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HOME > 자료실 > 오늘의 강론  

  오늘의 강론  
제 목 :  연중 제14주일(가해, 2017.07.09) - 서 베네딕도 신부 17-07-17 08:25:2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688   

연중 제14주일(가해) 미사 강론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마태 11,25)


맑고 순수한 물은 모든 것에 생기를 줍니다. 깨끗한 물이 점점 부족해지고 있는 이 시대에, 수도원 바로 옆 낙동강을 생각하면 더욱 마음이 아파옵니다. 어르신들이 강가 모래사장에 신발을 벗어놓고 헤엄치던 때도 있었건만, 지금은 낚시조차 어렵습니다. 깨끗하게 흐르는 물은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을 편안하게 만듭니다. 그 유명한 구상 시인의 영감도 바로 흐르는 맑은 강물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모쪼록 가물던 대지 위로 떨어지는 장맛비가, 먼지 쌓인 땅을 적셔주고 숨 막힌 녹조 강물을 한바탕 정화해주길 바랍니다.


대지의 더러움을 말끔히 씻어내는 강물 같은 마음이 우리에게도 필요합니다. 그 마음에 수질등급이 있어서, 1급수라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요.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마음의 순수를 되찾아, 오늘 복음의 말씀처럼 하느님을 향한 철부지들로 세상에 존재해야 하겠습니다. 세상물정 모르는 바보들의 집단이 아니라, 오감의 만족을 줄여나가며 단순하게 한 곳만을 바라보는 순례자와 같이 살아야 하겠습니다. 세속적 지혜와 슬기를 추구하다보면, 때 묻어가는 마음이 점차 그 빛을 잃어버리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제대로 분별할 수 없게 됩니다. 마음의 깨끗함. 그것이 바로 오늘 복음에서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가 아닐까 합니다.


순수한 사람은 우선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만듭니다. 우리 수도원에도 이러한 수사님들이 여럿 계십니다. 연세는 적지 않지만 마음 씀씀이와 배려가 아이처럼 순수하셔서, 젊은 수사들이 아무리 까불어도 너그럽고 편하게 대해주십니다. 얼마나 편하냐하면, 까마득한 연배 차이에도 높임말이 자주 생략됩니다. 내면에 늘 타인을 위한 순수한 배려가 내공으로 자리 잡고 계시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내공이 부족한 후배들이나 무턱대고 까불거리죠. 사람 사이의 관계를 머리로 계산하기 시작하면, 비록 지혜와 슬기를 터득했다고 볼 수 있으나 결코 순수하게 다가가지는 못합니다. 어릴 때 지녔던 맑고 투명한 마음을 다시 되찾는다면, 하느님을 닮을 수 있고, 더 나아가 오늘 복음 말씀처럼 그분을 마주 뵙는 행복을 누릴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감추어진 신비가 무엇인지 헤아려 봅시다. 지혜와 슬기는 자신의 내부로부터 먼저 시작되는 것이 아닙니다. 외부에서 오는 자극과 삶의 다양한 경험, 습득된 지식을 통해 내 안에서 여물어 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깨끗하게 여물지 못할 때가 더 많습니다. 예를 들어, 세상의 자녀들이 빛의 자녀들보다 더 슬기롭다는 복음서의 구절을 여러분은 기억하실 겁니다. 세속의 눈으로 볼 때,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다양한 기술을 우리는 지혜와 슬기로 인정합니다. 반면, 오늘 복음에 나온 철부지는 이 세상에서 얻어지는 삶의 다양한 기술보다 단순한 삶을 더 쫓아갑니다. 세속적 안락과 명예와 쾌락은 물질적인 것들을 여러모로 필요로 합니다. 그러나 단순한 삶은 이러한 것들을 비워냄으로써 얻어지는 참된 기쁨과 행복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단순한 삶을 지향하면서 순수한 마음으로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진정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하느님께서 즐겨 만나시고자 하는 어린이인 것입니다. 세속적으로 물질의 풍요를 추구하는 잠깐의 행복보다, 하느님을 향한 영원한 행복으로 초대가 오늘 복음에서 말씀하신 감추어진 신비일 것입니다.


우리가 좀 더 마음을 순수하게 가지려면,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사도 바오로의 말처럼 나보다 남을 더 낫게 여기라는 겸손함과 주님의 말씀대로 걱정하지 말고 믿기만 하라는 의탁함입니다. 반면, 세속적인 것들에 마음을 쓰게 되면 두 가지 경향으로 흐르게 됩니다.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신뢰하거나, 또는 지나치게 실망합니다. 남과 비교하게 되고, 비교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로서 누리는 기쁨을 만끽합시다.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기면 그만입니다. 시편의 한 구절처럼 내 든든한 피난처가 바로 내 곁에 계시다는 사실로 말미암아 우리는 세속적 모든 걱정으로부터 해방되고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주님은 말씀하셨습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사람들은 모두 내게 와 쉬어라. 나의 짐은 가볍고 편하다. 만약 너희가 겸손하고 온유한 나의 마음을 배운다면 안식을 누릴 것이다.’ 이보다 더 큰 신비로의 초대가 어디 있으며, 사랑이 가득 담긴 부르심이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는 육의 행실만 찾고 있는 세상 속에서 성령의 힘과 그 작용을 증거 하는 사람들입니다. 탁한 세상 속에서 시원한 단비처럼 깨끗한 정화를 이루고, 아직 자기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거울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고된 노고 속에서 잠시 쉬러 온 사람들에게 쉼터가 되어 주고, 목말라하는 이들의 목을 축여주는 것 역시 그리스도인들의 사명입니다. 서두에 언급한 깨끗한 물처럼 철부지의 순수한 마음을 다시 찾으면 좋겠습니다. 쉽사리 계산하지 않고, 남을 판단하지 않으며, 비판의 말을 줄이고, 각종 험담에서 입을 닫는 것부터 시작합시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육적인 것들에 빚진 사람처럼 살지 말고, 성령의 힘으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추천하신 회원님 : 0 명

♡한마디의 아름다운 댓글이  관리자님과 우리 모두의 마음을 풍요롭게 합니다♡ 조회 : 6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