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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대림 제3주일(가해) 강론: 황 이사악 신부 07-10-14 21:51:0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949   
대림 제3주일

나가서 무엇을 보길 원하십니까?

인뜨로이뚜스

점점 싸늘해져 가는 날씨가 우리의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겨울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성당 안 대림환에 촛불이 한 개 더 켜졌습니다. 그만큼 빛이신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가까이 오셨습니다. 대림 제3주일이자 동시에 '자선주일'인 오늘 특별히 교회는 자선을 베풀 것을 이야기합니다. 우리의 주위를 한 번 더 돌아볼 때입니다. 진정 우리의 관심사에 놓친 소외되고 아픈 사람들은 없는지 살펴보면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큰 사랑으로 오시는 예수님을 만날 수 있도록 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강론

오늘 복음은 세례자 요한의 고뇌에 찬 절규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감옥에 갇힌 그는 자신에게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죽음을 느끼며 자신의 믿음에 대한 강한 의문에 빠집니다. 그토록 기다려왔던 메시아였건만 과연 예수님이 오실 그 메시아란 말인가? 라고 말이죠.

진정 '나자렛 예수는 참 메시아이시란 말인가?' 혹시 '내가 속은 게 아닐까?' 정말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불안한 미래 속에서 그는 깊은 고뇌에 빠집니다. 그래서 그는 외칩니다. '오시기로 되어 있는 분이 바로 선생님이십니까?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하겠습니까?'라구요.
예수님께 확답을 듣고자 합니다.

아마도 요한은 무엇을 보고 예수님을 메시아로 인정해야 할지 쉽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이에 예수님께서 요한에게 대답하십니다.

눈먼 이들이 보게 되고, 절름발이들이 걷게 되고, 나병환자들이 깨끗해지고, 귀먹은 이들이 듣게 되고, 죽은 이들이 일으켜지고, 가난한 이들이 복음을 듣고 있지 않느냐? 이와같은 사건들은 메시아가 옴으로써, 하느님이 개입함으로써 발생하는 일들이니, 이런 증거들을 보고 의심하지 마라 이겁니다.

한때 교회는 세상을 마귀가 득실거리는 장소로 여기고 실제로 신자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친 적이 있습니다. 우리를 지옥의 구렁텅이로 빠뜨리고 득실거리는 마귀의 유혹에 걸려넘어지지 않으려면, 여하간 이 세상과는 담을 쌓고 살아야 한다. 세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지 세상과 멀어질수록 무관심할수록 좋은 것이다. 그래야 하느님으로부터 구원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이른바 성속 이원론입니다.


사실 이 논리대로라면 좀 극단적으로 말해서 예수님도 구원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출생부터가 의심스럽습니다. 말똥 냄새 풍기는 형편없는 마굿간에서 태어나셨고, 복음에서 예수님이 만나 어울렸던 사람들 - 창녀, 손 오그라든 병자, 몽유병자, 예리고의 맹인, 미친사람, 중풍병자, 세리와 같은 시정잡배들 - 등등 하나같이 제대로 사람대접 받지 못하는 이렇게든 저렇게든 냄새나는, 모두가 꺼리는 그런 사람들, 세상 가운데서도 저 구석진 자리에 있는 사람들. 그것도 일부러 찾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그런 사람들과 함께하였습니다. 결코 있는 대로 악세사리나 달고 폼이나 내는 우아한 사람들과 어울린 것이 아니였습니다.

과연 무엇이 성스럽다는 것이고 무엇이 세속적인 거라는 이야기입니까?
여러분들도 오늘 이 미사를 거룩하게 마치고, 소위 말하는 세상을 향해 저 성당문을 나설 것입니다. 오늘 마태 복음에서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빌린다면, 그리고 나서 여러분들은 세상에 나가셔서 무엇을 구경하고 싶어하시는 것입니까?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가톨릭 교회는 더 이상 이 세상이 마귀가 우글거리는 악마의 소굴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사목헌장은 교회가 서야 할 곳, 다름 아닌 이 세상이고, 교회의 존재이유 역시 이 세상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교회가, 우리가 먼저 찾아봐야 할 이들 다름 아닌 신음하며 아파하는 사람들이지 결코 고운 옷 입은 사람들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바로 냄새나는 우리가 보기에 형편없어 보이는 곳에 함께 계십니다.

세상이 아파하고 있습니다. 아픈 사람들 아프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실제로 눈 멀고, 발 절고, 귀먹은 사람들도 아픈 사람들입니다만, 자신들이 기득권 유지에 혈안이 되어 눈먼 이들도 아픈 사람들일 것입니다. 오른쪽 다리로만 걸어온 절름발이들에겐 왼쪽다리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소통불능에 가까울 정도로 자기주장만 내세우는 이들도 귀먹은 이들입니다. 엄청난 빈부 격차로 살아있어도 죽어지내야만 하는 이들을 위해서 우리의 특별한 관심과 정성이 필요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교회헌장은 교회를 하느님 나라를 향해 순례하는 나그네라고 했습니다. 예수님도 나그네였습니다. 나그네로서 예수님이 찾아나섰던 사람들, 또한 예수님을 찾아 왔던 사람들 하나같이 마음이 찟긴 사람들이었고, 이 세상 어디에다 하소연 할 수 없는 마음이 슬픈 사람들, 온갖 굴레에 얽매여 꼼짝달싹 못하는 이들이었습니다. 교회 역시 따라 찾아 나서야 할 사람들입니다.

자선주일이기도 한 오늘 교회가 자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만, 하지만 교회가 행하는 자선이 행여 오늘 예수님의 복음에서 말씀하신대로 고운 옷을 입은 사람들을 위한 것은 아닌지, 어쩌면 교회마저 고운 옷을 입고 우아한 척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먼저 성찰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과연 우리들은 성당문을 나서면서 무엇을 보길 원하고 있습니까? 또한 우리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어떤 옷을 입은 사람들이기를 바라고 있습니까?

자선주일이기도 한 오늘 이 미사를 통해 그동안 우리들의 관심사가 예수님 보시기에 합당한 것이었는지 반성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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