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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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대림4주일(다해): 허 로무알도 신부 07-10-14 21:26:1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296   
대림 제4주일 (다해) 강론 (03. 12. 21)
제1독서: 미가 5,1-4ㄱ
제2독서: 히브 10,5-10
복 음: 루가 1,39-45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어느덧 대림초의 마지막 불을 밝혔습니다. 이는 전례적으로 대림 제4주일에 들어섰음을 의미합니다. 대림초는 주님의 오심을 상징적으로 나타내 줍니다. 교회는 대림초의 빛을 점차적으로 밝힘으로써 빛이신 주님이 점차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심을 표현합니다. 우리는 이제껏 주님을 기다렸고, 이제 그분의 탄생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기다림은 참으로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희망과 기쁨을 안겨 줍니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어떤 기다림은 기쁨과 희망 대신 슬픔과 절망을 가져다주기도 합니다. 무엇을 기다리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기다림의 대상을 잘못 설정하면 깊은 좌절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일확천금이나 권력과 같은 것을 꿈꾸는 것입니다. 그 결과는 흔히 가사를 탕진하고 패가망신으로 끝나게 됩니다.

우리는 대림시기를 흔히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시기라고 합니다. 이 시기에 우리가 기다리는 대상은 분명합니다. 우리는 주님을 기다립니다. 그러나 왜 기다립니까? 그분의 오심이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닙니까?

우리가 예수를 기다리는 첫 번째 이유는 그분이 빛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어둠을 몰아내는 빛이십니다. 그 빛은 온갖 시련과 고통, 죄와 죽음의 속박에서 우리를 자유롭게 합니다. 그래서 그분을 기다립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미가 예언자는 유배 중이던 이스라엘 백성에게 그들을 구원할 새로운 목자를 예언합니다. 그 목자로 인하여 그들이 평화를 누리게 되리라고 합니다(미가 5,4 참조). 여기서 우리는 이스라엘 백성을 죄와 죽음의 지배 하에 있는 사람들, 역경 중에 있는 이들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님은 이들을 어둠의 권세에서 건져주실 참된 빛이십니다.

우리는 늘 불안과 걱정 속에서 살아갑니다. 지금 우리는 사회, 정치, 경제 전반에 걸쳐 참으로 어둡고 암울한 현실에 처해 있습니다. 또한 미래에 대한 불안, 살아갈 걱정, 자녀에 대한 걱정 등이 우리를 짓누르기도 합니다. 세계적으로는 전쟁과 폭력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참으로 기쁨과 희망이 없어 보이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구세주가 절실히 필요한 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참된 빛이신 주님께서 오시어 우리 마음의 모든 어두움을 몰아내 주실 것입니다.

빛이신 주님은 우리 기쁨의 원천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그분을 기다리는 두 번째 이유이기도 합니다. 특별히 오늘 복음이 이 점을 잘 드러내 줍니다. 기쁨은 마리아의 엘리사벳 방문 사화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입니다. 루가는 두 어머니가 만나는 기쁨과 또한 주님의 어머니, 마리아의 목소리를 들은 세례자 요한의 기쁨을 전하고 있습니다. 세례자 요한의 기쁨에서 계약의 궤가 도착하자 춤을 추었던 다윗의 기쁨을 연상하게 됩니다. 당시 계약의 궤는 하느님 현존의 표지였습니다. 요한은 마리아가 태중에 주님을 모셔왔기 때문에 기뻐합니다. 마리아와 예수의 현존으로 인해 기뻐하는 세례자 요한 안에서 신약을 기다리고 받아들이는 구약이 묘사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엘리사벳은 구세주를 기다리고 그분의 오심을 기뻐하는 인류 전체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육이 되신 하느님의 아들은 기쁨의 원천이 됩니다.

그러나 주님은 아무에게나, 아무 때나 오시지 않습니다. 마냥 기다린다고 오시지 않습니다. 준비가 된 사람에게, 또 준비가 되었을 때 오십니다. 그래서 대림시기는 주님의 오심을 준비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준비하는가? 마리아는 이에 대해 우리에게 훌륭한 모범을 제시해 줍니다. 곧, 신앙과 겸손의 모범입니다.

마리아는 하느님의 약속을 믿었기 때문에 엘리사벳의 칭송을 받습니다. “복되도다. 믿으신 분. 주님이 해 주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니!”(루가 1,45). 이러한 칭송은 이 기다림의 시기에 우리로 하여금 신앙에 대해서 숙고하게 합니다. 마리아의 신앙은 하느님 약속에 동의하는 행위를 통해서 드러납니다. 만일 마리아가 주님의 약속을 믿지 않았다면, 하느님의 은총을 잉태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마리아의 신앙은 더 나아가 엘리사벳을 방문하는데서 드러납니다. 그 여행은 실제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촌에 대한 배려에서 이루어진 여행이었습니다. 그러나 또한 하느님께서 다른 사람들 안에서 이루시는 일을 관상하러 가기 위한 여행이기도 합니다. 두 여인은 모두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른 것에 대해서, 즉 하느님께서 행하신 바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이는 참된 신앙인의 자세를 잘 보여줍니다. 자기 자신에게서 벗어나 타인에게로, 하느님에게로 향하는 자세입니다. 우리는 너무도 자주 우리 자신 안에 머물러 있습니다. 우리의 모든 관심과 생각이 우리 자신에게 너무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분명 참된 신앙인의 모습은 아닐 것입니다.

마리아의 신앙은 또한 우리에게 ‘야훼의 가난한 이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다시 말해, 하느님만을 신뢰하고 그분이 이루시는 일을 식별할 줄 아는 겸손한 이들을 생각게 합니다. 겸손은 신앙의 토대입니다. 겸손 없이 신앙도 불가능합니다. 하느님은 겸손하게 당신의 약속을 믿은 마리아를 당신 구원 계획의 실현 도구로 택하셨습니다. 마리아의 신앙과 겸손을 통하여 하느님의 은총이 온 인류에게 전해졌습니다. 한 겸손한 여인의 신앙을 통하여 우리에게 구세주가 오셨습니다. 기쁨이 우리에게 주어졌습니다. 따라서 신앙과 겸손으로 주님의 오심을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역시 마리아처럼 하느님의 은총을 우리 안에 잉태하여 사람들에게 전해야 할 것입니다. 마리아는 자신을 비워 그 안에 하느님의 은총으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우리가 비우면 비울수록 그 빈 공간은 하느님의 은총으로 채워질 것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대림시기는 무엇보다 마리아와 같은 이러한 내적 준비를 통해 우리가 멀어졌던 하느님께 되돌아가는 시기입니다. 우리는 모두 하느님을 향한 내적 여정에 있습니다. 그러나 번번이 그분으로부터 멀어집니다. 다시 말해 궤도이탈을 하게 됩니다. 우리의 인간적 나약함으로 인해 매번 넘어집니다. 우리의 교만과 불신앙에 그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우리는 계속해서 궤도수정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겸손과 신앙으로 무장하여 하느님께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기다림의 참된 의미일 것입니다.

기다림이란 결국 겸손과 신앙으로 주님의 오심을 준비하고 우리가 멀어졌던 하느님께 되돌아감을 뜻합니다. 주님은 우리 빛이시며 기쁨의 원천이시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러한 노력을 경주할 때 주님의 오심은 참된 의미를 지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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