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기쁨의 샘이신 성령

‘성령의 기쁨으로 살며 일한다’ 는 표현이 있습니다. 이유 없이 생긴 표현이 아닙니다. 성령은 기쁨의 샘이시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 샘의 물을 마시면 기쁨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도 바오로의 말씀에 따라 기쁨은 성령의 열매입니다.

그런데 기쁨은 우리 시대의 표징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과거의 어느 시대 보다 더 잘 살고는 있지만 이전보다 더욱 기쁘게 사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는 옛날만큼 기쁘게 살고 있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먹을 것과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 풍부해질수록 우리의 기쁨은 적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는 것을 제일 놀랍게 보여주는 것은 우리나라의 자살률입니다. 잘 사는 나라들 (OECD, 즉 경제협력개발기구에 속한 34개 나라) 중에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입니다. 이해되지 않는 일이지만 사실입니다.

그렇더라도 이러한 걱정스러운 현실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오늘의 대축일이 우리들에게 보여주는 희망이 있습니다. 기쁨의 샘이신 성령입니다!

성령은 우리들 안에서 활동하시는 하느님의 힘이십니다. 그 힘을 입어서 우리가 사람으로서 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자녀로서 살 수 있습니다. 사도 바오로가 테살로니카의 교우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항상 기뻐하십시오!” (1 테살 5,16). 사람의 힘만으로는 사도의 이 지시에 따라 살 수 없습니다만 성령의 도움을 받으면 이렇게 살 수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도 이렇게 사셨습니다. 필리비에 있는 감옥에 협자자인 실라스와 함께 갇혀 있었을 때도 기뻐하면서 하느님을 찬미하셨습니다. (사도행전 16,25).

살아가면서 슬픈 일들이 많이 생깁니다. ‘지상은 눈물의 골짝’이란 말도 시편과 성가 (시편 84,7; 성가 278; salve regina)에 있습니다. 그리고 불교 측에서는 인생은 '고통의 바다'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항상 기쁘게 살 수 있겠습니까? 사람이 자기 욕심이나 감정대로 살지 않고,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또 성령의 힘으로 산다면 결과적으로 기쁘게 살고 또 기쁨을 심으면서 살 수 있습니다.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살려고 하면 그 이끄심을 찾아야 합니다. 그 이끄심을 찾는 방법은 기도와 양심성찰입니다.

성령의 이끄심을 찾기 위해서 가장 좋은 기도는 조금 전에 우리가 외운 성령송가 (성령 부속가)입니다: “오소서, 성령님. 주님의 빛, 그 빛살을 하늘에서 내리소서. ......” 성령과 당신의 이끄심을 위해서 정말 마음의 문을 잘 여는 기도문입니다. 아쉬운 것은 이 좋은 기도문이 가톨릭 기도서에서 빠진 것입니다. 물론 이 기도문이 아니라도 자발적인 기도나 성가로서도 성령의 이끄심을 위해서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의미의 기도를 자주, 될 수 있는 대로 매일 바치는 것입니다.

신자로서 우리는 매일 양심성찰을 합니다. 우리 수도원의 공동체도 매일 끝기도를 시작하면서 이런 반성을 합니다. 그 때의 반성 중에 이러한 질문을 포함시키는 것이 좋겠습니다: ‘내가 오늘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살았는가?’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살겠다는 삶의 방향을 잘 지키기 위해서 매일 이런 반성을 하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사람이면 누구나 기쁘게 살고 싶어 합니다. 이 소원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기쁨의 샘이신 성령께서 함께 계시고 도와주시는 것입니다. 그 샘에서 나오는 물은 오늘뿐만 아니라 매일 마실 수 있는 것입니다!

“좋으신 하느님, 당신의 성령께서 함께 계시고 이끄시는 우리들의 삶을 통해서 영광을 받으십시오!” -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