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HOME > 자료실 > 오늘의 강론  

  오늘의 강론  
제 목 :  연중 제3주일:은경축 미사(가해, 2014. 1. 26) - 허 가브리엘 신부 14-01-28 08:28:1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441   

서원 은경축 미사강론

(2014.1.26)

 

 

초등학교 미술 시간에 한 어린이가 선생님 앞으로 걸어 나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선생님! 이 종이는 망쳐 버렸습니다. 다른 새 종이를 한 장 더 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러자 선생님은 어린 제자를 보면서 측은한 마음이 들어 너그럽게 한 장의 새로운 도화지를 학생에게 건네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얘야! 이번에는 좀 더 잘 그려 보렴!”

우리 모두는 태어나면서 하느님으로부터 인생이라는 각각 한 장의 깨끗한 종이를 받았습니다. 각자는 살면서 각각 받은 하얀 종이위에 저마다 다른 인생의 그림을 그리게 됩니다. 어떤 사람은 그 하얀 종이위에 아주 아름다운 인생의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얼마 전 우리 곁을 떠난 이태석 신부님이 그러하였습니다. 자신의 온 삶을 불태워 가난한 이웃들의 벗이 되고자 했던 그분은 너무도 아름다운 인생의 그림을 그리다가 가셨습니다. 살레시오회의 어느 나이 드신 신부님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 하느님께서는 나이 많은 나 같은 사람을 데려가지 않으시고, 젊은 이태석 신부님을 데려갔는가?” 이 말은 듣던 주위의 형제들이 농담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신부님이 돌아가시면 뉴스에 한 줄밖에 안 나왔을 거라고, 그것도 가톨릭의 신문에만...”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그 하얀 종이위에 인간으로서 가장 추한 인생의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온갖 탐욕과 허영심으로 가득찬 사람들, 거짓과 술수에 능숙한 사람들, 온갖 현대의 우상을 쫓아가는 사람들, 또한 매일 뉴스에서 우리를 슬프게 만드는 사람들, 그들 모두는 하느님으로부터 멀리 있는 자들입니다.

여러분의 인생의 그림은 어떠합니까? 전자에 속할 수도 있고, 아니면 후자에 속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 한 가지는 우리 인생의 시간들에서는 또 다른 여분의 종이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각자는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 안에서 자기가 그린 인생의 그림을 가지고 마지막 날 주님 앞에 나아가야 합니다.

오래전에 한 신자분하고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게 되었습니다. 신부님! 어느 신부님은 무슨 책을 썼고, 어느 신부님은 무슨 책을 번역하였는데, 신부님은 무슨 책을 쓰실 건가요? 저는 그 질문을 받고 잠시 생각한 후에 다음과 같이 조용히 대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는 저의 인생의 책을 쓰려고 합니다!” 지금 또 다시 어떤 분으로부터 그와 같은 질문을 받게 된다면 아마도 저는 같은 대답을 할 것입니다. 물론 지금까지 저의 여러 작업들이 책이나 테이프로 혹은 CD로 나왔지만,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인생의 책을 가장 아름답고 가장 완전하게 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에 있어 가장 아름답고 가장 완전한 그림을 그리는 것!

인생에 있어 가장 아름답고 가장 완전한 책을 쓰는 것!

이것이 지금 우리 삶에 가장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20대 젊은 나이에 수도원에 들어와서 벌써 50대 중반이 되어 은경축을 맞이하고 있답니다. 한 해를 날로 따지면 365일입니다. 첫 서원 후부터 은경축을 지내는 지금을 환산하니 9,125(구천 백이십오일)이 지났습니다. 이것을 다시 시간으로 따져보니 219,000(이십일만 구천)시간입니다. 이것을 다시 분으로 환산해보니 13,140,000(천삼백 십사만)분이고, 초로는 788,400,000(칠억 팔천팔백 사십만)초입니다. 우리가 매일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날들이, 시간들이 이렇듯 엄청난 순간순간들이 모여 이루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순간이 중요하고, 그리스도인으로서 순간순간을 충실히 살아가야 합니다.

서원 은경축을 맞이하는 저의 지금 심정은 서두에 인용했던 그 어린이의 간절한 심정과도 같답니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생각되는 것은 비록 앞의 시간들은 망쳤을지라도 남은 시간이 조금 더 있다는 사실에 작은 위안과 희망을 갖습니다. 물론 이것도 하느님께서 허락하셔야 가능하겠지만... 두 번 다시 주어지지 않는 인생의 시간들! 그래서 주님의 자비와 은총이 지금 이 순간 더 절실히 필요로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날 혹시라도 주님! 이 그림은 완전히 망쳐 버렸습니다!” 하지 않도록, 남은 시간만이라도 좀 더 충실히 살아가야 하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해 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남은 시간을 좀 더 충실히 살기 위해서는 먼저 회개해야 합니다. 회개하지 않고서는, 참으로 하느님께로 돌아설 수 없고, 하느님께 돌아서지 않고서는 참된 주님 제자 됨의 길도 충실히 갈 수가 없습니다. 복음에 나오는 제자들은 주님의 부르심을 듣자 곧바로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그들은 머뭇거림이나 지체함 없이 즉각적인 순종을 하였습니다. 우리의 부르심의 길도 이와 같아야 합니다.

오늘 은경축을 함께 맞이하는 저희 수도자들이 남은 수도여정을 좀 더 충실히 살아갈 수 있도록, 특별히 여러분들의 기도를 부탁드리며 강론을 마칩니다.

- 아 멘 -

추천하신 회원님 : 0 명

♡한마디의 아름다운 댓글이  관리자님과 우리 모두의 마음을 풍요롭게 합니다♡ 조회 : 2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