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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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연중 제 17일(나해, 2015.7.26.)-장 아론 신부 15-07-26 11:53:2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532   

나해 연중 제17주일

(요한 6,1-15)

 

누구나 비교당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비교가 필요할 때는 있습니다. 엄마친구아들의 이야기는 기분을 나쁘게 하지만 정신이 번쩍 뜨이게도 만듭니다. 재수없는 엄친아를 통해 나의 상태는 더욱 적나라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구약과 신약을 비교해 놓은 글을 읽을 때가 있습니다. 구약은 항상 비교 당하는 쪽이었습니다. 구약은 거의 신약을 떠 받쳐주는 역할을 합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신약은 구약에 감추어져 있고 구약은 신약 안에서 드러난다라고 말했지만 항상 아쉬운 쪽은 구약이었습니다. 구약에 대한 애잔한 마음으로 저는 오늘 다시한번 구약과 신약을, 구체적으로 구약의 만나이야기와 오늘 복음인 오천명을 먹이신 기적이야기를 비교하려 합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이 우리에게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말해보려 합니다.

구약에서 이집트를 빠져나온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께 불평을 하자 하느님께서는 하늘에서 만나를 내려주시어 그들을 배불리셨습니다. 만나의 기적은 ()”, 즉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일어난 빵의 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복음의 기적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라는 기본자산에서 일어납니다. 시나이 산에서 아직 하느님과 계약을 맺기 전에 이스라엘 백성은 전적으로 하느님의 은총에 매달렸습니다. 서로에게 의무가 있다는 시나이산의 계약을 체결하면서부터 이스라엘 백성도 하느님의 은총에 대한 책임을 받게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아직 이스라엘 백성에게 책임과 의무를 씌우기 전에 조건없이 만나를 주셨습니다. 그래서 만나는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예수님께서는 오천명을 먹이기 위해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필요로 하십니다. 물론 예수님께서도 에서 를 창조하는 것이 가능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시고 빵과 물고기를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기적을 일으키십니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는 바로 우리의 의무이며 책임입니다. 이미 하느님께서는 시나이 계약을 통해, 그리고 육신을 취하신 예수님을 통해 우리와 계약을 맺으셨습니다. 이제 우리에게도 충실성이 요구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의무와 책임이 무거운 것은 아닙니다. 그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 만큼이면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만큼의 공로를 하느님께 드리면 하느님께서는 몇 천배, 몇 만배에 이르는 은총을 우리에게 주시는 것입니다.

재밌는 것은 오늘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제공한 사람입니다. 이 소량의 음식을 준비한 사람은 제자들이 아니었습니다. 안드레아가 예수님께 말했습니다. “여기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진 아이가 있습니다만, 저렇게 많은 사람에게 이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빵과 물고기를 준비한 사람은 바로 아이였습니다. 마치 뺏기리라고는 상상도 못한 채 세뱃돈을 엄마에게 맡기는 어린아이처럼 오늘 복음의 아이는 애써 가져온 음식을 예수님께 의심 없이 맡겨드렸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그 작은이로부터 큰 기적을 행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남은 것을 모으게 하셨습니다. 그러자 장정만도 오천명쯤 되는 사람들이 모두 배불리 먹고도 12광주리 가득 빵이 남았습니다. 여기서도 구약의 만나 이야기와 차이점을 보입니다. 바로 남은 12광주리의 빵입니다. 구약에서 만나를 내려주실 때 하느님께서는 남는 일이 없도록 저마다 그날그날 필요한 만큼만 거두어들이라고 명령하셨습니다. 남은 것들은 해가 뜨면서 녹아버렸습니다.

하지만 신약에서 예수님께서는 딱 맞게 음식을 내지 않고 넉넉히 하여 모두가 배부르도록 먹이실 뿐만 아니라 버려지는 것이 없도록 남은 조각을 모아라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게 해서 12광주리의 빵이 모아졌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따르는 이들을 배불리시고도 아직 12광주리나 되는 빵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것은 곧 이스라엘 백성을 먹이고도 아직 다른 이들에게도 나누어 줄 것이 충분하다는 말입니다. 다섯 개의 빵과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명을 먹이셨으니 12광주리의 빵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을 먹이실수 있겠습니까!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충만히 가지고 계신 분이십니다. 자신을 따르는 이들만이 아니라, 선택된 민족이라고 하는 이스라엘 백성뿐만 아니라, 만인을 충만히 채울 수 있는 분이십니다.

오천명을 먹이신 기적이야기는 우리의 작은 공로와 그 공로를 통한 은총의 무한확장을 이야기 합니다. 우리의 몫은 각자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준비하여 언제든 예수님께서 필요로 하실 때 그것을 내어 드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자신뿐만 아니라 흘러넘치는 열두 광주리의 은총으로 다른 이들에게도 사랑을 베풀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의 역할입니다. 여기 있는 모든 이들이 예수님께 음식을 드렸던, 그래서 그곳에 있는 모든 이들을 배부르게 만들 수 있었던, 빵과 물고기를 준비한 그 어린아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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