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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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대림3주일(다해): 박 블라시오 신부 07-10-14 21:25:1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545   
대림 3주일 - 다해 2003.12.14.

1독서: 스바니야 3,14-17 2독서: 필립비4,4-7 복음: 루가 3,10-18


도입

대림 3주인 오늘은 곧 오실 주님을 기다리는 기쁨의 주일이며, 한국교회가 정한 자선주일이기도 합니다. 예수님을 기다리고 있는 우리는/ 나눔과 자선을 통하여 예수님을 만나는 기쁨을 얻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 거룩한 신비를 거행하기 위하여 우리 자신을 돌아보도록 합시다.


강론

오늘 전례는 우리를 ‘기쁨’에로 초대하고 있습니다. 입당송은 ‘주님께서 오실 날이 가까웠으니, 주님과 함께 언제나 기뻐하여라’ 라고 노래합니다. 스바니야 예언서의 1독서는 ‘환성을 올려라, 마음껏 기뻐하며 축제를 베풀어라’라고 말합니다. 제2독서인 필립비서에서는 ‘주님과 함께 항상 기뻐하십시오. 거듭 말합니다. 기뻐하십시오. 주님께서 오실 날이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하고 말합니다.


오늘 전례는 이러한 기쁨을 주제로 하기 때문에 ‘장미주일’ 혹은 ‘기쁨의 주일’이라고 합니다. 앞에 놓인 대림초에서, 그리고 사제의 제의 색깔에서 이러한 기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대림 3주일은 한국 주교회의에서 ‘자선 주일’로 정하여,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돌아보도록 권고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기다림과 자선이라는 주제를 생각하다보니, 작곡가 헨델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헨델은 독일에서 태어났고, 이탈리아에서 음악을 공부했고, 이십오세(25세)에 영국으로 건너가서 생의 대부분을 그곳에서 보냈습니다. 성탄이나 연말, 부활절에 열리는 자선 음악회에서 가장 자주 연주되는 곡이 헨델의 ‘메시아’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헨델이 오라토리오 ‘메시아’를 작곡한 것은 그의 나이 56세가 되던 해였습니다. 30여 년 동안 영국 귀족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작곡하며 승승장구하던 그였지만, 이 시기는 그에게 가장 절망적인 시기였습니다. 더 이상 사람들이 그의 음악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그는 한물 간 음악가로 치부되었습니다. 새로 작곡하는 곡마다 실패를 거듭하였고, 그 결과로 많은 빚을 지게 되었습니다. 매일 빚쟁이들의 독촉에 시달렸고, 그를 시기하는 사람들은 공연이 있을 때 마다 찾아와서 연주를 방해하였습니다. 몸의 오른쪽 부분에 마비가 와서 펜을 들 수도 없다가, 겨우 회복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그에게 구세주에 관한 성서 구절들을 사용하여/ 자선공연에 사용할 곡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이 들어왔습니다. 어느날 저녁 촛불을 밝혀 놓고 작업을 시작하였는데, 24일 동안 어떤 영감(靈感)에 사로잡혀, 때로는 눈물을 흘리며, 잠자고 먹는 것도 잊은 채 작업에 몰두하였습니다. 275페이지에 달하는 악보가 모두 완성되었을 때 그는 기진맥진하여 침대 위에 쓰러졌다고 합니다.


이 곡은 자신을 실망시킨 런던에서가 아니라,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초연되었습니다. 그는 수익금을 극빈자 구호 병원과 재소자 구제협회에 기부하였습니다. 첫 공연이 있은 2년 후부터 그는 매년, 자선을 목적으로 ‘메시아’를 연주하였습니다. 그의 생애 마지막 순간도 이 ‘메시아’를 지휘하다가 쓰러졌고, 그의 사망일은 더블린에서 이 곡을 초연한 바로 그 날이었습니다.


어떤 비평가들은 헨델이 그렇게 종교적으로 열심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오로지 돈 때문에 이 곡을 작곡했다고 폄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후 헨델이 보여준 삶의 모습은 이 곡을 통하여 어떤 다른 세상을 만난 사람의 모습으로 살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승승장구 할 때가 아니라, 가장 비참한 상황까지 떨어졌을 때 비로소 자신의 구원자를 만났고, 또 옆에 지나쳐가던 무수한 가난한 이웃 형제들을 생각할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자선주일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깨닫고, 우리가 받은 사랑을 고통 받는 다른 사람들과 나누도록 일깨우기 위하여 제정된 날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가장 힘없는 아기의 모습으로, 누추한 곳을 통해 오셨습니다. 대림 시기는 이러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시는 주님을 맞을 준비를 하는 시기입니다.


주님을 맞이할 방법 중에 중요한 것이 오늘 복음에서 말하는 대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세례자 요한은 당시 자신에게 세례를 받으러 오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속옷 두 벌을 가진 사람은/ 한 벌을 없는 사람에게 주고, 먹을 것이 있는 사람은/ 남과 나누어 먹어야 한다. 또 세금을 거두는 사람은 정한 대로만 받고, 군인들은 남을 협박하거나 속임수를 써지 말고, 자기가 받는 봉급으로 만족해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이제 성탄 축제가 10여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연말이라는 사회적 분위기에 편성하여 흥청망청하며 주님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우리 주위를 돌아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신문에, 누군가 구세군 냄비에 3천7백만원을 넣고 갔다는 이야기가 보도되었습니다. 자신의 이름이 드러나지는 않지만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필요한 곳에 쓰이리라는 믿음을 갖고 그렇게 한 듯 싶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이 있기에 우리의 사회가 푸근해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처지대로 "자비를 베푸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베네딕도 성인도 규칙서 4장 ‘착한일의 도구’에 대하여 말씀하시며, ‘가난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라/ 헐벗은 사람을 입혀주라/ 병자를 방문하라/ 죽은 이를 장사지내라/ 시련중에 있는 사람을 도와주라/ 슬퍼하는 사람을 위로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 ‘남을 도와준다는 것은 무엇인가?’ 하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형제들을 도와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자선이나 도움을 머리로써만이 아니라, 내 삶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도움을 줄 수 있고, 도움을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면, 이것은 우리를 기쁘게 하는 일입니다. 다시 오실 주님은 알곡과 쭉정이를 갈라놓을 것입니다. 내가 가진 것들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나누어 주었을 때, 나 자신도 쭉정이가 아닌 알곡이 됩니다. 이러한 나눔의 신비를 묵상하며, 주님의 오심을 기쁘게 준비하도록 합시다.


오늘 수도원 봉헌금은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에 보내져서 가난한 이들을 위해서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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