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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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천주의 모친 성모 마리아 대축일(다해, 2013.1.1) - 이 시몬 베드로 아빠스 13-01-02 08:35:2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817   

천주의 모친 성 마리아 대축일(다해)

민수 6,22-27; 갈라 4,4-7; 루가 2,16-21.

 

  2013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어제 우리는 저물어가는 해와 마지막 작별을 고하고 이제는 결코 되돌아오지 않는 가는 해의 마지막 날을 못내 아쉬워했습니다. 인간은 시간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시간이 인간에게 주어지고 허용되어 있는 것입니다. 오늘 아침 새해를 시작하면서 세배를 주고받으면서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또는 “새해에도 건강하십시오.”라는 덕담을 주고받았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에서 선물로 주신 새해 한 해가 값있고 보람되고 복된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교회는 오늘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을 지냅니다. 성탄대축일을 지낸지 꼭 1주일이 되는 오늘 성모님의 대축일 지냄으로써 성탄의 신비 안에 성모님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천주의 모친”(Theotokos)이란 호칭은 431년에 열렸던 제3차 공의회인 에페소 공의회에서 선포되어 교회 안에 신앙신조로 지켜져 왔습니다. 특히 동방교회에서는 오늘 축일에 예수 아기의 어머니인 마리아께 축하 인사드리는 축일로 지냅니다. 마리아께서 천주의 모친이 되시므로 또한 우리의 어머니 되시며, 그래서 자녀 된 우리들은 어머니께 축하의 인사를 드림과 동시에 당신 자녀들을 위해 하느님께 전구해 달라고 청하는 것입니다. 오늘의 대축일은 1970년부터 서방교회 안에서 시작되었는데, 그전에는 1월 1일을 그냥 성탄 팔부 축일로 지내던 것을 동방교회의 전통에 따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로 승격하여 경축함으로써 우리는 한해를 어머니의 축일로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지난 성탄 밤에 들은 복음의 연장입니다. 목자들이 천사의 통보를 받고 외양간으로 달려왔습니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 이 마구간에 찾아오게 되었는지의 과정을 요셉과 마리아에게 말해 주었습니다.“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고 합니다. 이 짤막한 표현은 마리아의 심중을 함축적으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마리아는 당신의 첫아들을 외양간에서 낳아야 했고, 구유에 눕혀야만 하는 어머니로서의 심정은 오죽하였겠습니까?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습니다. 우리는 그저께 주일 성가정 축일에 들은 복음에서, 실종된 지 사흘만에 예루살렘 성전에서 다시 찾은 소년 예수께서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 하신 대답을 듣고 그의 어머니 마리아는“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라는 위와 똑같은 표현을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모든 일은 마리아에게 신비로운 현실이었습니다. 신비는 인간의 생각을 뛰어 넘어서는 하느님의 오묘한 구원계획을 말합니다. 마리아는 이 신비로운 일들을 아직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깨닫게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오래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교회가 성모 마리아를 “천주의 모친”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단순히 천주 성자이신 예수 아기를 낳으신 분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분이 주님의 구원행로에 묵묵히 그리고 확실한 믿음을 가지고 동행하셨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천주의 모친 마리아를 우리의 어머니로, 신앙의 모범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올해 우리는 “신앙의 해”를 맞이하여, 우리의 믿음이 성모 마리아의 믿음을 본받아 더욱 확고하게 자라도록 기도합시다. 신앙은 교리 지식에 기초를 두고 있지만 그리스도와 더불어 생활함으로써 마음에서 더욱 자라고 굳건해지는 것입니다. 예수 아기를 포근히 안고 있는 성모자상과, 십자가에서 갓 내린 아들 예수님의 시신을 안고 있는 피에타의 성모상은 같은 어머니이며, 우리의 신앙이 어떠해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모범이 됩니다. 인류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는 자녀들의 기쁨과 슬픔, 어려움과 위험, 고통과 유혹 등 모든 사정을 생각하고 걱정하시면서 우리를 위해 늘 전구해 주십니다.

  교회는 새해를 시작하는 오늘을 평화의 날로 정하고 있습니다. 평화에 대한 호소는 우리 신자들에게만 향한 호소가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에게 대한 호소입니다. 교황 베네딕도 16세께서는 오늘 제46차 세계 평화의 날을 맞이하여 담화문을 발표하셨고, 담화문은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이란 제목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말씀은 예수님의 산상수훈에 첫머리에 나오는 여덟 가지 참행복 중에 한 행복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전체를 포괄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참행복은 참된 약속들입니다. 따라서 참행복은 단순한 도덕적 권고가 아니라 진리와 정의와 사랑이 요구하는 것을 기꺼이 따르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하신 약속이 실현되는 것입니다. 세상의 눈에는 그분의 약속을 믿는 이들은 흔히 현실과 동떨어진 어리석은 사람들로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다음 세상에서만이 아니라 이미 이 세상에서 하느님의 자녀임을 깨닫게 되고, 하느님께서 언제나 완전히 그들 편이 되어 주셨고 앞으로도 그러하시리라고 선언하십니다.

  교황님은 담화문에서 우리 시대의 평화를 해치는 여러 가지 이유들을 열거하시면서 특히 경제의 극심한 불균형에서 오는 위험을 지적하십니다.“빈부 격차가 심해지고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사고방식이 만연되면서 빚어진 긴장과 갈등의 온상들은 우리를 걱정스럽게 합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자본주의에서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온갖 형태의 테러와 국제적인 범죄 행위로 평화가 큰 위협을 받고 있으며, 사람들 사이에 친교와 화해를 증진하여야 할 종교의 참된 본질을 왜곡하는 근본주의와 광신주의도 평화에 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극심한 불균형을 자아내는 현재의 금융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사람과 단체와 제도들이 필요합니다.”라고 역설하셨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이해관계와 이기심에 너무나 억매어 있어 과연 참다운 평화를 스스로 찾아낼 수 있을까 걱정됩니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참 평화이십니다. 이 평화는 임마누엘의 신비 즉 인간을 사랑하셔서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과 함께 하는 평화입니다. 따라서 이 평화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의 근본적인 변화에서부터, 사랑의 마음에서부터 시작되는 평화입니다. 우리 모두 평화의 사도가 됩시다. 수도형제들뿐만 아니라 신자 여러분 모두에게 새해 인사드리며 영육 간에 건강하시고 하느님의 은총을 충만히 받기를 빕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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