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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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예수승천 대축일(다해): 허 로무알도 신부 07-10-14 21:39:3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947   
예수승천 대축일 서울 봉헌회 강론(04. 5. 23)

제1독서: 사도 1,1-11
제2독서: 에페 1,17-23
복 음: 루가 24,46-53

오늘 우리는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하늘에 오르시는 예수승천 대축일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성부 오른편에 들어 높여지심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원래 부활 후 40일째 되는 부활 제6주간 목요일에 지내지만, 한국 교회에서는 사목적인 배려로 주일로 옮겨서 지내고 있습니다.

사실 부활과 승천은 분리된 두 개의 사건이 아닙니다. 예수께서 영광에 드심을 표현하는 두 축제라 할 수 있습니다. 루가복음서와 사도행전은 같은 사람이 집필하였지만, 두 문서가 전하는 승천 이야기는 서로 다릅니다. 루가 복음서에 의하면 예수님은 부활하신 당일에 승천하셨고, 그 장소는 베타니아였습니다. 반면 사도행전에는 예수님이 부활하신지 40일 만에 승천하셨다고 되어 있고, 그 장소도 예루살렘입니다.

승천 이야기가 다른 복음서들 안에는 특별히 언급되지 않는데, 이는 부활과 승천이 별개의 사건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루가복음서와 사도행전이 부활과 승천을 분리하여 두 개의 사건으로 말하는 데는 다른 의도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당시 사람들에게 부활을 더 효과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 사람들은 우주가 세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았습니다. 곧, 하늘과 땅과 땅 아래에 있는 죽음의 나라입니다. 따라서 부활은 죽음의 나라에서 땅으로, 그리고 승천은 땅에서 하늘로 올라간 것입니다.

어쨌든 루가복음서와 사도행전에서 승천 이야기를 서로 다르게 기록한 이유는 승천의 구체적 사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승천하셨다는 것은 그분이 제자들을 떠나 하느님에게 되돌아 가셨다는 것을 뜻합니다.

예수님의 승천은 우리 인생 목적을 잘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되돌아가기 위해 산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로부터 나와 하느님께로 되돌아가는 것’이 우리 인간의 운명이 아닌가 합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되돌아 갈 때 거기에 참된 행복이 있음을 예수 승천은 분명하게 보여 줍니다. 예수께서는 하느님께 되돌아가심으로서 영광을 입으셨고 만물의 주재자가 되셨습니다.

흔히 농담으로 이런 말을 할 때가 있습니다. “왜 태어났니?” 혹은 “왜 사니?” 상대방이 하는 짓이 하도 한심하거나 답답할 때 하곤 합니다. 한 때 제 별명이 한심이였던 때가 있었습니다. 왜 제가 한심이가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깝게 지내던 형제들이 제게 붙여준 이름이었습니다. 그렇게 싫지는 않았습니다. 혹시 어떤 사람들은 실제로 저를 두고 “제는 왜 사는지 모르겠어”라고 말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만일 사람들이 제게 왜 사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겠습니다. “잘 죽기 위해서 삽니다.” 최근 몇 년간 사랑하던 사람들을 먼저 떠나보내면서 이런 확신이 더욱 강하게 들었습니다. “잘 죽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잘 죽는 다는 것을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하느님께 되돌아가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인생의 궁극 목적일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느님께 되돌아 갈 수 있는가? 그것은 그냥 가만히 앉아서 되지 않습니다. 갈릴레아 사람들처럼 마냥 하늘만 쳐다본다고 되지도 않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것이 우리의 과제입니다. 땅에 굳게 발을 딛고 현실을 적극적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우리는 하느님께 되돌아갈 수도 있고 또 멀어질 수도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죽지만 잘 못 죽을 수도 있습니다. 잘 못 살 때 그렇습니다. 따라서 잘 살아야 잘 죽을 수 있고, 하느님께 제대로 되돌아가게 됩니다.

잘 사는게 무엇인가? 예수님처럼 사는 것입니다. 그분은 우리에게 하느님께 되돌아가는 삶의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은 하느님께 되돌아가는 유일한 길입니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예수님과 만나야 하며, 그분의 삶을 본받아야 합니다.

물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없듯이 우리 그리스도인 역시 그리스도를 떠나 살 수 없습니다. 예수 승천은 겉으로 볼 때 예수께서 우리 곁을 떠나신 사건입니다. 그러나 그분은 우리를 떠나신 것이 아닙니다. 당신 성령을 보내주시어 세상 끝날 까지 우리와 함께 하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따라서 승천은 예수님께서 우리를 버리신 사건이 아니라 보다 가까이 현존하시는 사건인 것입니다.

예수님은 당신 성령을 통해 계속해서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구체적으로 교회의 성사들 안에서, 또한 일상의 사건들과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서 우리에게 다가 오십니다. 단지 우리가 그분을 못 느끼고 못 알아볼 뿐입니다. 부단히 예수님을 만나려는 노력이 필요 합니다. 우리가 지금 이곳에 있는 것도 바로 그분을 만나기 위해서 입니다. 그분을 만나는데 장애되는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습니다.

예수님의 승천은 우리 희망의 근거가 됩니다. 우리도 예수님처럼 살 때, 부활하여 승천하신 그분의 영광에 참여하게 되리라는 것입니다.
인생에 있어 목적의식을 상실한 사람만큼 불행한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목적의식이 없을 때 삶은 무미건조하고 활기를 잃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을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왜 태어났나?”, “나는 왜 사는가?”

요즘 들어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히 듭니다. 잘 죽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존경하는 위대한 스승이 한 분 있습니다. 이분은 15-16세기 러시아 수도승생활 개혁운동의 한 축을 형성했던 닐 소르스키입니다. 이분이 임종 직전 제자들에게 남긴 마지막 다음 유언은 늘 제 귓가를 떠나지 않습니다.

“여러분에게 간청합니다. 내가 죽거든 내 육신을 사막에 내버려 새들과 들짐승의 먹이가 되게 하십시오. 왜냐하면 나는 하느님을 거슬러 많은 죄를 지었기에 무덤에 안장되기에 합당치 않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우리가 살고 있는 그 곳에 구덩이를 하나 파서 어떠한 영예의 표도 없이 나를 묻어주십시오. 죄 많은 내 영혼을 위해 기도해 주기를 여러분에게 간청하며 또한 여러분 모두에게 용서를 청합니다. 나 역시 여러분을 용서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자비를 베푸시기를 기원합니다.”

이것이 일생동안 오로지 하느님만을 향했던 위대한 사부가 남긴 마지막 말입니다. 이렇게, 이런 자세로 죽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기를 희망할 뿐입니다. 모쪼록 우리 모두 죽음을 잘 준비하여 우리 여정의 끝인 하느님께 제대로 되돌아 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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