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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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연중21주일(나해): 박 블라시오 신부 07-10-14 15:06:0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639   
연중 21주일(나해) 본원 강론 복음: 요한 6,60-69

우리는 살아가며 많은 선택을 하며 삽니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나의 선택이 아니었지만, 그 이후 우리 자신의 일생은 하루 하루 선택의 나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때때로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있고, 때로는 대수롭지 않게 선택한 것이 중대한 결과로 나에게 다가올 때도 있습니다. 어떤 선택은 한번으로 끝나는 것일 수도 있는 반면에, 어떤 선택은 일생을 바꾸는 무게감을 지닌 것도 있습니다.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만, 김수환 추기경님의 일화가 생각이 납니다. 추기경님이 소신학교에 다닐 때 신학교 생활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리고, 어머니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또 형님이 먼저 신학교에 가셨기 때문에 한사람만 신부되면 되지, 나까지 신부가 되어야 하나! 하는 회의가 들기도 했다고 합니다. 어느날 신학교를 떠나야겠다고 결심하고, 지도신부님을 찾아가서 “제가 신학교에 온 것은 제가 오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고, 어머니가 가라고 해서 온 거고, 두려운 마음도 들고 해서 저,, 신학교 나가야겠습니다” 하고 말했다고 합니다.

지도 신부님이“신부되고 싶다고 되는게 아니고 되기 싫다고 안되는게 아니다. 나가!!”하고 고함치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추기경님이“방에서 나가라는 겁니까? 신학교에서 나가라는 겁니까?” 하고 물으니,“이방에서 나가!”그러더랍니다. 그런 고비를 하나 넘으면서 계속 신학교에서 살수 있었다고 합니다. 개인적인 작은 선택의 순간이었지만, 한국 교회 전체를 생각해 볼 때 정말로 중요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와 복음에서도 중대한 선택의 현장을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모세의 인도로 이집트를 탈출하여 40년 동안 광야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가나안 땅에 도착합니다. 모세는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 전에 죽었기 때문에, 여호수아의 인도로 이스라엘 백성은 가나안 땅을 정복해 나갑니다. 여호수아는 가나안 땅을 정복하고 나서, 온 이스라엘 백성들을 세겜으로 불러놓고 묻습니다. 앞으로‘아브라함과 그들의 조상들이 섬기던 야훼 하느님’을 섬길 것인지, 아니면 지금 들어와 살고 있는 가나안 땅의 신인 바알을 섬길 것인지 선택하도록 하였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입을 모아 자신들을 이집트 땅 종살이에서 이끌어 내고, 광야의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들을 인도하신 야훼 하느님을 섬기기로 약속을 합니다. 시나이산에서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이 계약을 맺었던 것을, 다시 장엄하게 갱신하였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가나안 땅에 들어와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면서,, 풍요로운 소출을 약속하는 바알 신에 빠져 정신없이 생활하던 것을 청산하고, 야훼 하느님께로 돌아가겠다는 중대한 선택을 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을 따르던 많은 제자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돌아서서 떠나버립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하늘에서 내려 온 생명의 빵’으로 소개하며, 자신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지 않으면 아무도 영원한 생명을 누릴 수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그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많은 제자들이 예수님을 버리고 떠나갑니다. 예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그것이 그대들을 걸려 넘어지게 합니까?” 다른 말로 바꾼다면, “그것이 그대들에게 그렇게 스캔들입니까?”


그리고 열두 제자들에게도 묻습니다. “그대들도 떠나가고 싶습니까?”
예수님의 이 질문에 시몬 베드로는‘예수님은 하느님께서 보내신 거룩한 분으로 영원한 생명을 주는 말씀을 지닌 분이시기에 결코 떠나지 않겠습니다’하고 맹세합니다.“주님 우리가 누구에게로 떠나가겠습니까? 주님은 영원한 생명의 말씀을 가지고 계십니다.”


예수님을 따라다니던 많은 제자들은 세상의 지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천상의 것’에 관한 가르침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예수를 떠나갔습니다. 그들은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빵의 기적을 체험하였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 영원한 생명의 빵이며, 우리를 천상으로 인도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는 없었습니다.


우리도 신앙 생활의 여정에서 예수님의 말씀을 받아들이기 힘들 때가 있습니다. 말씀을 따르는 것이 언제나 나에게 기쁨과 마음의 평안과, 어떤 이익을 가져다준다면 훨씬 쉽게 따를 수 있겠지만, 때로는 어렵고 힘든 십자가의 삶을 받아 들어야 하기 때문에 결코 그 말씀대로 살아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예수님을 따르고, 그 말씀을 따라 산다는 것은 부활의 영광스러운 삶에로 초대받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예수께서 걸으신 십자가의 길조차 받아들이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국 교회의 역사 안에는 수없는 박해 속에서도 신앙을 지킨 신앙의 선조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신앙을 지켰고, 신앙 때문에 삶의 어려움은 아랑곳하지 않고 첩첩산중에서 어렵게 어렵게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신앙 때문에 자신의 목숨을 바쳤습니다. 이 분들은 신앙의 길을 선택했고, 삶 전체를 통하여 자신을 변화시켰습니다.


저는 강론을 준비하며, 아하!! 하느님이 일하시는 방식이 이런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느님은 결코 우리에게 어떻게 하도록 강요하시지 않습니다. 하느님은 각 사람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하시면서 우리가 올바른 삶을 살아가도록, 하느님의 말씀을 따라서 살아가도록 부르고 계십니다.


“그대들도 떠나가고 싶습니까?”하는 예수님의 말씀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끊임없이 메아리치고 있습니다. 또한“주님은 영원한 생명의 말씀을 가지고 계시는데, 우리가 누구에게로 떠나가겠습니까?”라고 응답했던 시몬 베드로의 말 역시 오늘날 우리가 해야 할 응답이기도 합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응답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우리가‘아니오’라고 한다면, 우리는 하느님의 그 부르심을 무효화시키고 맙니다. 우리가 이 부르심에 응답하여“예”라고 대답한다면 하느님은 우리를 당신의 협조자로 사용하십니다. 아오스딩 성인은 고백록에서 말하고 있습니다.“하느님은 부르시고 지르시는 소리로 절벽이던 내 귀를 트이게 하시고, 비추고 밝히시어 나의 눈멀음을 쫒으셨습니다. 늦게야 님을 사랑했습니다”


우리는 매순간 선택을 합니다. 그 선택의 순간이 하느님께서 우리를 부르시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힘든 말씀이라도 신앙 안에서 받아들이며 “예”라고 대답할 수 있는 은혜를 청하도록 합시다. “주님은 영원한 생명의 말씀을 가지고 계시는데, 우리가 누구에게로 떠나가겠습니까?”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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