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HOME > 자료실 > 오늘의 강론  

  오늘의 강론  
제 목 :  예수승천대축일(다해): 박 블라시오 신부 07-10-14 21:38:2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4266   
찬미 예수님,

오늘은 부활 제 7주일이고, 주님승천 대축일입니다. 그리고, 대중매체들을 통하여 주님의 복음이 더 효과적으로 선포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홍보주일이기도 합니다. 오늘 수도원의 기도석이 평상시 보다 훌빈한 것은 홍보주일을 맞아 수사님들이 본당으로 수도원 출판사의 책들을 홍보하러 나가셨기 때문입니다.

----------------
오늘 미사에 함께 한 분들을 보니까, 주일학교 학생들도 있고, 세례를 준비하는 예비 신자분들도 계시고, 이미 세례를 받으신 분들, 수도생활을 하시는 우리 형제들, 수도생활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하는 성소자들 등 아주 다양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예수님 승천에 대하여 강론을 해야 할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강론을 준비하면서 자꾸만 올해 봄 소풍 때의 등산이 떠올랐습니다. 수도원에서는 봄, 가을에 두 차례 소풍을 갑니다. 종신서원 수사님들이 함께 소풍을 가는 것은 참 재미있는 일입니다. 차를 타고 갈 때도 재미가 있고, 점심식사를 할 때도 재미가 있고,, 함께 산에 올라갈 때도 재미가 있습니다. 올해 봄소풍은 경남 거창쪽으로 다녀왔는데, 점심 식사를 하고, 1350미터의 산을 올랐습니다.

점심 식사 후에 수사님들이 제 각각 물과 오렌지, 포도주 등을 챙겨서,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등산하는데 여러 갈래 길이 있었기 때문에 나중에 올라간 수사님들은 다른 분들이 어느 등산로로 올라갔는지 모른 채 정상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수사님 한 분과 늦게 산에 오르기 시작했는데, 말이 1350미터지,, 오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연세는 많으시지만, 몸은 나 보다 더 날렵한 수사님이 자꾸만 앞으로 나가시는데, 저는 점점 몸이 무거워지면서 뒤로 쳐지기 시작했습니다. 수사님은 저와 보조를 맞추기 위하여 무척이나 고생을 하셨습니다. 포도주가 든 가방을 줄곧 혼자 메고 가시기도 하시고!!

그렇게 그렇게 오르는데, 정말 숨이 턱에 까지 차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함께 오르시던 수사님이 큰 소리로 ‘야호~~’ 하고 허공에 대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러자 그 수사님의 소리를 알아들은 다른 곳의 수사님들이 산 곳곳에서 ‘야호!! 야호!! ~~’ 하면서 소리를 치기 시작하셨습니다. 산의 저쪽 등성이에서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바로 우리 머리위에서 들리기도 하고, 우리가 있는 곳보다 밑에서도 야호!! 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형제들의 소리를 들으니깐, 다시 힘을 얻어 산을 오를 수 있었습니다.

정상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힘이 들어, 함께 가던 수사님이 먼저 올라가시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흙바닥에 주저앉아 쉬고 있었는데, 조금 있으니깐 정상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블라시오~~ 힘내!!” “이제 다 왔어~·” “조금만 더 올라와~·!” 나를 부르는 소리가 온 산을 메아리치며 나에게 다가왔습니다.

위에서 들려오던 그 메아리는 이제 정상이 멀지 않았다고, 수고의 끝이 얼마남지 않았다고 울려퍼지고 있었습니다. 정상에 오른 성취감과, 피곤한 다리를 쉬게 할 산들 바람과, 산 밑에서는 보지 못했던 정상의 풍경들이 이제 나에게 선물로 주어질 것이라는 것을 나에게 속삭이는 듯 하였습니다.

나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어디서 힘이 났는지,, 바로 정상을 향해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이미 정상에는 먼저 도착한 수사님들이 포도주와 오렌지로 휴식을 만끽하시면서, 나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

오늘 우리가 경축하는 예수 승천 대축일은 죽으셨다가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늘에 오르신 것을 기념합니다.

하늘에 오르셨다는 것은 땅으로 내려오셨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삼위일체 하느님으로써, 같은 영광을 누리시던 그 분은 이 지상에 인간으로 태어나셔서, 33년 동안 우리와 같은 삶을 사셨습니다. 그 분의 지상에서의 마지막 모습은 십자가의 비참한 모습 바로 그대로였습니다.

십자가에 높이 달려, 우리를 위하여 하느님께 자신을 희생 제물로 바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다시 하늘로 높이 오르시어, 성부의 오른편에 앉으셨습니다. 성부의 오른편에 앉으셨다는 말은 인간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셨던 분이 다시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영광 안으로 돌아가셨음을 의미합니다.

예수님께서 인간이 되셨던 바로 그 길, 그리고 다시 하느님의 영광 속으로 돌아가신 그 길은/ 이제 모든 인간이 걸어가야 할 길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언젠가 하느님의 영광을 뵈오며 영원히 살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힘든 등산 끝에 정상에서 우리가 갖게 될 기쁨은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이 희망이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과 승천을 통하여 확실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승천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또 다른 의미는, 이제 그 분은 시간과 공간의 제한없이 늘 우리와 함께 계시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기도 중이나 대화 중에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 ‘주님이 내 안에 살아 계신다’, ‘우리 가운데 계신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과연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것은 무슨 의미입니까? 예수님의 승천으로 하느님의 구원 계획은 ‘마지막 때’에 접어들었습니다. 성령과 교회의 시대가 시작되었고, 하느님의 나라는 이 지상에서 싹을 띄우기 시작하였습니다. 산 위에서 들려오는 메아리가 새로운 힘을 주었듯이, 하늘에서 내려오신 성령께서는 늘 우리와 함께 계시며, 이 세상 모든 것을 새롭게 하시고, 다시 오실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도록 우리를 분발시키고 계십니다.


밀레의 유명한 ‘만종’이라는 그림이 있습니다. 그 그림에 보면 해가 이미 저물어 붉은 빛과 황금색의 노을이 짙게 지평선을 물들이고 있습니다. 멀리 보이는 교회의 종탑에서는 삼종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하루 종일 수고하며 들판에서 일을 한 부부가, 쇠스랑과 감자가 든 망태를 땅에 내려놓고, 두 손을 모으고, 머리를 숙여 기도를 바치고 있습니다.

부활과 승천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이런 삶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루 하루 바쁘게 살아가면서도,,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다하면서도, 언제나 하느님 나라를 향하여 살아가는 모습 말입니다. 우리의 하루하루가 거룩하게 느껴지는 그러한 삶 말입니다.

베네딕도 회원들은 기도하고, 일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삶을 통하여 이 신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발은 땅과 함께 서 있으되, 우리의 마음과 눈은 하늘을 향하고 있습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수고와 고통이 없는 삶이란 이 지상에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마치 산을 오르지 않으면 등산이 주는 그 큰 기쁨을 누릴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수고와 고통,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가 희망을 버릴 수 없는 근거는 주님께서 부활 승천하셨고, 지금 여기 우리와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마치 산위에서 들려오는 메아리가 우리를 감싸며, 머지 않아 우리에게 이루어질 성취에 대한 희망을 주듯이, ‘그리스도의 혼’이라고 불리는 ‘성령’께서는 우리의 모든 삶을 감싸시며 우리가 살아가야 할 모든 것들을 축복하시고, 우리가 가야 할 길들을 이야기해 주고 계십니다. 우리의 하루하루의 삶이 하느님의 뜻에 충실하고, 감사드릴 수 있는 삶이 될 수 있도록 이 미사 중에 기도하도록 합시다. 아멘.
추천하신 회원님 : 0 명

♡한마디의 아름다운 댓글이  님과 우리 모두의 마음을 풍요롭게 합니다♡ 조회 : 4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