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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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주님 세례 축일(나해, 2015.1.11.)-장 아론 신부 15-01-11 11:50:3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467   

주님 세례 축일(나해)

(마르 1,7-11)

 

1주전 청원형제 한 사람이 훈련소에 입소했습니다. 그 형제는 4주 동안 훈련을 받은 후 집에서 출퇴근하는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았습니다. 공익요원이라 놀릴 때 그 형제는, 그래도 훈련소에서 4주간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대꾸하며 은근슬쩍 현역의 반열에 끼어들려 했습니다. 아마도 지금쯤이면 일주차 훈련을 마치고 그 형제도 종교 활동으로 성당에 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논산훈련소를 나왔습니다. 주일 오전이 되면 종교활동을 원하는 사람을 신청 받아 오와 열을 지어 열심히 팔을 흔들고 원수를 쳐부수자는 군가를 부르며 원수를 사랑하라고 가르치는 성당에 갔습니다. 종교활동을 원하지 않는 훈련병은 내무실에서 휴식을 취했는데 남아있는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훈련병들이 종교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초코파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이끌렸기 때문입니다. 건빵에 들어있는 별사탕에 당을 의존하며 살아가는 훈련병들에게 초코파이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었습니다.

그 유혹의 절정이 있었으니 바로 세례식 때였습니다. 세례식이 있는 날이면 성당에서 나누어주던 초코파이가 피자빵으로 업그레이드되었고 교회에서는 초코파이가 햄버거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피자빵 보다 햄버거를 선호하는 의리 없는 친구들은 성당을 다니다가고 세례는 교회에서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훈련소에서 주는 세례에 대해 회의적이었습니다. 사회에서는 약 6개월에 걸쳐 단계적으로 세례를 준비합니다. 하지만 훈련소에서는 세례를 받겠다는 신청을 한 후 짧게는 2주 만에도 세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그 2주간이 치열하게 세례를 준비하는 기간도 아니었습니다. 초코파이와 생활성가단의 위문공연에 이끌려 성당을 다니다보니 세례를 받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세례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고 생각하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저도 유아세례를 받았기 때문에 거저 세례를 받은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저도 거저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으면서도 세례 받을 자격에 대해 운운했던 것입니다.

거저 주는 하느님의 은총, 이것이 바로 세례입니다. 이 거저 주는 은총에 의해 첫 인류지은 죄가 용서됩니다. 물론 원죄를 용서받는다 하더라도 하느님의 모상에 상처를 입은 우리는 악으로 기우는 성향에서 자유롭지는 못합니다. 세례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죄를 짓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성찰을 하고 그분께 죄를 고하고 용서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자격은 세례를 통해 얻습니다. 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는 교회밖에도 구원이 있다고 이야기 했지만 우리는 세례를 통해서 더욱 탁월하게 구원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례로 우리는 하늘나라 시민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성인되어 세례를 받은 사람들은 장기간 동안 세례를 준비한다고 힘들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 누릴 수 있는 특권을 생각하면 6개월의 시간을 거저가 되는 것입니다.

분명 하느님께서는 훈련소에서 그렇게 별다른 자각 없이 세례를 받는 이들에게도 은총을 베푸실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실 때 하늘이 갈라지며 성령께서 비둘기처럼 내려오시고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하는 음성이 울린 것처럼 초코파이에 이끌려온 이들 하나하나에게도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라고 말씀하실 것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는 제사에 집중하지 못하고 젯밥에만 관심이 있는 손주들도 사랑하십니다.

세례자 요한이 예수님께 세례를 베풀 때 성령께서 임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세례에 의해 삼위일체의 신비가 세상에 드러납니다. 세례를 받기위해 성자께서 등장하시자 하늘이 열리며 성령께서 비둘기 모양으로 나타나셨고 성부의 음성이 들렸습니다. 복음에서 말하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일치는 또한 우리에게서도 일어납니다. 우리는 모두 성령의 세례를 받았기에 하느님의 자녀, 그리스도의 공동 상속자, 성령의 성전이 되었습니다.

세례는 구원축제의 출발점입니다. 구원을 향한 우리의 축제도 시작되었습니다. 성령의 세례로 우리도 기쁨의 잔치에 참여하는 일원이 되었습니다. 완전한 하느님 나라가 올 때 까지 이 축제는 계속됩니다. 우리 모두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음을 기뻐하며 축제의 빵과 잔을 나누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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