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HOME > 자료실 > 오늘의 강론  

  오늘의 강론  
제 목 :  예수 성탄 대축일 밤미사(다해, 2012.12.25) - 이 시몬 베드로 아빠스 12-12-28 13:18:4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650   

예수 성탄 대축일 밤미사(다)

수도원 2012년 12월 24일

이사 35,1-6.10; 1고린 7,25-40; 루가 11,33-36

 

저희 수도공동체와 함께 주님의 성탄을 거행하고 경축하기 위해 이 자리에 오신 여러분 모두를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우리는 이 성당 안에 더 나아가 여러분 각자 마음 안에 태어나신 천상아기를 마음을 다해 경축하며 서로에게 존경심을 드러냅시다. 이번 성탄절은 지난 10월 11일부터 시작된 신앙의 해에 맞이하는 성탄절이기 때문에 뜻이 깊고 그 의미를 거듭거듭 곱씹어보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4주간의 대림시기를 지냈고, 이제 우리 마음속에 한 아기의 탄생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 천상 아기의 탄생의 의미는 우리 각자에게 그 준비 여하에 따라 크게 다를 것입니다. 우리에게 탄생하시는 이 아기는 과연 어떤 아기입니까? 오늘 제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이렇게 예언하였습니다. “우리를 위하여 태어날 한 아기, 우리에게 주시는 아드님, 그 어깨에는 주권이 메어지겠고 그 이름은 탁월한 경윤가, 용사이신 하느님, 영원한 아버지, 평화의 왕이라 불릴 것입니다. 다윗의 왕좌에 앉아 주권을 행사하여 그 국권을 강대하게 하고, 그 나라를 정의 위에 굳게 세울 것입니다.” 이 예언을 보면, 그 아기에게 주어질 엄청난 권력과 위풍당당함이 묘사되어 있는데, 약속된 이 아기의 탄생을 말해 주는 오늘 복음의 분위기는 이와는 너무나 다릅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한 아기가 우리 가운데 태어나셨습니다. 그 아기는 세상의 주인이시고 인류의 구세주이신데, 마구간에 태어나시고 짐승들의 여물통에 누어계십니다. 하느님이 임마누엘이 되시기 위해, 즉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기 위해, 아니 절망의 어두움 속에서 탄식하고 아파 울고 있는 인간의 손을 잡아주기 위해 가장 가난하고 가장 약한 아기로 오십니다. 인간의 교만을 치유하기 위해 가장 겸손하게 오셨습니다. 임마누엘의 신비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그 신비는 너무나 크고 오묘해서 인간의 작은 머리로는 그 깊이를 감히 헤아릴 수 없고, 인간의 어설픈 말로써는 감히 형언할 수 없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외람된 마음으로 감히 이렇게 비유해 봅니다. 임마누엘의 신비는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과 눈을 맞추시기 위해 우리와 같은 위치에 오셨다.”라고 말해볼까 합니다. 구약시대에서는 하느님의 이름을 감히 부를 수 없었고, 그분의 얼굴을 직접 뵙는 이는 죽으리라고 하시던 하느님입니다. 주님께서 태어나시기 500여 년 전에 이사야 예언자가 “처녀가 아기를 낳아 그의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임마누엘은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뜻이다.’라고 예언하였을 때, 그리고 그 예언을 듣는 후대의 유대인들에게는 ‘하느님께서 도대체 어떻게 인간과 함께 계실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가 커다란 수수깨끼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은 인간의 상상력을 훨씬 뛰어넘는 방식으로 오셨습니다. 만물의 창조주이시고 우주의 주인이신 분께서 마구간에서 태어나셨고 여물통 안에 누어계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천한 목자들도 그분께 찾아가 눈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 그분은 어느 누구와도 눈을 맞출 수 있고, 맞추기를 원하십니다. 우리가 감히 쳐다보기 힘든 저 높은 곳에 계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내려다 볼 수 있게끔 낮은 구유에 계십니다. 그분의 숨소리를 느낄 수 있고, 그분의 미소를 자세히 볼 수 있는 곳에 계십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주님의 성탄이 내포하고 있는 임마누엘의 신비는 지존하신 하느님이 당신을 배반한 인간과 함께 사시기 위해 오셨다는 차원을 훨씬 넘어서는 놀라운 복음입니다. 하느님이신 이 아기는 인간이 저지른 죄의 값을 대신 치루기 위해 죽을 수 있는 인간이 되셨습니다. 하느님이신 그분은 인간의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오심으로써 어떠한 처지에 있는 사람과도 하나가 되셨습니다. 우리가 조금 전에 노래로 들은 강론은 레오 교황께서 440년 성탄 밤에 로마 신자들에게 직접 하신 강론입니다. 1572년이 지난 오늘 우리에게도 큰 감동과 놀라운 가르침을 줍니다. 그 첫대목을 다시 한 번 들어봅시다. “친애하는 형제 여러분, 오늘 구세주께서 탄생하셨으니 우리 모두 기뻐합시다. 우리에게 죽음의 공포를 없애 주시고 영원한 기쁨을 약속하신 생명의 탄생일에 슬퍼하는 것은 당치 않은 일입니다. 이 기쁨에 동참하는 데 제외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니, 만민이 다 같이 기뻐해야 할 하나의 공통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죄와 죽음의 승리자이신 우리 구세주께서 죄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아무도 없음을 보시고 만민을 해방시키시러 오신 것입니다. 당신이 성도(聖徒)이라면 기뻐하십시오. 승리의 월계관에 가까이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죄인이라면 기뻐하십시오. 죄를 용서받기 위해 초대받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이교도라면, 그래도 용기를 내십시오. 당신은 생명에로 불림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레오 대교황은 만민이 모두 기뻐해야할 이유를 이렇게 역설하신 다음 성탄의 신학을 설명하십니다. 성탄의 은총을 통해 우리 인간이 어떤 품위로 높여졌으며,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이렇게 설파하십니다. “친애하는 형제 여러분, 우리는 성자를 통하여 성령 안에서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드립시다. 하느님은 그 큰사랑으로 우리를 사랑하시어 우리에게 자비를 벳푸셨으며, 죄를 지어 죽었던 우리를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려 주셔서 이제 우리는 그분 안에서 새로운 창조물, 새로운 작품이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옛 인간과 그 행실들을 벗어 던집시다. 이제 우리는 그리스도의 탄생에 참여할 자격을 얻게 되었으니 육적인 행실들을 끊어버립시다. 그리스도 신자 여러분, 여러분의 고귀함을 의식하십시오. 여러분은 하느님의 본성을 나누어 받았으니, 지난날의 천한 생활로 되돌아가려 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어떠한 분을 머리로 모시고 있고 여러분 자신이 어떠한 몸의 지체들인지를 기억하십시오. 여러분은 세례성사를 통해 성령의 궁전이 되었으니, 그처럼 고귀한 손님을 사악한 행위로 내쫓아버리고 악마의 종으로 스스로 다시 돌아가려 하지 마십시오.” 이 얼마나 아름답고 놀랍고 적절한 권고입니까!

여기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탄생을 바라보는 구경꾼이나 참관자로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그리스도의 탄생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직접 탄생하셔서, 우리는 그분 안에서 새로운 창조물, 하느님의 새로운 작품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천지창조 때에 당신의 모상(Imago Dei)에 따라 인간을 창조하셨다면, 임마누엘의 신비를 통해서 이루어진 세례성사에서는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가 되고 하느님과 영원히 함께 살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하느님의 자녀라는 고귀한 품위에 걸맞게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올해 “신앙의 해”에 우리는 머릿속으로 알고 입으로 고백하던 이 놀라운 기쁜 소식을 마음 속 깊이 깨닫고 느끼서 우리와 하나 되시고자 오시는 천상 아기를 마음에 따뜻이 모시도록 합시다. 내 안에 태어나신 주님, 옆 사람 안에 태어나신 주님, 우리 가족과 공동체 안에 태어나신 주님, 우리 사회와 세상 안에 사는 모든 이들 안에 태어나신 주님을 알아보고 서로에게 사랑과 존경과 기쁨을 드러낸다면, 우리는 참다운 의미에서 주님 성탄에 동참하게 되고 우리 안에 새로운 복음화가 실현될 것입니다.

우리는 닷새 전에 대통령 선거를 치렀습니다. 반년 이상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첨예한 대립 가운데 선거전을 치렀고, 여러 가지 놀라운 기록들도 남겼습니다. 국제경제 위기 안에서 우리나라의 경제난국, 여러 가지 복지 정책, 좋은 일자리 만들기와 비정규직 축소문제, 교육과 반값 등록금, 원자력 발전소 문제, 경제 민주화, 급격한 고령화와 이에 대한 대처방안, 남북한의 첨예한 대치상황 등 풀기 어려운 많은 문제들이 있다는 것을 국민 모두가 잘 알고 있었습니다. 강추위 속에서도 75.8%의 선거인이 투표에 참여하였다는 것은 우리 국민이 위기 관리 차원의 정도를 넘어 수많은 문제들을 풀 수 있는 꿈같은 해결사를 바랐는지도 모릅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어느 대통령이든 혼자서 수많은 문제들을 뚝딱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서로 갈라지고 상처받은 상대방을 감싸 안는 화합과 일치의 정신을 우리 안에 불러일으켜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문제의 해결에서 원칙과 초점은 인간의 존엄성입니다. 성탄의 메시지는 하느님께서 인간을 너무나 사랑하시고, 고귀하게 만드시고 당신의 자녀로 삼아주셨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인간애, 형제애, 자비 또는 선심이나 동정심 차원을 넘어서는 인간존엄의 본질에 관한 문제입니다. 우리 안에 태어나신 천상 아기께 축하드리고, 우리 모두에게 기쁨의 축하를 합시다. 천사들이 목자들에게 들려준 노래에서처럼 이 밤은 하늘과 땅이 만나는 밤입니다. 이 환희의 합창은, 성탄 미사를 지내는 모든 곳에서 조용히 울려 퍼지지만 그분을 받아들이도록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들이 더욱 잘 들을 수 있습니다. 아멘.

추천하신 회원님 : 0 명

♡한마디의 아름다운 댓글이  관리자님과 우리 모두의 마음을 풍요롭게 합니다♡ 조회 : 2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