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21주일(루카 13,22~30)

올해 여름 그 고온다습하고 지루하던 폭염도 8월 마지막 주일에 접어들어 한 풀 꺾이고 이제는 처서도 지나고 2~3일 비가오고 나더니 아침저녁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어 가을 분위기를 자아내려하고 있습니다. 가을은 추수의 계절입니다. 하느님 나라도 추수를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주일 복음도 차츰 종말로 향하는 분위기로 가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가시는 길에 여러 고을과 촌락을 거치면서 사람들에게 가르치시면서 지나가시는데 어떤 사람이 “주님, 구원받을 사람이 적겠습니까?”하고 묻자 예수님께서 “좁은 문으로 들어가려고 애쓰시오.”하시고, 오늘 복음의 마지막에 “사람들이 동쪽과 서쪽에서 그리고 북쪽과 남쪽에서 모여들어 하느님 나라에서 잔칫상에 자리 잡게 될 때에, 첫째가 될 말째 사람들이 있고 말째가 될 첫째 사람들이 있습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당시 첫째는 하느님의 선택받은 유대인들이겠고 말째는 우리를 포함한 그들이 말하는 이교도들과 소위 죄인이라 일컫는 세리와 창녀들을 지칭하는 말일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 나라는 이미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 땅에 와 있고 그 완성을 향하여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의 이 미사 중 성찬식도 하느님 나라의 잔치의 예표이기도 합니다. 우리도 그들이 말하는 이교백성이었지만 동서남북 전국 각지에서 모여 와 이렇게 천상잔치인 성찬식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옛날에 말째였지만 지금은 첫째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좁은 문을 통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옛날에 신창원이란 탈옥수는 자기 몸에 살을 빼서 환풍구 구멍으로 탈옥했습니다. 좁은 문은 통과 하려면 자기 몸에 살을 빼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좁은 문으로 들어가려고 애쓰시오.” 애써 살을 빼야 하는 것입니다. 살을 빼기위한 노력은 먼저 애써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하고 싶은 모든 것을 다 하고 원하는 모든 것을 다가지려고 하면 좁은 문으로 들어 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과한 욕심을 내려놓고 여러 인간적인 욕망들을 포기해야 합니다. 가진 것을 나눌 수 있을 만큼 애써 나누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좁은 문을 통과하려면 겸손해야 합니다. 유대인들은 자기들이 하느님의 선민이라고 해서 자기네 생활은 우상 숭배를 비롯하여 온갖 불의를 저지르면서도 교만으로 다른 민족들을 무시하고 천대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들에게 경고했습니다. 지금 첫째지만 말째가 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교만은 인간이 처음으로 하느님 앞에 지은 죄입니다. 지금 우리도 이렇게 천상잔치에 참여한다고 교만해지면 안 됩니다. 지금 성찬식에 참여하지 못하는 누구도 무시하거나 외면해서도 안 됩니다. 언제라도 그들도 첫째가 되어 천상잔치에 참여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여러 고을과 촌락을 지나는 길에 가르치시면서 예루살렘으로 가고 계셨다고 합니다. 예수님을 따라 살겠다고 따라나선 우리도 우리의 일생이 천상예루살렘을 향해 나가는 길에 있습니다. 우리는 인생길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에게 예수님이 하신 것처럼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고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방법은 바로 우리의 생활입니다. 우리가 구원의 삶을 사는 것으로 출발해야 할 것입니다. 구원의 삶을 사는 것은 곧 하느님 나라를 사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이 땅에 가져오신 하느님의 나라를 우리가 사는 것입니다.

오래전에 내가 가실성당에 간 적이 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성당에 올라가는데 꼬부랑 할머니 한 분이 지팡이를 짚고 성당에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말을 걸었습니다. “할머니 어디 가세요?”하니까 “성당가지! 보면 몰라?”그랬습니다. 그래서 내가 “성당에는 힘들여 뭣하러 가세요?”하니까 “그래야 나중에 천당가지”그랬습니다. 그 분은 성당에 다녀야 죽어서 천당에 간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기도하는 주님의 기도는 “하느님의 나라가 임하시며”라고 기도 합니다. 우리가 천당에 가기 전에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이 땅에 와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하느님의 나라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미 예수님이 선포하신 하느님의 나라를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느님의 나라를 살 것입니까? 하느님 나라의 결실은 평화와 기쁨입니다. 평화 중에 기쁘게 사는 것이 하느님 나라를 사는 것입니다. 우리가 평화 중에 기쁘게 사는 것이 구원의 삶을 사는 것이며 이로써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인생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평화와 기쁨을 전해주는 삶이 우리의 소명입니다. 이를 위하여 먼저 우리 마음에 평화가 있고 기쁨이 있어야 합니다. 내 마음에 평화와 기쁨이 없으면 이웃에 전해줄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쉽게 흥분하지도 흔들리지도 말고 하느님께로 향한 마음에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기쁘게 살아야 합니다. 자녀들이 기쁘게 사는 것을 아버지 하느님은 원하십니다.

우리말에 “기쁘다”는 말은 “즐겁다”는 말과 차이가 있습니다. 즐겁지는 않아도 기쁘게 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희생을 요구하는 일, 전혀 즐겁지 않은 일도 기쁘게 하다보면 거기서 즐거움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것이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이 아니겠습니까?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일이라 피하거나 거부하고 나면 두고두고 마음에 평화가 없습니다. 물론 기쁨도 즐거움도 없습니다. 이것은 구원의 모습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회사와 가정을 구별할 줄 압니다. 회사의 주된 매체는 “일”입니다. 그리고 가정의 주된 매체는 “사랑”입니다. 물론 회사에도 어느 부분 “사랑”이 매체가 되기도 하고 가정도 어느 부분 “일”이 매체가 되기도 하지 만역시 주된 매체는 회사는 “일”이고 가정은 “사랑”입니다. 이런 면에서 공동체는 가정적이라야 합니다. 수도원 분위기도 회사 분위기가 아니라 사랑이 흐르는 가정의 분위기라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수도 가족”이란 용어가 생기지 않았나 합니다. 가정이든 수도원이든 사랑이 메마른 곳에는 평화도 기쁨도 없이 의무와 권리만 있는 삭막한 곳이 될 것입니다. 이런 생활은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삶이 될 수 없습니다.

이제우리의 신앙생활은 이 땅에 하느님 나라의 구원을 선포하는 삶이되도록 해야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하루하루 생활을 우리 모두 서로 화목한 가운데 평화롭게 기쁘게 살도록 노력합시다. 거기 하느님 나라의 구원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