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요즘 몇 가지 문제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밤잠을 설칠 때도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살기 어떻습니까?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참 힘드시죠? 우리 사회를 봐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자신의 성격이나 환경, 돈이나 아이들 교육 문제 때문에 많은 사람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요즘 들어 20, 30대 사람들이 많이 자살하고 있습니다. 진짜 문제입니다. 인간의 한계가 요즘처럼 크게 문제가 된 때가 없는 것 같습니다.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는 정말 힘든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이 세상에 던져진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왜 이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는가’, ‘왜 내가 이 모양 이 꼴로 내 한계성 때문에 신음하면서 살아야 되는가’ 고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고민은 어떻게 보면 무의할 뿐입니다. ‘내가 왜 이렇게 살지’ 하고 고민하는 동안 이미 오늘 내 인생은 속절없이 지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내가 살아있는다는 사실이 중요하고 이를 기반으로 하여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삶을 지금 여기서 잘 살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이 삶의 중심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 자신의 나약성, 우리 자신의 한계성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 수도원 피정집은 이번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적어도 40년 이상 된 큰 나무가 여러 그루 쓰려졌습니다. 쓰러지고 상한 나무를 치우는 데만 많은 돈과 시간이 들었습니다. 근데 쓰러진 나무를 보니 모두 하나같이 뿌리가 나무 등치에 비해 너무나 작았습니다. 뿌리가 깊지 못해서 모진 바람에 자기 하중을 견디지 못해 쓰러진 것이었습니다. 우리 역시 우리 자신들을 볼 때 뿌리가 그리 깊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살아갈 내 삶의 중심, 내 삶의 뿌리를 어디에 두어야 하겠습니까. 여기 있는 우리는 모두 그리스도인입니다. 그리스도인이란 간단히 말해 예수 그리스도를 인생의 중심으로 모시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중심은 우리의 뿌리는 바로 그리스도 이분밖에 없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참다운 뿌리일 때 우리는, 때때로 찾아오는 모진 고난과 아픔과 좌절을 견딜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이, 어떤 사람이 예수님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낸다고 해서 그 사람을 막았고 또 그 사실을 주님께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주님께서 ‘막지 마시오. 내 이름으로 기적을 행하고 나서 곧 나를 욕할 사람은 없습니다’ 하고 말씀하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저는 특히 예수님의 이름이 지닌 그 놀라운 능력에 눈길이 갔습니다. 한 사람의 이름은 그 사람의 외모, 성격, 개성, 자질, 능력 등 그 사람 전체를 뜻합니다. 예수님의 이름은 예수님 자신을 뜻합니다. 이 세상 어느 누구의 이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이름이 예수님의 이름입니다. 이 분의 이름이 하느님의 힘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기도 끝에 항상 예수님의 이름을 부릅니다. 세보지 않았지만 하루에도 몇 십번, 아니 백번 이상 부르는 같습니다. 그렇지만 제 경험을 보더라도, 너무 자주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니까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습관처럼 되뇌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어떤 때는 하느님의 이름이 참으로 크고 강하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매일 성무일도 바치는 우리 수도원 봉헌회 회원 한 분이 저에게 이런 고백을 했습니다. “내가 감히 하느님의 이름을 입에 담을 수 있구나. 온 우주의 떨림 안에 내가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예수 그리스도” 이 이름밖에는 우리를 구원할 이름은 이 세상에 결코 존재하지 않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참답게 부르는 사람은 그리스도를 삶의 뿌리로 하고 사는 사람입니다. 이처럼 하느님의 이름을 참으로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굳건하고 강인한 그리스도란 뿌리를 지닌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인생의 모진 비바람이 몰아칠 때 가지는 흔들리고 약간 부러질지는 몰라도 결코 넘어지지는 않는 나무와 같습니다.

하느님의 이름을 참으로 소중히 여기고 예수 그리스도를 뿌리로 하여 굳건히 서 있는 사람은 동시에 다른 사람의, 옆 사람의 이름도 소중히 여깁니다. 하느님을 섬긴다고 하지만, 이웃의 이름은 아무 생각 없이 함부로 부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다시 말해서 남의 말을 많이 합니다. 강론을 하고 있는 저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하나입니다. 저는 남을 살리는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그 사람을 죽이는 말을 많이 합니다. 사실 제 형제자매를 험담하는 사람은 누워서 제 얼굴에 침 뱉는 사람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 역시 남의 말을 합니다. 옆에 있는 형제자매의 이름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그 형제자매의 장점과 단점을 인정해주는 것이고, 하느님의 이름으로 그 사람의 가능성과 아름다움을 키워주는 것입니다.

제1독서에 들은 바대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주님의 영을 청해야겠습니다. 성령께서 우리에게 넓은 마음, 이해하는 마음, 긍정적인 눈으로 다른 이를 바라보는 마음을 주십니다. 베네딕도 성인은 “수도생활에 나아감에 따라 마음이 넓어지고 사랑의 감미로써 주님의 계명 길을 달릴 수 있다”고 우리에게 희망을 줍니다. 이런 희망을 마음에 품고 사는 수도생활은 때로는 힘들지만 참으로 멋진 삶입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님, 때로는 신뢰가 약해지기도 하지만, 우리는 당신 이름의 힘으로 살면서, 당신의 성령이 우리 안에 도움이요, 위로자로 계심을 명심하려 합니다. 우리는 그분의 목소리를 듣지만, 그것이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릅니다. 바람처럼 성령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에게 다가오는 하느님의 숨결입니다. 매 순간 내 마음을 당신 손길에 맡기면서 내 기도가 아무리 보잘 것 없어도 근심하지 않으렵니다. 주님, 당신은 내가 비록 깨닫지 못해도 내 안에서 밤이나 낮이나 기도하는 분이십니다. 당신 안에 깊이 뿌리박고 싶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