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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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연중24주일 (다해) 강론 - 잘 살아 보세!: 허 로무알도 신부 07-10-14 21:47:3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256   
연중 제24주일 강론 (04. 9. 12)
제1독서: 출애 32,7-11.13-14
제2독서: 1디모 1,12-17
복 음: 루가 15,1-32
“잘 살아 보세”

형제자매 여러분, 그렇듯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도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이제 가을의 문턱에 성큼 들어섰습니다. 사계절이 있다는 것이 때론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지겨울만하면 계절이 바뀌어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방에 앉아 있는데 창 밖에서 이런 노랫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잘 살아 보세. 잘 살아 보세. 우리도 한 번 자-알 살아 보세.” 왠지 귀에 익은 소리였습니다. 70년대 경제개발과 새마을 운동이 한창일 때 흔히 듣던 노래였습니다. 순간 당시의 느낌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그 당시에는 ‘잘 사는 것’이 최대 관심사였습니다. 이제 30여년이 지난 오늘 과연 그 꿈이 이루어 졌는지 의문입니다. 그 때에 비하면 물질적, 경제적으로는 더 풍요로워진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스스로 잘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잘 살기 위해서’ 정신없이 살아가기는 마찬가지인 듯 합니다. ‘

잘 사는 것’. 이것은 시대를 초월하여 늘 우리의 관심을 사로잡는 항구한 화두란 생각이 듭니다. 그렇습니다. 잘 살아야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잘 살아 볼 수 있겠습니까? 세상 사람들은 우선 물질적인 풍요를 염두에 둡니다. 하지만 우리는 영적, 정신적 가치를 더 우선시합니다. 오늘 말씀을 통해 우리가 영적으로 잘 살기 위한 비결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1. 우리의 회개

첫 번째 비결은 회개입니다. 우리는 하느님 안에서 참된 평화와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분을 떠날 때 평화도 기쁨도 떠납니다. 오늘 복음의 세 번째 비유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아버지를 떠난 작은 아들에게는 불행이 닥치고 비참한 삶을 살게 됩니다. 그러나 그는 죄를 뉘우치고 용기를 내어 아버지께 되돌아갑니다. 이것이 바로 회개입니다. 하느님 밖에서 다시 하느님 안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죄로 물든 그릇된 삶을 뉘우치고 하느님 품으로 되돌아가는 것입니다.

요즘 세상이 온통 시끌벅적합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분쟁과 갈등, 전쟁과 테러 등으로 증오와 폭력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지난 주간에는 북오세티아 공화국 인질극으로 수백 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었습니다. 3년 전 9.11테러를 계기로 미국을 중심으로 테러와의 전쟁이 본격화 되었지만, 폭력과 보복의 악순환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 역시 시끄럽습니다. 모두가 자기주장만 해대고, 서로 자기가 옳다고 아우성입니다. 자기 허물은 보지 않고 남의 허물만 들추어내려 합니다. 그러다 보니 대화와 타협은 없고 계속되는 상호비방과 대립뿐입니다. 이런 갈등과 대립의 악순환이 과연 언제쯤 끝날지 암담하기만 합니다.

지금 우리 시대에 절실한 것은 회개입니다. 특별히 우리 신앙인들의 회개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진정으로 회개한다면, 세상은, 우리 사회는 분명 변화될 것입니다. 그때 모두가 존중받고 서로 평화롭게 잘 살 수 있는 날이 올 것입니다.


2. 하느님의 자비

그러나 회개는 상대방의 자비로운 관용과 용서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누가 아무리 용서를 청한들 상대방이 받아주지 않으면 관계가 회복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그럴 염려는 없습니다. 하느님쪽에서는 늘 준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우리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십니다. 오늘 복음의 세 가지 비유는 모두 하느님의 마음을 잘 보여줍니다. 잃었던 양과 은전과 아들의 비유에서 목자, 주인, 아버지는 모두 잃은 것을 찾고서 기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회개하는 죄인 하나를 두고 하늘에서 기쁨이 더할 것입니다.”(루가 15,7) 이 구절은 하느님의 자비를 단적으로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가출한 아들을 눈 빠지게 기다리는 자비하신 아버지입니다. 우리가 참으로 회개할 때 그분은 더없이 기뻐하실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분명히 해둘 것이 있습니다. 즉 회개와 용서의 관계입니다. 우리는 흔히 무조건적인 용서를 말합니다. 하지만 회개 없는 용서란 있을 수 없습니다. 또한 뉘우침 없는 회개도 거짓 회개입니다. 용서는 반드시 뉘우침을 전제한 회개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따라서 죄와 과오에 대한 진정한 뉘우침 없이 하느님의 자비는 우리 안에 들어올 공간이 없습니다. 과거 교회는 죄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용서만을 강조한 나머지 역사의 과오에 대한 규명과 반성은 소홀히 해온 면도 없지 않습니다. 교회의 이런 가르침은 독재자들이나 가진 자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도구로 이용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엄청난 과오나 잘못을 저지른 자들에게 너무나도 관대하게 면죄부를 주기도 했습니다. 만일 어떤 죄인이 잘못을 뉘우치고 회개하지 않는데 어떻게 용서가 가능하겠습니까? 회개할 때 비로소 용서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죄와 잘못을 그냥 적당히 묵인하고 묻어두는 것이 사랑은 아닙니다. 먼저 죄와 잘못에 대한 분명한 정리가 필요합니다. 이는 단죄가 목적이 아니라 거기서 교훈을 얻고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그런 다음 용서를 논할 수 있을 것입니다.


3. 받은 자비에 대한 인식

잘 사는 또 하나의 비결은 이것입니다. 즉 ‘우리가 받은 자비를 늘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기쁘게 잘 살 수밖에 없습니다. 흔히 원하는 무언가가 채워지지 않을 때 욕구불만이 생깁니다. 그 결과 삶에 기쁨도 평화도 없고 감사하는 마음도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를 입은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잃었던 양, 잃었던 아들입니다.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잃었던 양의 입장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나는 죄인들 가운데 첫째입니다. 그런대도 내가 자비를 입게 되었습니다.”(1디모 1,15-16) 과연 누가 이렇게 고백할 수 있겠습니까? 사도 바오로와 같은 이러한 인식과 자세가 필요합니다. 사실 하느님의 자비는 늘 우리 안에 충만합니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뭔데 이런 것들을 누리고 있는가? 밖에는 생존경쟁이 치열한데 뭐가 잘났다고 그런 걱정 없이 산단 말인가? 어찌 보면 우리 수도자들이 누리는 이 모든 것은 다 은총이요 자비입니다. 결코 우리가 잘 나서가 아닙니다. 다른 일을 위해 더 온전히 투신하라고 주어진 것입니다. 우리가 받은 또 받고 있는 하느님의 자비를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그 때 궤도이탈 없이 목표를 향해 잘 달려갈 것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마음의 진정한 통회로 다시 하느님께 되돌아갑시다. 그리고 그분으로부터 받은 자비를 늘 생각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생활합시다. 우리 삶이 감사의 응답, 사랑의 응답이 되도록 노력합시다. 그러면 우리도 한 번 잘 살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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