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HOME > 자료실 > 오늘의 강론  

  오늘의 강론  
제 목 :  연중3주일(다해)-해외원조주일: 박 블라시오 신부 07-10-14 21:28:3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4764   
연중 제3주일·다해 본원 강론 2004.1.25. (해외원조 주일-구. 사회복지주일)
느헤 8,2-4,5-6,8-10 1고린 12,12-30 루가 1,1-4;14-21


미사 도입말

한국교회는 1993년에 이르러, 받기만 하던 교회에서, 드디어 해외에 원조를 제공하는 교회로 변모되기 시작하였습니다. 10년의 그 성과를 평가하며, 주교회의에서는 신자들의 해외원조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하여 ‘사회복지 주일’을 ‘해외원조 주일’로 명칭을 바꾸기로 하고, 그 첫해를 맞이하였습니다.


또한 미국 뉴저지주의 뉴튼 수도원은 우리 수도 형제들이 선교 파견되어 공식적으로 2주년이 되는 오늘, 원장좌 예속 수도원으로 승격이 됩니다. 이 또한 새로운 형태의 나눔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나눔이 무엇일까 생각하며, 우리의 부족한 사랑을 하느님께 용서 청하며, 이 거룩한 신비를 합당하기 거행하기 위하여 우리의 부족함을 반성하도록 합시다.

---------------
강론

오늘은 연중 제3주일이고, 주교회의에서는 1월의 마지막 주일을 ‘해외원조주일’로 정하고, 해외원조를 위하여 특별 헌금을 실시합니다. 작년 가을 주교회의에서는 93년부터 실시하던 해외 원조사업에 신자들의 관심을 더 불러일으키기 위하여 이름을 ‘해외원조주일’로 바꾸어 실시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바울로 사도는 교회에 대한 아주 훌륭한 표상을 우리에게 깨우쳐줍니다.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으로 이야기합니다. 몸은 하나이지만 많은 지체를 가지고 있듯이 우리 모두는 한 성령으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고, 한 성령을 받았습니다. 손이나 발 뿐만 아니라, 눈, 코, 입, 귀 등, 이 모든 것들이 모여서 우리의 몸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부분이 더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고, 어떤 지체 할 것 없이 우리 몸에 꼭 필요하고, 소중한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의 고향인 울릉도는 뱀이 없고, 도둑이 없고, 거지가 없는 삼무(三無)의 섬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간혹 육지에서 들어온 거지가 몇 주 혹은 몇 달 동안 이 동네 저 동네를 걸식하며 돌아다니기는 합니다. 제가 어릴 때, 여름 어느날, 식구들이 마루에 앉아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꾀죄죄한 얼굴을 한 내 또래의 꼬마가 우리집 마당에서 우리 식구들이 식사를 하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부모님들은 자연스럽게 밥을 한 공기 더 퍼고, 수저를 놓고는 그 애도 마루에 걸터 앉도록 하고 한끼 밥을 대접하였습니다.

나는 그때 그애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으며 잔뜩 불편했었고, 속으로,, “얘가 먹은 숟가락을 내가 저녁에 먹을 수도 있겠다”는 불쾌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부끄럽습니다. 그의 겉모습을 보고, 벌써 나는/ 나와 그 애를 구분하여 놓고, 그를 거부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밥을 대접하는 부모님의 속마음도 그때는 이해하지 못하였습니다.



오늘날 지구촌의 모습을 보면, 인류가 하나임을 믿을 수 없을 만큼 불평등과 빈곤의 그림자로 짙게 그늘져 있습니다. 전 세계 60억 인구 중 10억 이상이 굶주리고 있지만, 전세계 식량 생산량의 40%는 잘사는 나라의 가축사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가장 잘 사는 나라 20%가 소비하는 물질의 양은 86%에 달하는데 비해, 가장 못사는 나라 20%는 단지 1.3%만을 소비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 부자 세 사람의 재산을 합치면 가장 못사는 나라 48개국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친 것보다 많다고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나자렛 회당에서 당신의 첫 설교를 하시며, 당신의 사명은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묶인 이들에게 해방을 알리고, 눈먼 사람들을 보게 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며,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이 말씀이 “오늘, 이 자리에서” 이루어졌다고 선포하십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한 몸의 지체입니다. 또한 예수께서 말씀하셨듯이‘오늘 이 자리에서’구원의 신비가 이루어지도록 협력하는 사람들입니다.


마더 데레사께서는 ‘오늘날 가난한 사람들이 왜 굶주림으로 죽어가는가에 대하여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누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왜 나누지 못하느냐 하면, 사랑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내가 가진 일정한 수준의 기호를 포기하고, 나에게 익숙한 소비형태를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나눈다는 것은 어렵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더욱더 나누는 것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언제가 수도원 식당 독서로 들었던 어떤 나눔의 이야기가 생각이 납니다.// 오늘날에도 세끼를 걱정하는 아이들이 없지는 않지만, 한 때 우리나라에도 학교에 도시락을 싸올 수 없는 학생들이 아주 많을 때가 있었습니다. 점심시간이 되면 운동장 한 귀퉁이에 앉아 있거나, 물을 배부르도록 마시기도 하였습니다. 가난했지만 자존심이 있었기에, 밥을 굶더라도 친구들에게 함께 나누어먹자는 소리도 하지 않았고, 나누어줄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어느날 반장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반장은 집에서 큰 양푼이를 가져와서, 점심시간에 “얘들아 오늘은 우리 비빔밥 해 먹자!!”하고 친구들의 의견을 구했습니다. 그러자 얘들은 즉시 반장의 뜻을 알아채고, 각자의 밥과 반찬을 양푼이에 넣고 신나게 비볐습니다. 그리고, 도시락을 가져오지 않는 친구들까지 모두 불러서 비빔밥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학교 졸업할 때까지 그 양푼이 비빔밥은 계속되었고, 3~40년이 지나서도 친구들이 만나면 그 양푼이 비빔밥 이야기를 한다고 합니다.


남을 돕는다는 것은 많은 돈이나 시간, 노력을 필요로 하지는 않습니다.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노인마을에 가면 90세가 넘은/ 일명 9학년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홉 분이 계십니다. 그리고 80세를 넘기신 분이 절반을 넘는다고 합니다. 식사 시간, 성당에서 기도하는 시간이 되면 거동이 불편한 분들을 휠체어에 태워 식당으로, 성당으로 모시고 가는 백발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바로 나눔이 무엇인지, 한 몸을 이룬다는 것이 무엇인지 몸으로 보여주시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가진 돈 800원이면 방글라데시에서 쌀 1kg을 살 수 있고, 1,000원이면 북한에서 5인 가족의 하루 양식을 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나누는 작은 것이 아프리카나 아시아, 남미의 가난한 나라들에 가서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기적을 만들어냅니다.

주교회의에서 운영하는 한국 까리따스에서는 10년동안 해외의 굶주리는 이들을 돕기 위하여 100억원 정도를 지원했다고 합니다. 신자수 400만으로 나눈다면, 신자 한 사람당 1년에 대략 250원을 봉헌한 셈이라고 합니다.


가난한 이들의 생존에 꼭 필요한 물건들을 주는 것은, 그들에게 우리의 것을 선물로 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것을 돌려주는 것이라고 교회는 우리에게 일깨워줍니다. 이는 우리가 자비의 행위를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정의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통받고 있는 형제들도 우리와 같은 몸을 이루고 있음을 생각하며, 그들의 아픔에 함께 참여하도록 합시다. 오늘 봉헌금은 모두 이들을 위하여 사용됩니다.
추천하신 회원님 : 0 명

♡한마디의 아름다운 댓글이  님과 우리 모두의 마음을 풍요롭게 합니다♡ 조회 : 47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