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와 행복 <마태 11, 25-27>

오늘 복음은 "철부지 어리석은 자가 지혜롭고 슬기롭다고 하는 사람보다 하느님의 말씀을 더 잘 알아듣고 실천하니 감사합니다."라고 기도하신 주님을 만나게 됩니다.

어제 은막의 스타 최은희의 마지막 요양원에서 죽음을 기다리며 그 찬란한 삶의 끝이 바보라는 이유에서 자기가 죽으면 김도향의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를 장송곡으로 들려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이 사람뿐 아니라 모든 이가 아무리 똑똑하고 멋있고 자랑스러운 삶을 살았다고 하더라도 바보가 되는 날이 옵니다.

1960년도, 똑똑하고 젊은 나이에 수도원의 아빠스 직을 책임지고 오늘날 84세의 노인이 된 분이 그 총명하고 의욕에 찬 삶은 어디 가고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시간 장소 사람을 잘 분간 못 하시는 모습, 아침 미사 때나 기도 시간에 잠을 자다 책을 떨어트리고 방향을 찾지 못한 모습에서 "바보가 되었네! 모두가 이런 인생을 살게 된다." 그런데 그분은 행복합니다.

저는 요사이 바보 되는 연습을 주님이 직접 해주시는 것을 감지하여 바보로 살기로 생각하였습니다. 바보가 되어야 행복해진다는 하느님의 뜻을 보여주셨기 때문입니다.

권력을 가진 자는 권력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재산을 가진 사람은 재산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명예를 가진 사람은 그 명예를 잃지 않으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꾀를 쓰고 고집을 부리지만 어느 날 모든 것을 잃고 떠나야 함을 알게 되면 바보가 얼마나 행복한지를 알게 됩니다.

"너는 바보처럼 살았네."하고 자신을 발견하면 바로 행복의 문을 두드려야 합니다. 눈을 감고 보지 말아야 하고, 귀를 막고 듣지 말아야 하고, 숨을 죽이고 숨소리도 작게 하며 몸을 주님의 품 안에 숨기면 행복해집니다. 듣는 대로 대응하지 않고 해를 주는 사람에게 “복수의 말을 하지 않고 악을 외면하여 눈을 감는 자는 드높은 곳에 살고, 바위 위의 성곽이 피난처 되고 빵과 물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사야서 33, 13-16. 이는 바보처럼 사는 이들에게 이르시는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자신을 버리고 가난한 이가 되며 모든 것을 잃고 없어져도 어떤 것에도 애착을 느끼지 않으면 행복해집니다. 저는 여기 앉을 자리 없고, 찾는 사람 없어도 주님이 나와 함께 계시어 철부지 바보에게 알려주심을 감사하고 행복한 날을 살게 해주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