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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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유럽의 수호자 사부 성 베네딕도 아빠스 대축일: 박 블라시오 신부 07-10-14 21:44:4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973   
수도원 영성 방송에서 강론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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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7. 11. 사부 성 베네딕도 대축일 본원 강론

제가 강론을 준비하면서, 수사님들에게 한번 여쭈어보았습니다. “수사님은 언제 ‘아~ 내가 베네딕도회 수도자구나!!’ 하고 느껴보았습니까?” // 많은 수사님들이 / 성당에 함께 모여 공동 기도를 할 때, 혹은 기도 들어가기 전에 성당 밖에서 두 줄로 서서 기도를 준비하고 있을 때 / 그러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주로 성당에서 기도할 때 ‘전례를 끔찍이도 사랑하는 베네딕도 회원임’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만일 더 많은 분들에게 물어보았다면, 훨씬 더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유기서원자 때 어떤 분과 면담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은 세례 받은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기도 생활과 성당활동에 아주 열심한 여성분이었습니다. 그 분은 하느님을 아주 무서운 분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나쁜 일을 하면 벌을 내리시고, 기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 심판을 내리시고, 우리를 낱낱이 감시하고 있다가 무슨 잘못이라도 하면 즉각 조치를 취하시는 분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그렇게 무서운 하느님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벌을 받지 않기 위해 기도생활도 그렇게 열심히 했었던 모양입니다.

저는 그 분의 말씀을 다 듣고 나서, /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에 달리신 분이 우리를 그렇게 무자비하게 심판하실 분은 아닐거라는 말과, 무서움 때문에 하느님께 기도하기보다는 /하느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기도하는 것이 하느님을 더 기쁘게 해 드릴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드렸습니다. 그분은 얼굴이 좀 펴져서 돌아갔습니다. 나중에 제가 했던 말을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내 말은 내 말인데, 내 말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어디서 읽었나? 어디서 들었나? 생각하며 여기저기를 찾아보니까,, 그것은 베네딕도 성인의 말씀이었습니다. 규칙서 7장에 겸손에 대하여 쓰시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겸손의 모든 단계들을 다 오른 다음에 수도승들은 하느님의 사랑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이 완전한 사랑은 두려움을 몰아내며, 이전에는 공포심 때문에 지키던 모든 것을 별로 어려움 없이 자연스럽게 습관적으로 지키기 시작할 것이다. /이제는 지옥에 대한 무서움에서가 아니라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과, / 좋은 습관과 덕행에 대한 즐거움에서 하게 될 것이다.”

이 구절을 찾아내고는, 나도 ‘베네딕도회원’으로 서서히 변화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영적독서로 읽었거나, 저녁 식사 때 마다 조금씩 들었던 베네딕도 성인의 규칙서가 내 삶 안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드러나는 것을 느끼며, 소위 “베”씨 가문의 사람으로 새로 태어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가끔 이 “베씨” 가문의 정체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 독일 형제들을 위하여 좀더 쉽게 이야기 하자면, “과연 베네딕도 수도원이라고 불리는 이 공동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하느님’이나 ‘공동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문제는 지원기·청원기 때 만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우리의 삶과 관계를 맺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베네딕도 규칙서에 일가견이 있는 한 미국인 신부님은 /양성중인 수도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안정”과 동시에 “질서”라고 이야기 하십니다. 이것을 규칙서에 나타나는 말들로 바꾸어 보면, “집”과 “학교”라는 말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집” 그리고 “학교”

우리 모두는 수도원을 “우리 집”이라고 부릅니다. 주소도 다 ‘왜관’으로 되어 있고, 그래서, 모두 “왜-관-남자들”이 되어 버렸습니다. 여러 형제들이 고향에서 산 것 보다, 수도원 안에서 더 오래 살았습니다. 그래서 수도원을 우리 집이라고 불러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모두 서로를 “형제”라고 부릅니다. 집에서는 편안함을 느끼고, 정서적이고 영적인 유대를 나눌 수 있고, 물질적인 것들을 공유합니다. ‘한평생 수도원에 사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고 살만하다’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집”이 줄 수 있는 바로 그런 “안정감”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안정감을 주는 “집”이라는 말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듯이 느껴집니다. 또 다른 표상인 “학교”라는 개념이 더 들어갈 때 음식에 간이 제대로 된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규칙서 머리말에서 베네딕도 성인은 “우리는 주님을 섬기는 학교를 설립해야 하겠다. 이것을 설립하는데 거칠고 힘든 것은 아무것도 설립하기를 원치 않는다. 하지만, 결점을 고치거나 애덕을 보존하기 위하여 /공정한 이치에 맞게 다소 엄격한 점이 있더라도, 즉시 놀라서 구원의 길에서 도피하지 말아야 한다” 하고 말씀하십니다.

수도원은 항상 안정감만을 주는 집이 아니라, 끊임없이 우리가 분투하며 올라가야 할 목표를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베네딕도 성인은 수도자들을 “참된 왕이신 주 그리스도를 위해 분투하고자 /순명의 극히 강하고 훌륭한 무기를 잡는 자들”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래서 하루 하루 우리 삶의 도구들을 닦고 기름치지 않으면, 우리는 주님의 무딘, 혹은 녹슨 연장이 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응답을 매일 매순간 기다리고 계십니다.


우리는 때로 “집”과 “학교”라는 이미지에 대해 몹시 어려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아무리 수도원이 편하다 해도 고향집의 편안함을 주지는 못하고, 학교라고 하지만, 너무 규칙이나 해야 할 일에 눌리기도 합니다. 수도원이 우리 집이라고 하지만, 휴가 때 고향집에서 자는 단잠을 쫒아 갈 수 없고, 어느 신부님이 일전에 강론에서 말씀했듯이, 매일 아침 ‘다아시’(5시)에 일어나야 하는 규칙적인 생활은 /생활에 끊임없이 긴장을 주는 것이 사실입니다.

“안정”과 “질서” 즉 “집”과 “학교”라는 개념들은 우리 수도생활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좋은 기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어느 한쪽의 균형이 깨어져 버리면, 우리는 생활안에서 기쁨과 평화를 얻기보다, 안주와 무질서의 분위기를 느끼게 될 것입니다.

“종소리에 순명하라”는 말이 점점 더 어렵게 느껴집니다. 종은 무엇을 함께 하기 위하여 칩니다. 자신의 생각과 이상을 항상 공동체의 종소리에 맞출 수 있을 때 친교와 평화의 수도 공동체가 형성되리라 생각됩니다. 베네딕도 수도원들은 1500년이 넘게 이 종소리에 맞춰 생활해 왔습니다.

베네딕도 성인은 수도원을 그냥 집이 아니라 “하느님의 집”이라 하였고, 그냥 학교가 아니라 “주님을 섬기는 학교”라고 하였습니다. 이 수도원 안에서 주님이 주시는 기쁨을 얻고, 또한 수도원을 방문하는 이들에게도 이러한 평화를 줄 수 있도록 오늘 베네딕도 성인의 축일에 기도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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