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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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연중5주일(다해):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07-10-14 21:32:3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062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고,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오.....”

왜 뜬금 없이 봄 노래가 튀어나오느냐 하면요. 방랑 시인 김삿갓이 뽀드득 뽀드득 눈길을 걸으며 “발밑에서 봄소리가 들린다”고 한 말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지난 주간 이곳 왜관에는 두 번씩이나 눈이 왔습니다.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는 긴 추위이지만 입춘이 지났으니, 꽃피는 춘삼월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가끔 텔레비전 광고를 보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광고를 볼 수 있습니다.

요즘 병역기피 현상과는 반대로, 군대를 가고 싶어 하는 젊은이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시력이 나쁜 젊은이는 “안보이면 안보인다고 해라”는 친구의 권유를 뿌리치고, 자신이 외운 숫자를 말합니다. 결국 들통이 났지만, “꼭 군대를 가고 싶습니다”라며 자신의 뜻을 밝히는 모습에서 잔잔한 감동이 느껴집니다. 또 “올해는 꼭 아버지의 집에 보일러를 놔 드려야 할텐데...” 하는 광고,/ 일부 수익금을 시골 초등학교 컴퓨터 구입하는데 쓰겠다는 광고,/ 취업에 가까스로 성공한 한 젊은이가 작은 회사라도 열심히 일하겠다고 다짐하는 광고 역시, 힘겨운 세상에 위안과 희망을 전해 주는 광고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광고들의 경우, 당장은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오늘날 사람들의 심정을 잘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인간은 본능적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기다리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힘겹게 살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보며, 밤새 그물질을 하였는데도 고기 한 마리/ 낚아 올리지 못했던 베드로의 절망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베드로는 호숫가에서 고기를 잡아 먹고 사는 어부였습니다. 그는 호수의 어느 곳에 고기가 많으며, 어느 곳에 풍랑이 있는가를 잘 알고 있던 전문가였습니다.

어느 날 베드로는 밤새도록 애를 썼지만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해서 지친 몸으로 그물을 씻고 있었습니다.

그 때 한 사람이 다가와서 베드로에게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치라”고 말했습니다. 이때 베드로는 그 사람의 말이 참으로 어처구니 없게 들렸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고기의 고자도 잘 알지 못하는 문외한이 감히 어부도사에게 참견을 하다니/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베드로에게 예수님의 이 말씀은, 요즘 유행어로 ‘나를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베드로는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니 그물을 치겠습니다” 하고 그물을 치니/ 그 결과는 상상을 초월하는 기적이었습니다. 그 때, 베드로가 그물로 끌어올린 것은, 한낱 고기만은 아니었습니다. 그 고기는 삶에 대한 희망, 미래에 대한 희망이었습니다.


베드로는 예수님 앞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너무나 힘이 모자라고 죄스러운 인간임을 깨닫게 되어, 자신과는 너무나 다른 예수님께 떠나달라고 고백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두려워 하지 마라. 너는 이제부터 사람을 낚을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부족한 베드로를 당신 복음을 선포하는 협조자로 선택하시어, 이제부터 베드로는 깊은 절망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건져 올려 희망을 심어주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참된 신앙인이란, 희망을 일구어, 희망을 전하는 사람들이구나 싶었습니다. 우리네 신앙 선조들이 그 참혹한 핏빛 박해 속에서도 신앙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 나라를 향한 희망을 잃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 희망을 두고 있는 사람들은 험한 세상, 세파에도 쉽게 절망에 빠지거나 포기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우리 삶의 중심에 계심을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종종 사소한 일에도 근심과 걱정, 불안에 휩싸일 때가 있습니다.

우리가 예수님께 희망을 두고 사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에 따라 우리 삶의 방향이 달라지게 됩니다.


예수님께 희망을 두고 사는 사람들은 매순간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따뜻한 미소, 따뜻한 말 한마디를 통해 희망을 전하며 살아갑니다. 작은 노력이지만, 상대방의 마음에는 깊은 울림이 되어, 위로를 전하고, 희망을 심어주게 됩니다.


런던의 랍비 ‘휴고 그린’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의 집단 수용소에서의 생활을 이렇게 회고하였습니다. 아버지와 아버지의 친구분들과 함께 유대인의 명절 “하누카의 저녁”을 보내게 되었는데, 아버지는 수용소에서 좀처럼 구하기 힘든 귀한 버터 기름을 녹이고, 심지를 적셔 촛불을 대신하여 불을 켰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송축 기원을 말씀하시기 전에, 휴고 그린은 왜 이 귀한 버터기름을 먹지 않고 낭비하느냐고 아버지께 따졌는데, 아버지께서는 “사람은 밥을 먹지 않고도 3주간을 살수가 있다. 하지만 사람은 희망이 없이는 살 수가 없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흔히 절망의 끝자락에 보석처럼 매달려 있는 것이 희망이라고 합니다. 끊긴 길 너머에 새로이 펼쳐져 있는 것이 희망입니다. 모든 것이 끝났다 싶을 때 맨 처음 자리로 돌아가 다시 발견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희망입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예수님께 희망을 두고, 우리가 생활하며, 만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작은 희망의 불씨 하나를 심어주는 사람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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