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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연중 제12주일 (다해, 2013.6.23) - 김 폴리카르포 원장신부 13-07-01 07:16:0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438   

2013년 6월 23일/ 연중 제12주일/ 남북통일기원미사(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너희는 나(예수)를 누구라고 하느냐?

金鐘弼 폴리카르포 修士神父

 

<시작하면서>

오늘은 연중 제12주일입니다. 오늘 우리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로 ‘남북통일 기원 미사’를 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수도원에서는 오는 6월 25일, 본 날 ‘남북통일 기원 미사’를 봉헌하게 되겠기에, 오늘은 연중 제12주일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직면하게 되는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마태9,20)는 예수님의 물음이 지금 이 순간 부대낌으로 일어나 저를 다그칩니다.

 

 제1독서인 즈카르야 예언서(12,10-11;13,1)의 말씀은 소위 ‘제2즈카르야서’라고 지칭하는 내용에 속한 부분입니다. 눈여겨보게 되는 구절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다윗 집안과 예루살렘 주민들 위에 은총과 자비를 구하는 영을 부어 주겠다.”(12,10) “그날에 다윗 집안과 예루살렘 주민들의 죄와 부정을 씻어 줄 샘이 터질 것이다.”(13,1)

제2즈카르야서에 묘사되는 메시아의 모습은 ‘겸손하시어 어린 나귀를 타고 오시는 분’(9,9)이고, ‘착한 목자’(11,4-7; 13,7-9)이며, ‘찔려 죽은 이’(12,9-14)입니다. 즉 배척당하고 보잘것없는 모습의 메시아관입니다. 이는 그때까지 유다인들에게 전승된 화려하게 군림하고 통치하는 전통적인 메시아관과는 현저한 차이를 드러냅니다. 오늘 제1독서의 내용을 포함하여, 제2즈카르야서에 묘사된 메시아는 수난과 죽음을 통해 결국에는 백성들을 정화하고 죄로부터 그들을 구원하는 메시아입니다. 이러한 메시아의 모습은 신약의 복음사가들이 제시한 그리스도의 구체적인 모델입니다.

 

 제2독서인 갈라티아서(3,26-29)의 말씀 중에서 오늘 새롭게 머물게 되는 내용은 이렇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믿음으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는 세례를 받은 여러분은 다 그리스도를 입었습니다.”(3,26-27) “여러분은 모두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나입니다.”(3,28ㄴ)

예수 그리스도 사건 이후의 믿음은 그분 안에서 성취된 사건에 대한 것입니다. 아브라함의 믿음은 약속의 실현을 예상한 믿음이었지만, 그리스도인들의 믿음은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된 약속에 대한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믿음으로 의화되었는데, 이는 미래에 실현될 복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성령의 현존으로 이미 실현된 의로움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방계 그리스도인들을 일컬어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유다인뿐 아니라 이방인도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써 하느님과의 새로운 관계를 얻을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세례는 믿음의 성사적 보완이며 구체적인 표현입니다. 모든 사람이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와 일치된 상황에서는 유다인과 그리스인이라는 종교적 차별, 종(노예)과 자유인이라는 사회적 차별, 남자와 여자라는 성적(性的) 차별이 없어집니다. 이렇게 세례는 모든 대립이나 차이를 극복하고 조화와 일치를 가져다줍니다. 그리스도는 하느님을 중심으로 모든 사람을 화해시키는 일치의 중심입니다.

 

 오늘 복음인 루카복음(9,18-24)은 ‘베드로가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고백’(18-21절)하는 내용과 ‘수난과 부활을 처음으로 예고’(22절)하는 내용과 ‘예수님을 어떻게 따라야 하는가’(23-24절) 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마태오・ 마르코・ 루카・ 요한 등 네 복음서에서 만나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생각해봅니다. 복음서에 드러나는 예수님의 ‘제자 교육’과 ‘민중 교육’의 비율에 대하여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제자교육이 60%이고 민중교육은 40%이라 합니다. 여기서 제자교육의 중요성이 시사(示唆)됨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공생활의 시작부터 당신과 함께 해 온 제자들에게 의미심장한 물음을 던집니다.

당신 자신에 관하여 길거리에 떠도는 소문들을 허심탄회(虛心坦懷)하게 말해보라는 예수님의 주문에 제자들이 응답합니다. “세례자 요한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엘리야라고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옛 예언자 한 분이 다시 살아나셨다고 합니다.”라고 대답합니다. 그런데 그 응답에 대해서는 대꾸조차 않으시고 제자들에게 단도직입적(單刀直入的)으로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9,20ㄱ)고 물으십니다.

교부 알렉산드리아의 키릴루스(375-444년)의 「루카 복음 주해」에 따르면, 예수님은 당신 제자들이 다른 사람들의 그릇된 견해에 휩쓸리지 않도록, 그들을 다른 모든 사람들과 구별하여 대하십니다. 제자들 가운데 베드로가 나서서 대답합니다. “하느님의 그리스도이십니다.”(9,20ㄴ) 이는 예수님께서 모든 사람을 구원하실 그리스도이심을 고백한 것입니다.

교부 밀라노의 암브로시우스(330년경-397년)의 「루카 복음 주해」에 따르면,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것은 바로 그분을 하느님으로, 육화하신 분으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다가 부활하신 분으로 고백하는 것이므로, 신앙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루카복음사가의 편집 순서에 따르면, 오천 명을 먹이신 엄청난 기적이 제자들을 대표해서 베드로로 하여금 예수님을 ‘하느님의 그리스도’로 고백하게 한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수난이 사람들에게 걸림돌이 될 것이기 때문에 제자들에게 당신(메시아)께서 고난받고 죽으시고 다시 살아난다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고, 때가 되기까지 비밀로 묻어 두어야 한다고 엄중하게 분부하십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뒤에야 제자들은 십자가의 치욕으로 극점에 달하는 그분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을 구원의 기쁜 소식으로 선포하게 될 것입니다.

이어서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9,23)라는 말씀은 모든 사람에게 하신 말씀이셨습니다. 여기서 십자가는 우리를 위한 예수님의 수난 전체를 가리킵니다. 십자가를 지는 것은 그리스도를 위하여 죽을 준비를 갖추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을 버리고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지고 그분을 따라야 합니다. 자기를 버린다는 것은 과거를 모두 잊고(내려놓고), 자신의 의지를 완전히 하느님의 뜻에 내어 맡기는 삶을 뜻합니다. 온갖 욕망의 충동이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세상에 살면서 철저하게 순종하기란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몸에 밴 어떤 습관, 세속 풍습에 물든 삶이 요구하는 사회적 가치는 자기 십자가를 지고 그리스도를 따르는 데 큰 장애가 될 수 있습니다.

대 바실리우스(330년경-379년)의 「긴 규칙서」에 따르면, 그리스도를 위하여 죽을 준비를 갖춤, 이 땅에서의 육신의 금욕, 그리스도의 이름 때문에 겪게 될 위험을 기꺼이 감수함, 이승의 삶에 초연함, 이런 것이 자기 십자가를 지는 사람의 자세입니다. 우리는 세속의 생활 습관에서 비롯하는 장애가 가장 큰 방해물이라 여깁니다.

 

<마무리하면서>

그때에 예수님께서 물으셨네.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루카9,20ㄱ)

오늘을 사는 그리스도인인 우리 실존에 던져진 물음・・・・

제자들 가운데서 불쑥 베드로가 응답했네.

“하느님의 그리스도이십니다.”(루카9,20ㄴ)

그래, 아직 제대로 영글지 않은 누구의 신앙고백이어도 괜찮네.

그렇게만 알아차려 가슴 열어 제치어도,

예수님은 그들 앞에 첫 번째 수난・ 죽음・ 부활을 예고할 수 있었네.

그리고 좀 더 엄숙하게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루카9,23)고 덧붙일 수 있었네.

일찍이, 독일의 여류 시인 카슈닛즈는 이렇게 읊었었지.

“예수, 도대체 어떤 분이냐?/

갈릴레아에서 태어난/ 초라한 사람/ 그렇지만 당당하구나./

힘이 넘치는 사람/ 그렇지만 무력하기 짝이 없구나./

옛적에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다.”(카슈닛즈)

//癸巳年 炎天에 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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