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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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뉴튼 수도원의 원장좌 예속수도원 승격을 축하하면서: 이 시몬 베드로 아빠스 07-10-14 21:30:4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331   
뉴튼 수도원의 원장좌 예속수도원 승격을 축하하면서
뉴튼수도원, 2004. 1. 25 이 시몬 베드로 아빠스

오늘 성 바오로 사도 개종 축일을 맞이하여 이곳 성 바오로 수도원을 왜관수도원의 분원에서 원장좌 예속수도원으로 승격시키게 된 것을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이곳의 우리 수도형제들 그리고 이 수도원을 아껴주는 성직자와 수도자와 신자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이 수도원은 1924년에 시작되었으니, 올해로 80년이 됩니다. 이곳에 수도원을 세운 선배들의 노고에 힘입어 한때는 70-80명의 수도자들이 생활할 정도로 번성했었습니다. 2000년 오딜리아 연합회의 총회에서 뉴튼 수도원이 어려움이 많다는 보고가 있었고, 2001년 봄에 연합회 평의회는 왜관수도원이 이 수도원을 인수해 발전시켜 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제가 2001년 8월에 아빠스로 선출된 다음, 과연 우리가 막중한 일을 수행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2001년 9월 중순에 이곳을 방문하였고, 이곳에서 일하고 계시는 한국 성직자들과 신자들을 만난 다음 왜관에 돌아가 수도원 회의에 정식으로 제안하였습니다.

제가 공동체에 이런 제안을 하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뉴튼 수도원과 왜관수도원의 관계가 깊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첫째는 당시에 아직 병석에 누워계시던 마리누스 수사님이 6.25전쟁 때 흥남철수 작전에서 선장으로 만 사천 명의 피난민을 목숨을 걸고 피난시켰으며, 인류 역사에서 한번의 구출 작전에서 가장 많은 구출을 하였다는 감동적인 사실이었습니다. 이것은 '기적의 배'라는 이름으로 이미 출판되었습니다. 저는 병석에 누워계시던 수사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전했고, 그 기적의 배에 탔던 한 아기가 지금 왜관 수도원에 계시는 강순건 안토니오 신부님입니다. 비극적인 시대에 복음서에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선행이 14,000명의 목숨을 죽음의 위험에서 구했습니다.


이와는 다른 차원에서 지금의 왜관수도원의 뿌리였던 이북 덕원수도원 시절 신 보니파시오 주교 아빠스께서 1940년대에 3-4차례 뉴튼 수도원을 방문하여 경제적인 도움을 받았습니다. 2차대전 동안 경제적 어려움에서 이북의 함흥교구와 덕원수도원은 이곳 뉴튼수도원에서 경제적으로 큰 은혜를 받은 것입니다. 그리고 덕원수도원이 공산당에 의해 해산되고, 독일 형제들은 소위 '죽음의 행진'이라는 순교의 길을 걷고 있을 때, 스위스 분이셨던 이 디모테오 신부님이 이곳 수도원에서 생활하시면서 지금의 왜관 수도원의 설립을 준비하셨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국가적으로나 왜관 수도원 측에서나 너무나 큰 은혜를 받았기 때문에, 가능하면 이곳을 다시 활성화함으로써 받은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 도리라 생각하였고, 왜관 공동체도 이에 동의하였습니다.

저희 공동체가 이런 결정을 하는 데 큰 힘을 얻게 된 둘째 이유는, 뉴욕 대도시와 뉴저지 주에 한국 이민자들이 30만 명 정도 되고, 한인교회가 20여개 된다는 사실, 그리고 한국 수도자들이 이곳에 와서 생활하게 되기를 바란다는 점이었습니다.


왜관 수도원은 2001년 12월 13일 오딜리아 연합회의 주보축일인 성녀 오딜리아 대축일을 기해 전 공동체가 모인 가운데 뉴튼 수도원에 파견할 형제들의 파견식을 거행하였습니다. 그리고 2002년 1월 25일 이곳 수도원의 주보 축일인 성 바오로 개종축일을 기해 왜관 공동체의 분원으로 공식 선포하였고, 지금까지 왜관 수도원의 분원으로 있어왔습니다.


2년이 되는 오늘 기존의 미국 형제 3명과 한국형제 9명과 탄자니아 항가수도원의 1분 형제를 포함해 13명이 한 공동체가 되어 원장좌 예속수도원(Prioratus simplex)으로 승격하게 됩니다. 왜관 수도원은 5개의 분원을 갖고 있는데, 서울 인근에 있는 요셉수도원과 이곳 뉴튼 수도원은 원장좌 예속수도원이고 나머지 세 곳은 그냥 분원입니다.


원장좌 예속수도원이 된다는 것은 앞으로 자립 수도원인 '원장좌 자립수도원'(Prioratus conventualis)으로, 더 나아가 아빠스좌 수도원(Abbatia)으로 되기 위한 전 단계로서, 이곳 원장과 공동체가 수도생활의 상당 부분을 결정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자립수도원이 되기 위해서는 3가지 요건이 구비되어야 합니다. 첫째, 일정한 수도자의 수자가 되어야 하고, 둘째, 자체적으로 수도자 양성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셋째,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 생각에는 양성책임자의 요건과 경제적 자립 여건은 이미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이곳에 지원자가 생기는 것입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뉴튼 수도원이 2년 만에 원장좌 예속수도원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먼저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한국 형제들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인내로이 온갖 협력을 해주신 요엘 아빠스님을 포함해 세 분의 미국 형제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홉 분의 우리 한국 형제들께 감사드립니다. 언어와 생활 풍습을 익히고 적응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헌신적이 노력과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한국 교회 성직자들과 교포 신자들의 기도와 도움에 대해서 감사드립니다. 하느님 안에서 여러분 모두의 이처럼 큰 형제적 사랑과 인내와 협력이 있었기에 오늘이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뉴튼 수도원을 오랫동안 사랑해주시고 도와주신 여러 은인들 모두에게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 하느님 안에서 하느님이 보시기에 좋고 기뻐하시는 수도 공동체가 되도록 함께 노력합시다.


오늘은 사도 바오로의 개종 축일입니다. 그는 한때 그리스도교를 없애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던 바리사이파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첫 순교자인 스테파노의 처형 때 참관하였고, 오늘 제1독서에서 스스로 고백하듯이, 예수님을 믿는 이들을 아애 없애기 위해 다마스커스로 군대를 몰고 가던 사람이었습니다. 예수님은 바로 그런 사람을 당신의 일꾼으로 선택하셨습니다. 이것은 180도로 달라지는 극적인 변화이며 놀라운 회심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그는 사울에서 바오로가 되었고, 이방인들의 사도가 되었습니다. 사도 바오로가 남긴 여러 서간들에 나오는 중심 신학은 '십자가 신학' 즉 십자가에 나타난 하느님의 놀라운 사랑에 대한 신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분은 "나는 주님의 십자가를 위해 모든 것을 쓰레기로 여깁니다."라고 설파하셨고, 또 "나는 오로지 주님의 십자가만을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또 "주님의 수난과 부활이 없었더라면, 나와 여러분이 믿는 믿음도 헛된 것이 되며, 내가 여러분에게 말하는 모든 것이 헛된 것이 될 것입니다."라고 설파하셨습니다. 오늘 제2독서는 '십자가의 어리석음'에 대한 대표적인 고백입니다.


우리 크리스천 모두는 사도 바오로가 그렇게도 감탄했고, 목숨을 바쳐 헌신했던 파스카의 신비를 믿는 사람들입니다. 오늘 이 뜻 깊은 축일에 성 바오로 수도원이 원장좌 예속수도원으로 승격되는 것에 함께 기뻐하고, 그 파스카 신학에 따라 살도록 다짐합시다.


베네딕도회는 '기도하고 일하라.'(Ora et labora)는 영성아래 하루에 여러 차례 공동기도로 하느님을 찬미하고, 땀 흘려 일하면서 생활함으로써 복음을 증거 하는 수도회입니다. 전 세계 베네딕도회 안에 20여개의 연합회가 있고, 우리가 속한 오딜리아 연합회는 포교의 목표를 두고 비 그리스도교 지방에 가서 직접 선교를 맡아왔습니다. 사실 한국에 베네딕도회가 1909년에 들어온 것도 이러한 목적 때문이었습니다. 왜관 수도원은 한국교회 복음화를 위해 많은 활동을 해온 것역시 시대적 상황에 따른 요구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의 선교는 말보다는 증거의 삶을 더 강조합니다. 이곳 뉴튼 수도원도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와 수도자들과 같이 기도하고, 영적인 휴식과 자양분을 얻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보금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지난해 12월 26일 저녁 10시경에 KBS 2의 VJ 특공대라는 프로에서 왜관수도원에 대해 방영되었는데, 최고의 시청률을 올렸다고 합니다. 제 생각에는 아주 평범한 우리 삶의 모습, 기도하는 모습, 주방에서 치즈를 만들고 빵을 굽는 모습, 빨래하는 모습, 수도복을 만드는 모습, 청소하는 모습, 스텐드 그라스를 제작하는 모습 그리고 한 젊은 수도자의 방을 소개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프로를 끝마치면서 아나운서는 "세면대와 앉은뱅이책상을 가지고 기쁘게 살아가는 수도자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는 말이 아마 시청자들을 감동시킨 듯합니다.


왜관 수도원은 베네딕도회 영성을 일반 신자들과 나누기 위해 6년 전에 '봉헌회'(Oblatus)를 시작하였고, 매년 80명 정도씩 모집하여 450명으로 성장하였습니다. 매달 하루 수도원을 방문하여 공동체와 미사를 거행하고, 2시간의 강의를 듣고 생활나누기를 합니다. 각계각층의 사람들로 구성된 봉헌회원들은 모임이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신앙의 활력을 얻어 집으로 돌아갑니다. 저는 이곳 뉴튼 수도원에서도 봉헌회가 시작되기를 바랍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성 베네딕도 규칙에서는 수도원을 "하느님의 집"이라고 하고, 수도원의 모든 물건들은 "제단의 제구처럼 소중하게 다루어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저는 이 말씀에서 많은 점을 생각하게 됩니다. 세례 받은 여러분 모두는 하느님의 자녀들이니, 하느님의 집인 수도원은 여러분의 집이 됩니다. 그러면 여기 사는 수도자들은 무엇입니까? 하느님의 집을 관리하는 일꾼들입니다.

바꾸어 말하자면, 수도원은 수도자들의 집이라기보다는 하느님의 자녀들인 여러분이 아늑하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보금자리가 되어야 하며, 수도자들은 이를 위해 일하는 일꾼인 것입니다. 따라서 여러분은 하느님의 종들인 수도자들이 하느님 아버지의 집을 그분의 뜻대로 돌보고 관리하도록 격려하고 도와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될 때, 이 수도원은 사부 성 베네딕도께서 꿈꾸던 이상적인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2년 전 저희 수도원이 뉴튼 수도원을 인수하게 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뉴욕에서 90Km 떨어진 곳에 60만평이나 되는 땅과 수도원 건물을 공짜로 얻게 되었으니 축하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돈으로 치면 수백만 불 아니 수천만 불을 그냥 얻었다는 경제적 논리입니다만, 저와 우리 공동체는 "하느님의 집"을 과연 잘 돌보고 일으킬 수 있을까 하는 염려와 걱정이 앞섰습니다. 이런 초기의 걱정이 조금은 해소된 듯합니다. 저는 여러분 모두가 뉴튼 수도원을 사랑해 주시고 기도해 주시고 도와주시리라 믿고 또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도움으로 이곳 수도원이 더욱 발전되고, 하느님의 뜻이 이 땅에 이뤄지기를 기도합니다.


끝으로 1960년 마리누스 수사가 "용감한 배" 상 수상식의 연설 중에서 인용한 세 마디 명귀를 소개하겠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은 가장 위대한 로멘스이다.", "하느님을 찾는 것은 가장 위대한 모험이다.", "하느님을 만나는 것은 인간의 가장 위대한 성취이다."

그렇습니다. 한 때 위대한 선장이었던 마리누스 수사가 겸손하게 숨어 지내면서 지녔던 그런 로멘스, 그런 모험, 그런 성취를 우리 모두 이루려고 노력할 때, 14,000명 이상을 죽음에서 구출하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배는 주님이 직접 키를 잡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아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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