 동쪽에서 아침 태양이 떠오르며 천지를 밝히고 밤새 정지된 삶을 살아 움직이게 하듯이 어둠에 싸인 세상을 비추며 구약으로부터 예언된 구세주를 맞이하게 하셨습니다. 요한의 사명은 주님께 구원받을 사람을 인도하고 구원해야 하는 사람에게 주님이 바로 오시도록 평탄한 길을 마련해주시는 것입니다.

오늘날 주님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주님을 보여주고 주님에게 인도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주님에게 가는 길, 오는 길이 험하고 많은 장애가 있지만 그 길을 비추고 인도할 사람이 누구인가? 길을 열어주는 사람은 진리를 깨닫고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어제 안동 도산서원에 퇴계 이황 선생의 역사를 보러 갔다가 그 많은 철학적 사고와 윤리 요강을 읽으며 주님을 알지 못하는 시대에 그 놀라운 인생의 바른길을 기록한 수신 십 훈을 보았습니다. 우리 선조들이나 현대인이 이 수칙만 알고 실천해도 나라 꼴이 이 모양은 아닐 것인데, 알고 실천하지 않은 것인지 알고도 자기 욕망의 노예가 되어 이렇게 살고 있는지 나 자신부터라도 자세히 알고 실천해야지 생각하면서 수도원에 돌아왔습니다.

오늘날 탈종교시대, 탈정치시대라고 하는데, 이는 사람들이 종교나 정치 본질에서 떠나 방황하는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이는 예수님이 오시는 시대가 가장 인류의 위기 시대였다고 하며 적당한 시대에 주님이 오셨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위기는 지속적이고 현실 안에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님이나 퇴계 선생 같은 분이 역사의 뒤안길에 멀리 계신 분이 아니라 바로 오늘 현실에 생존하고 계십니다. 인간이 지구 상에 일억 년부터 존재하였다면 1,000년 2,000년은 눈 깜짝할 순간입니다. 그래서 저는 저의 눈앞에 주님의 현존을 느껴 봅니다. 오래된 이야기도 아니고 먼 미래의 날이 아니라 현재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주님이 오시는 길을 닦고 지름길을 만든다면 늦은 것도 이른 것도 아닙니다. 누구를 기다리는 시간도 아니고 이미 내 안에서 주님이 살아 움직이는 시간입니다. 오늘도 주님은 우리 가운데 현존하시며 나의 손을, 당신의 손을 기다립니다. 어둠을 비추는 횃불을 높이 들고 세례자 요한처럼 “광야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가 되어 불의와 부정과 부패를 물리쳐 나가야 합니다.

오늘도 저는 사랑과 진실을 위하여 깨달은 바를 실천하며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어 가난과 고통 속에 헤매는 이들의 등불이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