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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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성모 승천 대축일 (2004.8.15 주일): 인 끌레멘스 원장 신부 07-10-14 21:46:3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913   
우리는 오늘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를 시작하면서 입당송을 그레고리오 성가로 노래했습니다. 입당송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하늘에 큰 표징이 나타났으니, 한 여인이 태양을 입고 발밑에는 달이 있고, 머리에는 열두 별이 달린 면류관을 쓰고 나타났도다.”

교회의 유구한 전통과 많은 교부들의 가르침에 따라 우리는 이 여인을 마리아라고 받아들입니다. 그렇습니다, 오늘 우리는 나자렛이라는 산골 마을의 한 소녀를 기리고 있습니다. 마리아, 히브리말로는 ‘미리암’이라고 하는 처녀입니다. 우리는 이 처녀를 복되신 동정녀이시고 어머니로 고백합니다. 특히 오늘은 주님의 은혜로 말미암아 성모님이 영혼과 육신으로 하늘에 올림을 받으셨고 영광 중에 계심을 다함께 경축합니다.


저는 강론을 준비하면서 제1독서인 요한 묵시록을 많이 묵상했습니다. 오늘 우리가 들은 제1독서인 묵시록에서 사도 요한은 두 가지 놀랍고 신비로운 광경을 봤다고 합니다. 우선 하늘에서 하느님의 성전을 봅니다. 그때 그 하늘 성전에서 하느님의 계약궤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리고 곧 이어 요한은 또 다른 광경을 봅니다. 하늘에 큰 표징이 나타났고, 태양을 입고 발밑에는 달을 머리에는 열두 별이 달린 면류관을 쓴 한 여인이 나타났는데, 이 여인은 임신 중이며 해산의 고통과 괴로움 속에 울부짖고 있었다고 전해 줍니다.


우리는 이 묵시록에서 두 가지 상징이 대비되면서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곧 요한 본 하늘 성전에 있는 계약의 궤와 면류관을 쓰고 임신 중인 여인입니다. 구약 시대의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하느님 현존의 장소인 예루살렘 성전 한 가운데에는 지성소가 있고, 이 지성소에는 계약의 궤가 있었습니다. 이 계약 궤 안에는 3가지 물건이 들어 있었다고 합니다. 십계명을 새긴 돌판과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먹었던 만나,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을 위하여 대사제로 봉직한 아론의 지팡이가 있었습니다. 십계명을 새긴 돌판과 만나와 아론의 지팡이는 바로 하느님 현존에 대한 외적 징표였습니다. 이 3가지 징표를 계약의 궤가 보호하고 있던 것입니다.


이제 신약의 시대에 와서 새로운 계약궤는 바로 예수님을 몸 가진 마리아입니다. 옛 계약궤에 들어있었던 십계명을 새긴 돌판은 새로운 계약의 궤에서는 말씀 자체이신 분이시고, 옛 계약의 만나는 이제는 생명의 양식으로 당신 자신을 내어주신 분이시고, 아론의 지팡이는 이제 새로운 계약의 대사제이신 분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처럼 하느님 말씀 자체이시고 생명의 빵이시고 신약의 대사제이신 예수님을 품고 있는 새로운 계약의 궤가 마리아이십니다. 그래서 성모님은 예수님을 보호하시는 든든한 어머니이십니다. 이 어머니는 당신 아드님이 사명을 수행하실 때, 아니 십자가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함께 하신 분이십니다.


여기 있는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통하여 마련된 세례와 견진 성사로 말미암아 하느님 아버지의 새로운 아들딸들이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바로 제2의 예수 그리스도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역시 예수님처럼 새로운 계약의 궤인 성모님 품에 있는 은총을 받았습니다. 새로운 계약 궤인 마리아 안에서 예수님이 새 계약의 말씀이신 것처럼 우리도 이 세상에서 하느님의 새로운 계명을 전해야 하고, 예수님이 새 계약의 만나이신 것처럼 우리도 우리 자신을 이웃에게 생명을 나누어주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예수님이 새 계약의 대사제이신 것처럼 우리도 하느님 아버지께 끊임없이 찬미와 흠숭의 십자가 제사를 바쳐야 합니다.


그런데 요한 묵시록에는 또 다른 표징도 등장합니다. 바로 악마 또는 사탄이 라고 하는 붉은 용입니다. 하느님을 대적하는 이 자는 성모님이 낳을 아기 예수님을 삼켜 버리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역시 묵시록에 등장하는 여인의 아기와 같은 처지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고자 길을 나선 우리의 영적 여정에는 어두운 악의 세력이 무서운 사자처럼 입을 벌리고 눈을 번뜩이며 우리를 노려보고 있습니다. 이 짐승은 때때로 우리를 협박하면서 지칠 줄 모르고 악을 꾀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주님을 따르려는 마음은 간절하지만 우리 몸은 따라가지 못하고 마음과는 정반대로 가기만 합니다. 자꾸만 하느님한테서 멀어지기만 합니다.


이러한 처지에서 갈등하고 번민하고 있는 바로 이때, 성모님은 우리를 위해 기도하시는 분으로 현존하십니다. 성모님이 새로운 성궤로서 당신 아드님이신 예수님의 여정에 함께 하신 것처럼 우리의 여정에도 함께 하십니다. 제가 집에 있을 때 저의 어머니께서 촛불을 켜놓고 기도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수도생활을 하면서 힘들고 어려울 때 어머니가 나를 위해 기도하고 계신다는, 아니 기도 안에서 나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계신다는 생각을 하면 힘이 나고 다시 일어섭니다. 기도하시는 제 어머니의 모습에서 저는 성모님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우리 육신의 어머니처럼 성모님도 우리 각자를 위해 당신 아드님께 기도하고 간청을 드리고 계십니다. 성모님은 우리를 위로하시는 선물이시며 우리에게 희망을 안겨주시는 보루이십니다.


무엇보다도 성모님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당신 아드님의 십자가 아래로 인도하십니다. 이 십자가 아래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영혼 안에 도사리고 있는 교만과 시기, 나태와 탐욕과 분노, 폭식과 육욕을 발견하고 이것들과 싸울 수 있습니다. 우리가 주님을 따르는데 당연히 겪게 되는 여러 형태의 투쟁은 쓸데없이 힘만 빼는 소모전이 아니라, 당신 아드님의 수난과 죽음에 동참하는 여정임을 성모님은 침묵 중에 가르쳐주시는 교육자이십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베네딕도 성인은 말하기를 “아무 것도 그리스도보다 더 낫게 여기지 말라”고 했습니다. 아무 것도 그리스도보다 더 낫게 여기지 않는 사람은 바로 마리아이십니다. 어머니께 전구를 청합시다. 특히 우리가 힘들고 아프고 갈등을 하고 미래가 불안할 때 간절히 전구를 구합시다.

“하늘의 영광 가운데 계시는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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