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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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연중2주일(가해) 강론: 박 안셀모 신부 07-10-14 21:53:1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372   
나도 그분을 몰랐습니다.

연중 제2주일(요한의 하느님 체험)


미사 전


형제 자매 여러분, 윱쳄?연중 제2주일입니다.

오늘의 독서와 복음은 요한의 증언을 통해 예수님이 누구이신지, 그리고 그분의 사명이 무엇인지에 대해 말해 주고 있습니다. 요한 복음 사가는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는 로고스 찬가에 이어 세례자 요한의 이야기로 복음을 시작하면서 구약의 속죄를 위한 어린양과 같이 우리를 위해 죽기까지 순종하신 예수님께서 바로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우리에게 전해 주고 있습니다.

오늘의 말씀을 통해 우리 각자에게 있어서 예수님은 과연 누구이신지, 그리고 그분이 지금 나에게 맡기신 사명은 무엇인지 묵상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우리는 주님을 안다고 하면서 과연 참으로 그분을 알고 있습니까?

구원의 신비를 거행하기에 앞서 예수님께서 순한 ‘어린양’처럼 우리 모두를 위해 당신 자신을 봉헌하셨듯이 우리 역시 지금 우리의 자리에서 세상의 죄를 없애기 위해 자신을 주님께 봉헌하며 주어진 사명에 충실하고 있는지 잠시 반성하도록 합시다.




강론

복음: 요한 1,29-34: 하느님의 어린양!




우리가 방금 들은 복음의 주인공은 세례자 요한처럼 보이지만 실은 예수님이십니다. 세례자 요한의 증언을 통해 하느님의 백성들에게 예수님이 누구 이신지 그리고 그분이 어떤 사명을 받으셨는지에 대해 전해주고 있습니다. 요한 복음 사가는 구약의 마지막 예언자인 세례자 요한의 이야기를 자신의 복음서 서두에 펼치면서, 이제 구약을 완성하고 우리를 구원할 새로운 메시아,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이 세상에 오셨음을 더욱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당대에 위대한 예언자로 공경 받던 세례자 요한의 입을 통해 그분은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으로서, “성령으로 세례를 베푸시는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증언함으로써 세례자 요한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크신 분이라는 것을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매일 미사때 영성체 전에 하느님의 어린양이라고 노래하고 있듯이 하느님의 어린양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구약의 출애급에서 과월절 어린양처럼 우리를 살리시기 위해 대신해서 희생되신 분, 제1독서의 야훼의 종의 노래에서처럼 온갖 굴욕을 받으면서도 입 한번 열지 않고 참으며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양과 같이 성부께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맡기고 순종하신 분이십니다. 오늘 복음은 요한의 입을 통해 세상의 죄를 없애시기 위해, 우리를 해방시키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이 바로 하느님이심을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요한의 증언은 바로 이어서 나오는 세례자 요한의 두 제자가 예수님의 첫 제자로 불리움 받은 사건으로 구체적인 열매를 맺게 됩니다. 이제 구약이 끝나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 것입니다.

따라서 세례성사와 견진 성사를 통해 물과 성령의 세례를 받은 우리도 하느님의 사랑받는 제자로써 오늘날의 세상의 죄를 없애기 위해, 세상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하느님의 어린양이 되어, 일상 안에서 사랑과 순종, 희생과 봉사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 오늘 복음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입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무수히 예수님이 어떤 분이시며, 그분이 어떻게 당신의 사명을 수행하셨는지 들어 왔습니다. 그래서인지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 혹은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다’라는 말에 아무런 감동을 받지 못합니다. 꿈적도 안합니다. 때로는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라면, 왜 지금 이 세상은 이토록 죄와 고통으로 가득 차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합니다. 또한 사랑과 섬김, 봉사의 삶에 대해서도 듣기만할 뿐 좀처럼 말처럼 행동이 따르지 못함을 보게 됩니다. 구체적인 나의 일상 안에 왜 이토록 힘든 사건들과 사람들이 가득한지, 고통스러워 기도해도 하느님은 저 멀리에만 계신 것 같고, 일이 잘 풀리고 사람들과 잘 지낼 때는 ‘하느님은 참 좋으신 분이야’라고 말하고, 조금만 일이 꼬이면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해 비판과 원망과 불신과 좌절의 삶을 살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복음에 접근해 보고자 합니다.

저는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두 번이나 반복되어 나오는 “나도 그분을 몰랐으나”와 “나는 보았소”라는 구절에 계속 머물게 되었습니다. 세례자 요한도 하느님을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은총으로 말마암아 하느님의 소리를 듣게 되고, 하느님이신 예수님을 보게 됩니다. 그분을 만나게 됩니다. 이것은 일종의 세례자 요한의 하느님 체험입니다. 그리고 세례자 요한은 그것을 우리에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례자 요한이 체험한 하느님을 중심으로 우리 각자에게 있어서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어떻게 하느님을 체험하고 만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소박하게 나누고자 합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하느님을 믿는다고 고백하고 그분을 따른다고 하는 우리는 과연 하느님을 잘 알고 있을까요? 우리는 과연 하느님을 잘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저 자신도 이 자리에서 하느님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그분을 잘 모르겠습니다. 생각하고 말하고 또 행동하지만, 때로는 너무도 희미합니다. 생각도 말도 행동도 전혀 그분을 모르는 사람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오늘 복음 바로 앞 부분에서도 세례자 요한이 자신이 누구인지를 묻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에게 하는 대답 가운데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나는 물로 세례를 베풀고 있소. 그러나 당신들은 모르는 분이 당신들 가운데 계시오.” “당신들은 모르는 분”, ‘당신들은 모르는 분이 당신들 가운데 계시오’라고 말합니다. 바리사이파 사람들도 누구보다 하느님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예수님이 누구이신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죽이게 됩니다. 우리가 일상 안에서 예수님이 누구이신지 잊고 살기에 예수님을 우리 가운데 살지 못하게 만들고 있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크신 분이십니다. 보잘것없는 우리에게 사랑과 자비를 베풀어 주시는 분이십니다. 우리 각자는 하느님의 그 은혜로 말미암아 사람과 사건, 아름다운 자연, 고통과 죄, 침묵과 기도 등을 통해 작은 하느님에 대한 체험을 하게 됩니다. 이 체험을 통해 그 크신 하느님의 아주 일부분만을 알게 되지만, 그 작은 체험으로도 하느님이 너무 좋아서 이렇게 하느님을 따라나서게 됩니다. 어제도 우리는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만을 위해 살기를 서원한 5명의 형제들을 보았습니다. 너무도 아름답고 숭고했습니다.

요한도 예수님이 누구인지 몰랐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깨어 살았기에 그분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몰랐던 주님이 어떤 분인지를 알게 되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에 불과하다며 자신을 낮추고, 메뚜기와 들꿀을 먹으며 자신을 절제하고, 죽기까지 정의를 부르짖으며 살았기에 “나도 그분을 몰랐소, 하지만 나는 그분을 보았소”라고 증언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욱 그분을 알고 싶습니다. 더욱 그분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희미하게 볼 수 밖에 없는 눈, 무뎌진 마음, 자신만을 생각하는 닫혀진 마음을 그분께 내어 드립니다.

그분을 알기 위해 좀 더 자신을 비워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한처럼,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인 요한처럼 자신을 좀 더 낮추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할 때 우리도 세상의 죄를 없애는 어린 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니 거창한 세상의 죄가 아니더라도, 우리 안에 있는 온갖 오만과 위선, 거짓과 무절제의 죄를 없앨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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