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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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연중 제16주일(다해, 2013.7.21) - 김 에바리스토 신부 13-07-21 21:03:4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467   

연중 제16주일

2013.7.21. 본원강론(김에바리스토 수사신부)

 

◑강론주제: “수도원을 찾아오는 모든 손님을 그리스도를 영접하듯이 해야 한다.”

◤창세기 18장 1-10절. // 콜로새서 1장 24-28절. // 루카복음 10장 38-42절◥

 

►오늘 제1독서에서 우리는 ‘성경의 첫 번째 족장(族長)이며, 이스라엘의 조상(祖上)이고, 믿음의 조상인 아브라함’과 세 사람과의 만남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창세기 18장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즉시 <<성 베네딕도의 수도규칙>> 제53장 “손님 환대”를 떠올리게 됩니다. “수도원을 찾아오는 모든 손님을 그리스도를 영접하듯이 해야 한다. …… 형제들은 모든 이들에게, 특히 믿음의 가족들과 순례자들에게 합당한 경의를 표해야 한다.(1-3절)

 

►오늘 제1독서인 창세기 18장의 “아브라함의 손님 접대 이야기”에서 저는 “손님 환대의 진수(眞髓)”를 보는 듯합니다. 백수(白壽)인 아브라함은 한창 더운 대낮에 천막 어귀에 앉아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가 눈을 들어 보니 자기 앞에 세 사람이 서 있었습니다.

►아브라함은 한낮의 더위 속을 걸어온 사람들에게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공감능력(共感能力)이 뛰어났습니다. “물을 조금 가져오게 하시어 발을 씻으시고, 이 나무 아래에서 쉬십시오. 제가 빵도 조금 가져오겠습니다. 이렇게 이 종의 곁을 지나게 되셨으니, 원기를 돋우신 다음에 길을 떠나십시오.”(창세기 18장 4-5절) 아브라함은 철저히 손님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들을 환대했습니다.

 

►우리의 사부 성 베네딕도 역시 그의 <<수도규칙>>에서 “손님이 왔다는 보고가 있으면 장상과 형제들은 즉시 달려가 온갖 사랑과 친절로써 따뜻하게 맞이해야 한다.”(제53장 3절)라고 권고합니다.

 

►그리고 아브라함은 급히 천막으로 들어가 본격적인 환대 자리를 부인 사라에게 부탁하고, 살이 부드럽고 좋은 송아지 한 마리를 골라 하인에게 요리를 지시합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상의 대접을 서둘러 기쁘게 준비하는 아브라함의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고 행복하게 그려집니다.

 

►또한 저는 “아브라함의 손님 접대 이야기”를 들을 때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세계 최초로 '교육보험'이라는 상품을 만들어 냈고, 국내를 넘어 세계 최고의 문화 기업을 꿈꾸는 '교보문고'의 창립자 대산(大山) 신용호 선생(1917. 8. 11~2003. 9. 19)이 생각납니다. 전라남도 영암에서 태어난 선생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에 폐병에 걸린 것은 물론 가정 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중학생이 될 나이에 3년 동안 천일독서(千日讀書)를 실천했다고 합니다.

학교에 다니지는 않았지만 신용호 선생은 “책속에 길이 있다”는 어머님의 가르침에 따라 남다른 선택으로 ‘1,000일 독서’를 실천한 덕분에, 19세에 중국으로 건너가서 해방과 더불어 29세에 고국으로 돌아온 그가 훗날 교보생명과 교보문고를 창립하는 거목이 된 계기가 된 것입니다.

저는 서울에 갈 일이 있으면 꼭 들리는 곳이 교보문고입니다. 그 많은 책들 앞에서 전율(戰慄)을 느끼곤 했습니다. 서울의 한복판 금싸라기 같은 땅에 교보문고와 같은 몸과 마음이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닙니다.

대산 신용호 선생의 손님접대는 참으로 놀랍습니다. “광화문 글판”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보통의 기업주라면 홍보효과가 큰 간판에 틀림없이 기업홍보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시민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주는 글판을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시민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주는 서울의 명물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그 결과 광화문 글판은 사람이 아님에도 “2007년 세상을 밝게 만든 100인”에 선정되었습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고 말한 신용호 선생의 큰 뜻은 삭막한 서울을 밝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때로 새롭게 바뀌는 “광화문 글판” 중 몇 개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내 유산으로는 징검다리 같은 것으로 하고 싶어. 모두들 건네주고 건네주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푸른 바다에는 고래가 있어야지. 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지.”

“있잖아, 힘들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눈과 얼음의 틈새를 뚫고 가장 먼저 밀어 올리는 들꽃, 그게 너였으면 좋겠다.”

“지금 네 곁에 있는 사람, 네가 자주 가는 곳, 네가 읽는 책들이 너를 말해 준다.”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

 

►아브라함이나 신용호 선생처럼 남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다가옵니다. 손님 접대에 지극정성이었던 아브라함에게 주님은 아들을 약속하십니다. 이때 아브라함은 백 살, 사라는 아흔 살. “너무 어려워 주님이 못할 일이라도 있다는 말이냐?”(창세기 18장 19절)라는 말씀이 저에게 새롭게 다가옵니다.

►“예수님을 영접하는 데는 음식대접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그분 말씀을 듣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할 때에 우리는 다음의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마르타는 예수님을 집으로 모셨고, 마리아는 마음으로 모셨다고 여겨집니다. 예수님을 집으로 모신 마르타는 분주했고, 마음으로 모신 마리아는 평온했습니다.

 

►저는 수도자로서(1979. 1. 12 첫서원 ~2013. 7. 21 현재까지) 35년째 살아오고 있습니다. 저는 여태껏 마르타처럼 주님을 ‘집’에 모시고 늘 분주하게만 살아왔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우연히 작년부터는 마리아처럼 주님을 ‘마음’에 모시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작년에는 신구약 성경전체를 세 번 통독했습니다. 요즈음은 계속하여 매일 성경을 1시간 이상씩 꼭 읽고 들으면서 주님을 마음에 모시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는 내 안에서 힘차게 작용하는 그리스도의 기운을 받아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콜로새서 1장 29절)라고 고백한 바오로 사도처럼 하느님 나라의 선포를 위하여 “아무 것도 그리스도보다 더 낫게 여기지 않는”(<<성베네딕도 수도규칙>> 제72장 11절; 4장 21절 참조) 수도사제로서 주님을 마음에 모시고 살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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