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자는 가난한 이와 함께 <마태 11, 20-24>

어제 봉헌생활의 심포지엄에 나와서 강의를 하는 수도생활의 박사들이 하나같이 수도자들의 삶이 변화되지 않으면 아니, 이대로는 안 된다고 하시며 회개해야 한다고 하시며 철저한 복음적 삶, 현 교황님의 말씀에 따른 봉헌생활, 평신도가 본 봉헌생활, 미래적 봉헌생활을 경청했습니다. 결론은 가난한 수도자의 삶을 강조하며 가난한 사람 편에 서지 않으면 수도자의 성소는 감소하며, 존재가치가 없다고 합니다. 저는 저 나름대로 강의를 들으며 우리는 변화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참으로 우리는 이대로 수도생활을 하면 개신교에서 수도생활이 없어진 것같이 박물관의 전시용이 될까 두려움이 남았습니다. 우리는 오늘 일어나는 일 들 안에 분명히 하느님의 다른 소명이 있으며 이미 하느님이 바라는 수도생활이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수도자는 가난하게 가난한 이를 위하여 사셨던 주님을 따라 살고 주님의 십자가의 삶을 사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 삶에 대한 매력이나 참 평화나 기쁨이 없으면 참 수도자의 삶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60년을 수도자로 살면서 이제야 얼마나 매력 있는 삶이며 평화와 기쁨이 넘치는 삶인가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공동체가 아기자기 모여 인간적 약점을 풍기면서도 희망을 보게 됩니다. 교리의 기초되는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의 신비를 사는 삶이 그리스도신자의 본질적 삶이며 수도자는 이를 봉헌 생활의 충실성을 통하여 증명하고 보여 주어야 합니다. 자기를 위하여 살지 않고 가난한 이를 위하여 사는 삶이어야 합니다.

수도자는 순명, 청빈, 정결의 서원으로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고 매달려 있지만, 부활의 기쁨을 보여주는 삶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순명으로 자유를 얻고, 청빈으로 평화를 누리고, 정결로 기쁨을 누리는 삶을 보여줄 때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을 증명하는 참 수도자의 삶을 살아갑니다. 어제 가난한 이 옆에 함께 있어야 한다고 모든 분이 강조하였지만 저는 가난한 이 옆에 자신도 빈곤한 이로 있으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1960년도 한국의 가장 가난한 사람은 농민들이었습니다. 봄에 보릿고개 때는 미리 쌀을 지주나 있는 사람에게 빌리지 않으면 먹고 살 수 없었습니다. 그런 농민이 60%이상이었고 지금은 10% 미만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본당 신부로 1965년 농촌운동을 시작할 때 그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고, 신용조합을 만들어 상부상조하도록 이끌며 못사는 것을 참고 견디고 고통을 어루만져 주거나 위로하는 말로가 아니라 잘사는 길을 열어주려고 가난한 농민 옆에 함께하였습니다. 본당 신자 중에 중학교를 진학 못하는 어린이들을 모아 야학을 열어 중학교 과정을 가르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등사기로 오지에 있는 공소 250여 곳에 매주 강론과 농촌 소식을 전하고 기도문을 만들어 보냈었던 시간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공의회 덕분입니다.

지금 우리는 고통당하는 이들과 같이 고통을 당하면서 가난한 이들 옆에 있는 것만이 아니라 해결사가 되어 십자가와 부활의 삶을 살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