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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수도생활 체험학교를 갈무리하면서: 이 시몬 베드로 아빠스 07-10-14 00:34:4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147   
수도생활 체험학교를 갈무리하면서

체험학교의 의미

안녕하십니까? 먼저 3박 4일 동안 수도생활 체험학교를 위해 봉사해주신 수녀님들과 우리 형제들, 그리고 끝까지 참여해주신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좋은 체험이 되셨는지요? 저와 우리 공동체는 여러분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여러분은 우리 수도자들이 4년 이상 걸리는 과정을 4일 동안에 하신 셈입니다.

우리 수도원은 작년 이맘때에 처음으로 수도생활 체험학교를 개최했습니다. 여러 메스컴에서 관심을 갖고 보도하겠다는 요청이 있었지만, 우리로서는 처음 하는 일이라 시행착오를 얼마나 범할지 자신할 수 없어 보도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할 정도였습니다.

작년에는 80명 정도 신청했다가 65명 정도 참석했고, 상당히 좋은 반응이 있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를 준비한 여러 형제들 특히 박 안셀모 신부의 노고가 컸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프로그램을 여름철 한번만 하지 말고, 겨울철에도 여름철에도 우리 능력이 닿는 한도에서 여러 차례 실시해 달라는 부탁을 하였습니다. 이번 수도생활 체험학교에 대해 벌써 동아일보가 그저께 크게 보도하였습니다.

여러분은 4일간 “기도하고 일하라.”(Ora et labora) 모토를 가지고 사는 베네딕도회 수도생활을 조금이나마 체험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기도하고 일하라”는 매우 평범한 모토입니다. 그렇지만 그 안에 우리 인간 삶의 핵심이 들어있습니다.

기도는 무엇입니까? 하느님과 만나고 그분과 대화를 나누는 것입니다. 즉 하느님 체험이지요. 성 베네딕도는 이것을 ‘하느님의 일’(Opus Dei)라고 하였습니다. 하느님을 위한 일, 또는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역사하시는 일이라는 뜻이 함께 함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일하라”는 육체노동(Labor manuum)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하느님의 일과 육체노동의 조화를 이루는 삶입니다. 영과 육이 조화를 이루는 삶입니다. 만일 하루 종일 성당에 앉아 기도만 한다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빌어먹을 수밖에 없겠지요. 베네딕도 성인은 빌어먹지 말고 스스로 땀 흘려 일하여 그 대가로 살고,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반대로 하루 종일 일만 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회의가 올 것입니다.

수도원에서는 아침 5시에 일어나 적어도 5차례 성당에서 공동으로 기도합니다. 한꺼번에 몰아서 하면 될 터인데,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들락날락하면서 시간을 왜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않는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런 번거러움에는 깊은 뜻이 숨어 있습니다. 하느님과 만나 영적으로 힘을 얻고, 그 힘으로 일할 때, 노동은 영성화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이런 체험을 하셨을 줄로 믿습니다.


오늘의 세상

우리가 살고 잇는 오늘의 세상은 어떻습니까? 정말 급변하는 세상입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사이에 세대차가 난다고 하는가 하면, 중학생 1학년과 2학년 사이에서도 세대차를 말합니다. 우스개 소리로 쌍둥이 사이에도 세대가 난다고 한다지요.

또 오늘의 세상은 정말 물질문명에 매여 있습니다. 인간을 경제적 가치로 평가하는 세상입니다.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하니, 돈이 우상이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돈 때문에 자기의 귀한 목숨을 끊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었습니다. 또 오늘의 세상은 하느님을 무시하는 베벨 탑의 교만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컴퓨터를 위시한 여러 가지 과학의 발전은 물론이고, 유전공학 또는 유전자 조작으로 병도 고치고 수명도 연장하며, 식량생산도 엄청나게 늘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복제인간의 문제가 불러올 엄청난 혼란과 재앙은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또 오늘의 세상은 생명의 문화라기보다는 죽음의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은 세상을 좋고 아름답게 창조하신 다음 인간에게 이를 관리하고 가꾸라고 하셨습니다. 원조의 범죄로 하느님의 모상에 손상을 입은 인간은 개발이라는 이름 하에 자연을 파괴하고 죽이고 있으며, 이 때문에 자연의 재앙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신문보도에 의하면 올해 유럽에 몰아닥친 한 달 간의 살인적인 더위로 프랑스에서만 3,000명 이상이 죽었다고 합니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지혜를 잃은 인간은 조화롭게 더불어 살지 못하고, 대신 테러와 전쟁과 갈등으로 서로 파괴하고 죽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자기 자신을 죽이는 자살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고, 우리나라에서 매일 자살자가 36명이나 된다는 신문 보도를 읽었습니다. 요즈음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급증하여 세계의 2-3위를 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혼으로 인해 본인 자신은 물론이고, 자녀들이 받는 고통, 주변 사람들이 겪는 고통은 어떻게 말로 다 할 수 있겠습니까?

세계의 슈퍼파워라고 자처하는 미국은 테러의 보복이 언제 또 일어날까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오늘의 세상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자기 삶에 대한 공허감에 싸여 있습니다.

여러분은 3박 4일의 수도생활 체험학교를 통해 세상이 추구하는 가치관과 인생관과는 다른 체험을 조금이나마 하였으리라 생각합니다.


하느님 체험의 중요성: 살아 있는 신앙

제가 이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하고 장려한 이유는, 우리 교회가 점차 대형화되어 가는 반면 신앙의 질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안타까움 때문입니다.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들을 위해서는 그래도 교리반이 있지만, 젊은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전무한 편이고, 있다 하더라도 정말 미미한 것이 우리 교회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젊은이들이 신앙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교회를 떠나는 있는 것이 거의 모든 본당의 실정입니다. 이런 상태로 간다면, 5년 후 또는 10년 후의 우리 교회는 위기를 맞게 될 것입니다.

많은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이 유명한 가수나 배우 또는 운동선수에 열광하고, 그들을 보기 위해 많은 돈을 들여 입장권을 구입하고, 공연장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밤을 새워 기다린다고 합니다. 그들은 눈에 보이는 한 슈퍼스타를 직접 보고 싶어 하고, 수많은 군중 안에 도취도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 교회에는 왜 그런 느낌과 열광이 없습니까? 형식화되어 버린 전례, 딱딱한 분위기 속에서 감동을 별로 느끼지 못합니다. 교회에서 말하는 하느님, 신앙, 구원, 기도 등은 극히 추상적으로 들리고, 그래서 특별한 느낌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수도생활 체험학교는 여러분에게 하느님을 체험하고, 믿음과 기도의 기쁨을 느끼고, 대중문화가 내세우는 가치관이나 인생관과는 다른 것의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하는 데 뜻이 있습니다. 일반사람들과는 달리 별나게 사는 수도자들의 모습에서 여러분이 그런 것을 느끼고 실감하도록 도와주려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신청하였을 때, 그런 기대를 막연하게나마 갖고 있었을 것입니다. 오늘 오후에 이번 프로그램이 끝나게 되겠지만, 여러분이 4일간 같은 뜻을 지닌 친구들과 그리고 수도자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수도자들의 좋은 점들 또는 나쁜 점들을 보았을 것입니다.

수도자들도 여러분과 똑같은 인간입니다. 수도자들은 천사도 아니고 성인들도 아닙니다. 다만 자신이 그런 인간적인 부족함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인정하면서 매일 조금씩이나마 고쳐나가서 바람직한 모습으로 바뀌어가고자 노력하는 사람이 곧 수도자입니다. 이것을 예수님은 “metanoia”라고 하셨는데, 일반적으로 회개(悔改)라고 번역합니다.

하느님에게서 멀어졌던 생각과 마음을 돌이켜 하느님께 향하게 하는 회심(回心), 하느님에서 등을 지고 있는 우리 머리를 다시 하느님께 되돌리는 “회두”(回頭)의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복음: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

그러면 우리 마음과 생각을 바꾸고 머리를 되돌리도록 이끌어주는 매력은 무었입니까? 그것은 기쁨입니다. 그리스도께서 “복음”을 선포하셨다고 하는데, 과연 무엇이 기쁜 소식입니까?

그것은 하느님께서 우리 모두를 사랑하신다는 사실입니다. 하느님은 죄로 인해 죽어 썩어 없어질 우리를 용서하실 뿐만 아니라 당신의 자녀로 삼아주시고, 영원한 생명과 행복의 나라로 우리를 초대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초대받은 사람들입니다. 예수님은 구원을 표상하는 하늘나라를 “밭에 묻혀진 보물”로 비유하셨습니다. 어떤 농부는 밭을 갈다가 보물 상자를 발견하였습니다. 그래서 그 농부는 가진 것을 모두 팔아 그 밭을 샀고, 그래서 엄청난 횡재를 하였습니다.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을 극적으로 표현한 것은 루가복음 15장에 나오는 잃은 보물의 비유, 착한 목자의 비유, 탕자의 비유(또는 선한 아버지의 비유) 등 세 가지 비유에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100 마리 양들 중에 잃은 한 마리 양을 찾기 위해 99마리 양을 들에 두고 나서는 목자는 분명 비합리적이고 어리석게 보입니다.

자기에게 돌아올 유산을 미리 달라고 떼를 쓰고 돈을 들고 나가서 창녀들과 방탕한 생활로 탕진하고 굶어 죽을 지경이 된 아들이 돌아온 자체만으로도 좋아서 새 옷과 신발과 가락지로 단장시켜 맞아들이는 아버지는 기억력이라고는 전혀 없는 양반처럼 보입니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매달려 계실 때, 같이 십자가에 달린 오른 쪽 강도가 “저를 불쌍히 여기십시오.”라는 한 마디 말로 구원받았다는 복음을 들으면서, 그런 법이 어디 있는가, ‘그 친구 횡재했네!’ 하고 비난할 사람이 있습니까? 우리 자신이 우도와 같고, 하느님은 그런 우리에게도 횡재하도록 하시기 때문에 크나큰 위안을 받습니다.


사랑의 극치인 주님의 십자가

우리에 대한 하느님 사랑의 극치는 주님의 십자가입니다. 우리가 기도할 때, 어느 전례든 시작하고 끝마칠 때마다 십자성호를 긋습니다. 도시는 물론이고 시골 어느 곳을 가든지 성당십자가나 예배당십자가가 보입니다. 또 십자가는 여자들의 장식용 목걸이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십자가는 인간을 가장 잔혹하게 죽이는 사형 틀입니다.

십자가 처형은 살아있는 사람의 사지(四肢)에 못을 박고 세워둡니다. 그 못 자국에서 피가 흘러 지쳐서 죽게 하는 것이 십자가 형법입니다. 온 몸의 체중이 십자가 못에 실려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처형에서 보듯이 주님은 아침 아홉시에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가 오후 세 시에 돌아가셨으니 여섯 시간을 매달려 계신 것입니다. 예루살렘의 정오 쯤 되면 35-6도를 넘나드는 뜨거운 태양 볕에 발가벗겨 매달려 계신 것입니다. 온몸의 피가 다 흐르려면, 십자가 밑은 피바다를 이루었을 것입니다.

주님은 인간을 죄에서 구원하시기 위해 우리 대신 아니 “나” 대신 십자가에서 죽으셨습니다. 인간은 하느님께 지은 엄청난 죄를 속죄할 길이 없기 때문에, 하느님이신 주님께서 대신 죽음으로 속죄하셨습니다.

저는 주님의 수난복음을 들을 때, 이런 민망스런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습니다. 주님은 수난 전날 겟세마니 동산에서 홀로 기도하셨습니다. 제자들은 모두 자고 있었고, 주님은 같이 기도하자고 제자들을 세 번씩이나 깨우지만, 매번 그들은 다시 잠들었습니다.

주님은 “아버지, 할 수만 있다면 이 잔을 저에게서 멀리해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십시오.”라고 기도하셨습니다. 여기서 수난의 잔이란 내일 닥칠 십자가 수난의 잔입니다. 그러나 성부께서는 묵묵부답이셨습니다. 당신께서 정하신 길을 굳이 가라는 뜻입니다.

하느님은 전능하신 분이시고, 인류 구원을 작정하셨다면, 당신 아들에게 좀더 쉬운 방법으로 인류를 구원하실 수도 있지 않았겠습니까? 성자께서 피땀이 흐를 정도로 고뇌하며 간청하셨는데도 불구하고 성부께서는 왜 그 길을 굳이 가게 하셨습니까?

인간의 아둔한 머리로 하느님의 깊은 뜻을 어떻게 다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이 깊은 뜻을 조금이나마 알아듣기 위해 묵상해 보았습니다. 저의 좁은 머리로 이해한 것은 이렇습니다.

옛날 우리의 훌륭한 어머니들은 자식에게 잘못을 말로 지적하고 충고하였습니다. 그래도 말을 듣지 않으면, 눈물이 나게 호되게 꾸짖었습니다. 그래도 말을 듣지 않고 고집을 부리면, 아들에게 종아리를 걷으라 하고 매로 때리고는, 또 당신의 종아리를 더 세게 때립니다. 아들은 자기 종아리가 아픈 것보다는 어머니 종아리에 피가 맺히는 것에 더 마음 아픕니다. 그래서 그 고집스런 아들은 당신 종아리를 때리려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아들은 그 매가 사랑의 매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도대체 말귀를 못 알아듣는 우리를 깨우치기 위해, 당신이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눈으로 보여주기 위해 당신 외아들을 그처럼 혹독하게 죽게 하셨다고 생각해 봅니다. ‘내 아들의 십자가를 보라. 아직도 깨닫지 못하느냐? 제발 마음을 돌려 나에게로 돌아오너라.’ 하고 하느님은 우리에게 애원하시는 듯합니다.

그렇습니다. 십자가는 하느님 사랑의 애원이며, 우리를 깨우치기 위한 마지막 호소입니다. 십자가는 두 막대기를 가로와 세로로 엮어놓은 것입니다. 가로의 막대기 표시는 하느님께서 하늘에서 내려오신 만큼 우리는 높여졌다는 뜻입니다. 세로의 막대기는 우리 인류 모두가 십자가 안에서 한 형제자매가 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십자가 안에서 하느님과 인간의 만남과 화해가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우리 서로의 용서와 화해와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사실 주님은 수난 전날 저녁만찬에서 친히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신 다음, “내가 너희에게 새로운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라.”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나는 너희를 종이라 부르지 않고 벗이라 부르겠다.” 하고 말씀하신 뜻이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우리의 수많은 순교자들이 “죽어도 천주님을 배반할 수 없소.”라는 대답 때문에 참수 당했습니다. 그저 ‘천주교를 믿지 않겠습니다.’라는 한마디 말만 하면 석방될 수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그들은 거짓말도 할줄 모르는 바보였습니까? 아니면 살고 싶지 않은 염세주의자들이었기 때문입니까? 주리를 틀고, 인두로 지져대는 고문을 받을 때, 아무런 고통이 없었기 때문입니까?

아닙니다. 그들도 우리처럼 죽음이 두려웠고, 고문에 무서운 고통을 느꼈습니다. 그들이 ‘죽인다 해도 천주님을 배반할 수 없소.’라는 말에는 ‘나를 위해 십자가에 죽으심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주신 분의 사랑을 배신할 수 없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형장에 끌려가면서도 입가에 엷은 미소를 지을 수 있었던 비밀이 여기에 있습니다.


맺는 말

여러분이 받은 티셔츠에 “베네딕도의 벗들”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우리 수도자들은 여러분을 우리의 벗들로 여기고 있습니다. “기도하고 일하라.”는 가르침에 따라 주님의 복음을 실천하는 벗들로 말입니다. 여러분이 오늘 떠나게 되더라도 4일간의 기억을 간직하고 살게 되겠지요.

우리 수도자들도 여러분을 기억할 것입니다. 렉시오 디비나를 통해 하느님께서 여러분에게 말씀하시는 것을 귀담아 듣고, 들을 것을 실천하도록 하십시오. 세상이 아무리 살벌하고 각박하고 실망스럽더라도 마음의 기쁨을 간직하십시오.

왜냐하면 하느님이 우리를 사랑하시고, 십자가에 돌아가실 만큼 우리를 귀하게 여기시기 때문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옥중서간이 필립비서 4장에서 “기뻐하십시오. 거듭 말합니다. 기뻐하십시오.”라고 외치신 것은 하느님의 사랑 때문입니다. 우리는 복음을 믿고 실천하는 사람들입니다. 기쁜 소식에 확신하는 사람들은 얼굴을 찡그리지 않고 웃으면서 삽니다. 우리를 속상하게 하고 얼굴을 찡그리게 하는 것들은 우리의 이기심, 고집, 교만, 질투심 등입니다.

작은 사랑부터 실천하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의 얼굴에 웃음이 길들일 것입니다. 하느님을 찬양하고 감사의 기도를 바치십시오. 시편 작가는 “해야, 달아, 너희도 주님을 찬미하라. 산과 언덕들아, 너희도 주님을 찬미하라. 강과 바다야, 너희도 주님을 찬미하라.” 하고 노래합니다.

이렇게 그는 주님을 찬미하고 모든 것에 감사하고 싶은 마음에 벅차 사방을 둘러보면서 모두 주님을 찬미하자고 깨웁니다. 하느님께 향한 그의 사랑과 감사가 그를 시인으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주님을 찬미하는 시인이 됩시다. 시인은 꿈이 있고, 높은 곳을 향해 볼 줄 알고, 깊은 것을 헤아릴 줄 아는 지혜가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그분의 부르심에 흔쾌히 따르려는 용기를 가지십시오. 세상이 추구하는 가치보다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특별히 마련해주신 횡재를 놓치지 말고 찾도록 하십시오. 우리가 아무리 부족하고 허물이 크고 부끄러운 사람이라도 하느님은 당신의 풍요로움으로 우리를 채워주실 것입니다. 그냥 그분께 내맡기면 됩니다.

한번은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습니다. 주인에게 가서 일꾼을 보내달라고 청하시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께서는 아마 누렇게 익은 밀밭을 가시면서 이 말씀을 하셨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잘 익은 곡식을 거두기만 하면 되는데, 일꾼이 없어 땅에 떨어져 썩어버린다면 얼마나 기막힌 일이겠습니까!

저는 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면서 안타까워하시는 심정을 헤아려봅니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선물하신 한 생을 주님을 위해, 하늘나라를 위해 바치는 것은 얼마나 아름답고 값진 일입니까!

혹시 주님께서 여러분을 부르시는 소리를 듣게 되면, 귀를 막지 말고 “예, 여기에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십시오. 이 대답에는 여러분의 용기가 필요합니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자주 하신 말씀 중에 하나는 “두려워하지 말라.”였습니다. 여러분이 하느님께 모든 것을 내맡기면, 그분은 여러분에게 백배로 갚아주실 것입니다.


왜관 수도원 2003년 8월 17일
이 형우(시몬 베드로) 아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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