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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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연중20주일(나해): 김 에바리스도 신부 07-10-14 00:36:1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115   
2003.8.17 연중 제 20 주일 (본원 강론: 김 에바리스도 신부)

잠언 9장 1-6절 // 에페소서 5장 15-20절 // 요한 복음 6장 51-58절


조금 전에 우리는 요한 복음 6장의 “생명의 빵”에 관한 담화의 결론 부분을 들었습니다. 오늘의 복음은 특히 “최후만찬”이야기와 연관되어 있으며, 성체성사에 대하여 더욱 명확히 언급하고 있습니다. 생명의 빵에 관한 예수님의 담화는 매우 분명합니다. ‘성체성사’의 신비는 세상을 위하여 당신 아드님을 내어 주신 하느님 사랑의 신비라 하겠습니다.

일찍이 예언자 이사야는 “아, 구원을 베푸시는 이스라엘의 하느님! 정녕 당신께서는 자신을 숨기시는(감추어 계신) 하느님이십니다.”(45장 15절) 라고 고백했습니다. 실로 하느님은 당신의 창조물 속에 숨어 계시고, 인간의 역사 속에 숨어 계시고,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 속에 숨어 계시고, 오늘 복음에서처럼 성체성사의 신비 속에 숨어 계시는 분이십니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입니다. 그리고 내가 줄 빵은 세상의 생명을 위해 주는 내 살입니다.”(요한 6장 51절). “내 살은 참된 음식이요 내 피는 참된 음료입니다.”(요한 6장 55절). “이 빵을 먹는 이는 영원히 살 것입니다.”(요한 6장 58절 b).

매일 주님의 식탁에서 생명의 말씀을 듣고 생명의 빵을 받아 모시는 ‘영원한 생명의 길’로 부르심을 받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겠습니까? 무엇보다도 우리는 숨어 계시는 하느님께 사랑의 시선을 집중하기를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몇일 전에 저의 한 친구 수도자가 단숨에 읽고 너무 감동적 이야기라면서 보내 준 <<사랑, 그것은 내 최후의 주먹>> --상처입은 어린 시절: 분노에서 용서로 –란 자서전에 관해서 잠시 나누고 싶습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팀 게나르는 1950년 말에 태어나서 지금은 결혼하여 네 명의 자녀를 두었으며, 그는 현재 프랑스 동서쪽 지방에 위치한 그의 농장에서 꿀벌을 치며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다고 합니다.

팀 게나르의 어머니는 16살에 그를 낳고 3년 후인 그가 세 살 때 새 남자를 만나자 그를 막다른 시골길의 전봇대에 꽁꽁 묶어 두고 떠났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어머니가 떠나 버리자 알코올 중독자로 변해서 정신이 이상해졌습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는 그를 너무나도 심하게 두들겨팼습니다.

그래서 다섯 살에 고아원 생활을 시작합니다. 보모가정인 한 여자 농사꾼 집에서 4명의 다른 고아들과 함께 지내던 중 너무도 배가 고파서 그 악독한 보모가 다니던 성당의 감실 안의 성체를 훔쳐서 허기진 배를 채우기도 합니다. 나중에야 그 성체는 세례받은 신자들만 받아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양아버지를 만나 농가에서 행복하게 지내다가 불행하게도 그 주인의 조카가 불장난을 치다가 큰 화재를 내게 됩니다. 그 누명을 다 뒤집어쓰고 소년원에 가게 됩니다. 소년원에서 온갖 학대와 모욕을 받았습니다. 그는 그기서 폭력과 증오를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지옥과도 같은 소년원에서 견디지 못하고 탈출하여 큰 도시 파리로 가게 됩니다. 거기서 그는 창녀들을 등쳐먹는 하수인도 되고, 몽파르나스에서 기둥서방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다시 잡혀서 소년원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러나 천우신조로 그는 참으로 자비로운 여판사의 배려로 자유의 몸이 됩니다. 이때가 열 다섯살 하고도 육개월이라 열여섯살이 되기까지 6개월을 기다릴 수 없어서 그 여판사의 도움으로 공화국 대통령께 특별한 허락을 받아서 조각가가 되기 위한 견습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 견습생활 중에 우연히 ‘권투연습장’을 발견하고 권투를 배우게 됩니다. 권투는 거리의 아이인 그에게 특별한 선물이었다고 고백합니다. 2년간의 견습생활 끝에 드디어 콩파뇽 뒤 드부아르에서 조각가 자격증을 획득합니다. 그는 성년인 18세가 되지 않았지만 대통령의 특별 허락 덕분에 프랑스에서 가장 젊은 조각가가 되었습니다. 그것도 1등으로 조각가가 되고, 곧 취직도 하게 됩니다. 얼마 후 그는 세계 타이틀전에서 첫 승리를 거두기도 합니다.


그가 콩피에뉴에서 석공기술을 배울 때 복음을 전하는 장 마리라는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장 마리는 ‘방주의 집’에서 정신지체장애인 열명과 함께 살면서 석공기술을 배웠던 것입니다. 그는 권투시합에서 여러 타이틀을 따낸 후 자기 주변에 몰려드는 젊은 이들의 보스가 되어 겉치례와 폭력을 휘두르며 살다가 장 마리에게서 그가 그때까지 다른 사람들한테서는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기쁨과 깊은 평온함과 자유를 발견하게됩니다.

그래서 호기심에서 ‘방주의 집’을 찾아가게 됩니다. 그가 ‘방주의 집’ 정신지체장애인들과 함께 성당에 가서 느낀 것은 성당 안에 있는 사람들의 밝고 평온하고 차분한 표정들이었습니다.

그후 ‘방주의 집’과 인연이 되어 ‘평범 속에 비범함을 간직한’ 토마 필리프 신부를 알게 되어서 ‘하느님의 사랑’에 대해서 배우게 됩니다. 그리하여 드디어 가톨릭 ‘개종자’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계속 방황하는 생활을 하다가 우연히 평화와 화해와 형제들의 만남을 전세계에 전파하는 초교파적 종교 공동체가 있는 떼제 마을에도 들리게 됩니다.

또한 그곳에서 인연이 되어 장애인들이 사는 공동체에서 봉사하는 삶을 살기도 합니다. 특히 그가 참으로 그의 아버지와 과거의 수모를 용서하도록 이끈 결정적 계기가 된 것 중의 하나는 벨기에에 있는 ‘방주의 집’에서 1년 반을 봉사하는 동안에 중증 장애인 열여섯살 소년 프레데리크가 이틀 동안 타자를 쳐서 준 “다섯 줄로 된 생일 축하 편지”라고 합니다. 그 편지를 받고 그는 어린애처럼 엉엉 울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의 삶은 완전히 뒤바뀌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는 세계 여러 곳을 봉사하기 위해서 다니면서 로마의 떼르미니역에 도착하여 흰옷을 입은 자그마한 노부인이 복잡한 도로에서 겁을 먹은 듯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한 채 머뭇거리는 것을 보고 그 노부인을 도와 드리게 됩니다. 나중에야 그분이 마더 데레사 수녀님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가 도미니코회 소속인 토마 신부와 마더 데레사회 수녀들 한테서 깊은 감명을 받은 것은 그분들의 정결함이었다고 합니다.


그의 삶을 바꿔놓은 또 하나의 계기는 여섯날 난 실비라는 소녀입니다. 그녀는 ‘다스’라는 시설기관에서 만납니다. 알코올 중독자인 실비의 아버지는 그 아이를 자주 때렸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아버지 곁을 떠나지 않으려고 했으며, 아버지의 마음이 변하기를 기대했습니다. 어느날 실비가 그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난 아빠와 함께 있을 거예요. 아빠가 술을 마시지 않을 때에는 나한테 잘해 주시거든요.” 그 말은 참으로 감동적이었다고 합니다. 2년 뒤 그 아버지는 술을 끊었다고 합니다. 딸의 희망이 그를 구했던 것입니다.

실비라는 소녀와 프레데리크 덕분에 그는 자기 아버지에게서 긍정적인 면을 찾으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그래서 파리 북쪽 교외의 조그만 별장에 살고 계시는 아버지의 집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저는 그리스도인이 되었습니다. 아버지를 용서합니다. 백지에서 인생을 다시 시작합니다.”라고 말하자 그의 아버지는 두 눈이 흐릿해지다가 눈물이 맺히더니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고 합니다. 그는 자신의 이 행동을 후회하면서 발길을 돌립니다. “나는 여러 해가 지난 뒤에 아버지 앞에 나타나 심판관이 판결을 내리듯 그의 얼굴에다 대고 용서한다고 말했습니다. 입으로는 참고 마음으로 용서해 줄 수 있었는데 말입니다.”라고 고백했습니다.

그후 어느날 그의 아버지가 술을 끊었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에겐 영웅적 행동임을 그는 알았습니다. 그리고 1990년에 우연히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이미 3개월 전에 돌아가셨다는 것입니다. 이제 그는 아버지를 위해서도 하느님께 기도를 드렸습니다.

또한 괴로움 속에서 고통받는 이들의 마음 속에 계시는 하느님의 특별한 현존에 관해 가르쳐 주셨고, 가난하게 사셨고, 겸손한 태도로 당신이 강론한 대로 사셨던 토마 신부도 1993년 2월 4일 87세를 일기로 하느님 품에 안겼습니다.


그는 이제 “용서”란 무엇인가를 깨닫게 됩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고백했습니다: “나는 또다시 새롭게 용서를 시작해야만 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용서한다는 것은 결코 잊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모욕감을 받더라도 평온해질 수 있는 그런 자세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용서하기 위해서는 기억해야 합니다. 상처를 감추거나 묻어버리지 않아야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빛 속에 상처를 드러내야 합니다. 숨겨진 상처는 곪게 되고 독을 퍼뜨립니다. 우리는 서로 상처를 보여주고 들어줄 줄도 알아야 합니다. 나는 사랑에 의해서 서서히 상처가 아물 수 있다는 것을 증언합니다.”

성체성사의 신비는 세상을 위하여 당신 아드님을 내어 주신 ‘하느님 사랑의 신비’라 하겠습니다. 저는 이러한 ‘하느님 사랑의 신비’를 우리의 사부 성 베네딕도 안에서 분명히 보곤합니다. 이분이 유럽의 수호자 성인이 되신 이유도 이제야 분명히 이해할 것 같습니다. 성 베네딕도는 그의 규칙서에서 항상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 아버지께로 모든 것을 수렴시키고 있습니다.


성 베네딕도는 그의 “규칙서” 마지막 장에서 “이 규칙서를 쓰는 것은 수도원들 안에서 이것을 지킴으로써 어느 정도 품행을 올바르게 하며 수도생활을 시작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 보이기 위한 것이다. ------하느님의 권위로 씌어진 신 구약 성서의 어느 면이나 인간생활의 가장 올바른 규범이 아니겠는가?”라고 우리의 시선을 “거룩한 독서”(Lectio divina)에로 이끌고 있습니다. 하느님에 대해서 우리는 결코 종착점에 이를 수 없습니다.


성서는 세 가지 서로 다른 차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1)유대 백성의 차원 (2)예수님의 차원 (3)교회의 차원이 그것들입니다.

인간이 인도되어 걸어가게 될 길들에 대해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깊이 생각하노라면 우리는 하느님께서 앞서가고 계심을 깨닫게 됩니다.


또한 우리가 예수님과 함께 사건들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열쇠를 발견하면, 주님께서는 우리 각 사람 안에 살고 계시며 우리의 마음의 눈을 밝혀 주십니다.

그리고 우리가 교회와 함께 모든 과거를 자신과 이웃에게 생생하게 시대에 맞게 적용할 때, 우리는 하느님의 뜻에 따라 우리를 인도하시는 성령의 바람에 사로잡히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매일 매순간 숨어 계시는 하느님께 사랑의 시선을 집중하기를 더 충실히 배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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