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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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연중 제24주일(가해, 2017.09.17) - 이 윤일요한 부제 17-09-30 08:33:4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83   

자비로운 용서

 

가정에서 용서를 많이 하는 사람은, 부모-자녀 관계에서 부모일 것입니다. 부모가 자녀를 소홀히 대하는 이야기들이 매스컴에서 종종 나오기도 하지만, 여전히 많은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를 가장 아끼고 사랑합니다. 부모는 자녀가 잘못을 하면 그 자리에서 화를 참지 못하고 자녀를 심하게 야단치기도 하지만, 자녀가 기죽어 행동하고 자신의 눈치를 보는 것을 알면 부모는 그런 자녀를 측은히 여겨 그때부터 자녀를 이해하려 하고 용서할 구실을 찾습니다. 비록 용서할 구실을 찾지 못했다고 해도 오래지 않아 자녀의 잘못을 용서해 줍니다. 부모는 사랑하는 자녀가 생기 있고 건강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께 잘못한 사람을 어떻게 용서하십니까? ‘매정한 종혹은 불의한 종의 비유에서 알 수 있듯이 하느님께서는 사람의 나약함을 보시고 측은히 여겨 사람의 모든 잘못을 용서해 주십니다. 그것은 사람이 죽음에 이르지 않고 살아서 생명을 얻기를 바라시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극적으로 아름답게 표현된 또 다른 비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루카 복음 15장에 나오는 되찾은 아들혹은 잃었던 아들의 비유입니다. 우리는 이 비유를 들으면서 많은 위로와 힘을 얻습니다. 이 비유에서 우리를 용서하시는 하느님은, 돌아오는 작은 아들의 누추하고 초라한 모습을 멀리서 알아보고 측은히 여겨 달려가 감싸 안아 주는, 자비로운 아버지로 드러납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아버지는 잘못을 저질렀던 아들을 다시 받아들이고, 그 아들을 위해 잔치를 베풉니다. 그리고 잘못하고 돌아온 작은 아들이 다시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도록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큰 아들을 달래며, 큰 아들이 작은 아들을 기쁘게 받아들이기를 바랍니다. 이는 작은 아들이 다시 아버지의 가정에서 생기 있고 건강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잘못한 사람에게 해야 할 용서는, 그 사람이 우리와 함께 행복하게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잘못으로 인해 묶였던 결박을 풀어 주고 멍에 줄을 끌러 주는 것, 억압받는 것들에서 그 사람을 자유롭게 내보내고 모든 멍에를 부수어 버리는 것입니다(이사 58,6 참조).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을 그 사람 앞에서는 용서한다면서 뒤에서는 그 사람의 단점을 들추어내고 온갖 험담을 일삼는다면, 그것이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올바른 용서이겠습니까?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한다면서, 그 사람의 어려움을 외면한다면 그것이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것이겠습니까?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용서는 한 줌의 앙금이나 불만이 없는 용서입니다. 더 나아가 사랑으로 잘못한 사람을 받아들여 함께 살아가는 용서입니다. 잘못한 사람은 피해를 준 당사자와의 관계만 깨진 것이 아닙니다. 피해를 준 사람의 주변 사람들, 그들이 속해 있는 공동체 구성원들과의 관계도 금이 간 것입니다. 잘못한 사람이 이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잘못으로 인해 피해를 받은 사람의 용서와 그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것입니다. 우리의 용서는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이 다시 공동체 구성원들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어야 합니다.

우리 앞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사람을 오랜 시간 내버려 두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그것은 상처를 받은 사람이나 상처를 준 사람 모두에게 이로울 것이 없습니다. 물론 받은 상처로 인한 슬픔과 분노 등의 격렬한 감정으로 잘못한 사람을 즉시 용서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격렬한 감정을 추스를 어느 정도의 시간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몸과 마음은 점점 더 깊은 고통으로 빠져듭니다. 잘못한 사람 또한 자책감과 자기 비하로 스스로를 결박하고 억압해 고통에서 빠져 나오기가 힘들어집니다.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않습니다. 만약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난다면 잘못한 사람이나 피해를 입은 사람의 몸과 마음은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더욱 괴롭게 될 것입니다. 양측 모두 자신들이 묶은 매듭을 자신들이 풀고 상처를 치유해야 됩니다. 이렇게 할 때, 고통의 시간을 줄이고 아픔과 괴로움을 덜 수 있습니다. 이것이 사람의 힘으로 불가능해 보일지 모르지만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가능하게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소유가 된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셔서 우리를 고통의 수렁에서 건져 주실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 자신에게 잘못한 사람을, 더군다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우리에게 용서를 청하는 사람을 용서해 주십시오. 우리가 잘못을 저지르고 용서받은 기억을 떠올려 보십시오. 잘못한 사람 또한 편한 시간을 보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것입니다. 그를 하느님의 자비로운 눈으로 측은히 바라보십시오. 우리는 우리가 잘못한 것을 고해성사를 통해 하느님께 용서를 받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자녀들이 당신과 같이 자비롭게 잘못을 용서해 주기를 바라고 또한 요구하십니다. “네 이웃의 불의를 용서하여라. 그러면 간청할 때 네 죄도 없어지리라.”(집회 28,2) 자비는 또 다른 자비를 부릅니다. 우리가 비록 하느님 앞에서 잘못한 것이 많다고 하여도, 우리가 당신과 같이 자비를 가진 것을 보고 그분께서 우리의 잘못을 용서해 주실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할 마음과 힘을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그분께서 우리에게 약속하신 영원한 생명을 우리가 기억하고,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 또한 우리와 함께 영원한 생명에 참여할 수 있게 우리가 도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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