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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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연중 제2주일 (다해, 2013.1.20) - 김 에바리스토 신부 13-01-20 19:54:3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402   

김에바리스토 수사 신부(본원 강론)

Intro

오늘 독일 본국에서 영명일을 맞이하신 임인덕 세바스티아노 신부님을 위해 기도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주님께서 임신부님에게 치유의 은혜를 내려주시도록 기도합시다.

오늘 요한복음 2장 1-11절에서 우리는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예수님께서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킴으로 제자들을 믿음으로 이끌어주신 예수님의 “첫 번째 표징”이야기를 듣습니다. “카나의 혼인잔치” 첫 번째 표징의 중심에는 예수님과 성모님 그리고 물을 날랐던 일꾼들이 있습니다. 저는 예수님의 이해할 수 없는 말씀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그분의 말씀을 따른 일꾼들의 순명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네 신앙인들, 특히 베네딕도회 수도승들의 생활 역시 맹물을 물독에 채워 과방장에게 날아다 주는 일꾼들이라 생각됩니다.

 

Homily

▶오늘의 제1독서인 이사야서 62장 1-5절은 “예루살렘의 영광과 축복”에 대해 들려줍니다. 마치 신랑 신부의 혼인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제2독서인 1코린토 12장 4-11절은 “하나인 영과 다양한 은사”에 관해서 들려줍니다.

▶창조를 노래하는 구약성경 시편 104장 13-15절에 의하면, 하느님이 땅에 내리신 세 가지 큰 선물이 나옵니다. 즉 “빵(bread)과 포도주(wine) 그리고 올리브기름(oil)”입니다. 이 세 가지 선물은 나중에 물과 함께 교회의 성사들을 집전하는데 쓰는 기본 재료가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인 “카나의 혼인잔치에서의 첫 번 표징”은 요한복음 일곱 표징사화 가운데 하나입니다. “표징”은 예수님의 기적을 가리키는 요한복음 특유의 용어로서, “영광을 드러내시는 예수님과 그분을 파견하신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일어남을 뜻합니다. 따라서 기적 자체보다는 기적을 행하신 예수님의 인격에 중점을 둔 그리스도론적 용어입니다.

▶포도주는 잔치의 구체적인 표현입니다. 포도주는 창조계가 얼마나 훌륭한가를 알게 해줍니다. 그래서 포도주는 안식일과 파스카 축제의식, 그리고 혼인잔치에서 반드시 마시게 되어 있었습니다. 따라서 잔치집에서 포도주가 떨어졌다는 것은 심각한 사태였습니다. 또한 포도주는 하느님이 인류와 함께 벌이실 궁극적인 잔치, 이스라엘이 기대하던 그 잔치가 어떠한 것인가를 짐작하게 해줍니다. “만군의 주님께서는 이 산 위에서 모든 민족들을 위하여 살진 음식과 잘 익은 술로 잔치를, 살지고 기름진 음식과 잘 익고 잘 거른 술로 잔치를 베푸시리라.”(이사야서 25장 6절)

▶“카나의 혼인잔치에서의 첫 번 표징”은 얼핏 보기에 예수님의 다른 표징들 중에서도 좀 독특해보입니다.

“거기에는 유다인들의 정결례에 쓰는 돌로 된 물독 여섯 개가 놓여 있었는데, 모두 두세 동이들이였다. 예수님께서 일꾼들에게 ‘물독에 물을 채워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들이 물독마다 가득 채우자, 8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다시, ‘이제는 그것을 퍼서 과방장에게 날라다 주어라.’ 하셨다. 그들은 곧 그것을 날라 갔다.”

여기서 “한 동이”는 약 40리터라고 합니다. 예수님께서 개인의 혼인잔치에서 대략 520~600리터나 되는 엄청난 양의 포도주를 마련해주셨다는 것이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가? 이것은 개인적인 사치가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의미가 있음을 깨닫게 해줍니다.

▶“예수님께서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이시여, 저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그분의 어머니는 일꾼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하고 말하였다.”

저는 오늘 복음 중에 이 대목을 묵상하면서 모자간의 대화에서 마치 고승들의 선문답을 듣는 것만 같았습니다. <<무문관(無門關)>>의 저자인 무문화상(無門和尙: 수행을 많이 한 승려)은 남전[南泉]의 경구인 “평상심이 바로 도이다.[平常心是道]”에 주해를 달아 아름다운 시 한수를 지었습니다.

“봄에는 백 가지 꽃이 피고, 가을에는 밝은 달이 뜬다.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 불고, 겨울에는 눈이 내린다. 이러쿵저러쿵 헛걱정을 하지 않으면 인생 전체가 오래도록 즐거운 계절일 것이다.” 역설적으로 인생에서는 자신의 생활에 대하여 걱정하지 않는 사람만이 진정 삶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으며, 또한 근심하지 않는 사람만이 진정 남을 돌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뜻이 아니라 “주님의 기도”에도 나오듯이,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마태오복음 6장 10절)라고 가르치셨듯이 자신이 성부의 뜻을 따르며 그분의 영광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을 어머니에게 알리고자 하셨다고 생각됩니다. 즉 혈육관계를 뛰어넘어 성부와의 관계 속에서 어머니 마리아를 보고 말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이 십자가 곁에 서 계시는 어머니에게 하신 말씀도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즉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어머니와 그 곁에 선 사랑하시는 제자를 보시고,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요한복음 19장 26절).

▶이렇듯 평상심(平常心)을 지니고 사셨던 마리아는 마치 예수의 말을 잘 알아차린 듯이 예수의 뜻에 따르도록 일꾼들에게 말합니다. 자기는 뒷전으로 물러나 아들을 신뢰하며 지지하겠다는 태도를 엿보게 합니다. 또한 창세기 41장 55절을 연상케 합니다. “이집트 온 땅에 기근이 들자, 백성이 파라오에게 빵을 달라고 부르짖었다. 그러자 파라오는 모든 이집트인에게 말하였다. ‘요셉에게 가서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오늘 복음에서 물이 포도주로 변한 기적 자체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잔치주관자인 과방장에 의해 기적임이 확정되고, 물독에 물을 채운 일꾼들이 기적의 증인들로 소개됩니다.

▶<<그래서 과방장이 신랑을 불러 그에게 말하였다. “누구든지 먼저 좋은 포도주를 내놓고, 손님들이 취하면 그보다 못한 것을 내놓는데, 지금까지 좋은 포도주를 남겨 두셨군요.”>>

포도주 맛이 뛰어남을 표현하는 이 말은 그 출처를 묻는 말과 함께 포도주 제공자의 품위도 시사합니다. “Jesus Changes Water to Wine” 물을 포도주로, 그것도 가장 좋은 포도주로(the choice wine // the best wine) Choice means of very high quality.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처음으로 갈릴래아 카나에서 표징을 일으키시어,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셨다. 그리하여 제자들은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 라고 카나 혼인잔치 기적의 의미와 결과를 요약합니다. 즉, 이 기적은 하느님으로부터 파견된 예수님의 영광이 드러나는 표징이요,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제자들로 하여금 예수님을 더 깊고 높은 차원에서 이해하도록 이끌었다는 것입니다.

▶ 여기서 우리는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예수님께서 영광을 드러내셨지만 믿음의 눈으로 보는 사람에게만 전달되었다는 사실을 눈여겨보아야 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나타난 표징을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는가? 저는 요한 23세 교황님에 의해 시작된 <<제2차 바타칸공의회>>에서 찾아보게 됩니다. 네 개의 헌장과 아홉 개의 교령, 세 개의 선언, 총 16개 문헌이야말로 오늘날 카나의 혼인잔치이며,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이 되는 네 개의 헌장, 즉 “전례헌장, 계시헌장, 교회헌장, 사목헌장”이야말로 가톨릭교회의 2천년 역사를 획기적으로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게 한 결정적인 지침이 되었습니다. 맹물이 가장 좋은 포도주로 변한 표징이라 여겨집니다.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이신 강우일 주교님의 <<강우일 주교와 함께 걷는 세상>>을 읽으면서 카나의 혼인잔치의 표징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됩니다. 이 책에서 강우일 주교님은 말씀하시기를,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개막된 지 50년이 흘렀습니다. 50년째 되는 해는 성경에서 은총의 희년입니다. 종살이하던 사람이 해방되고 빚도 탕감 받고 모든 굴레가 벗겨짐으로써 은총이 완성되는 해입니다. 이제 한국교회도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성령께서 비추어 주신 은총의 빛살로 주님이 바라시는 해방과 탕감을 실천해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주님께서는 이 은총의 해에 우리가 사로잡혀 얽매여 있던 세속의 가치관에서 해방되고, 주님께 진 빚을 탕감받기 위해, 주님의 가장 작은 형제들, 세상의 불의에 억눌려 가난하고 고달픈 삶을 살아온 이들에게 연대와 일치를 보여주는 그리스도 예수의 제자로 새로 나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계시지 않겠습니까?”

"그분의 어머니는 일꾼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하고 말하였다”(요한복음 2장 5절).

[참고문헌]

▪교황 베네딕도 16세 요제프 라칭거 지음, 박상래 신부 옮김, <<나자렛 예수>>, 바오로딸, 2012. pp. 330~420.

▪강우일 주교, <<강우일 주교와 함께 걷는 세상>>, 바오로딸, 2012. pp.49-50

▪John C. H. Wu(吳經熊) 지음, 서돈각, 이남영 옮김, <<禪學의 황금시대>>, 도서출판 天池, pp.392-393.

☺ 참고사항

[[즉, 일곱 표징사화는 (1)카나의 혼인잔치 2장 1-11절. (2)왕실 관리의 아들을 살리시다 4장 46-54절. (3)벳자타 못 가에서 병자를 고치시다 5장 2-9절. (4)오천 명을 먹이시다 6장 1-15절. (5)물 위를 걸으시다 6장 16-21절. (6)태어나면서부터 눈먼 사람을 고쳐주시다 9장 1-12절. (7)죽은 지 나흘이나 지난 라자로를 살리시다 11장 1-4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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