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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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연중33주일(나해, 2012.11.18)-박 블라시오 신부 12-11-20 06:20:1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390   

-- 미사 도입말 --

오늘은 연중 33주일이고, 평신도 주일이기도 합니다. 수도자나 사제, 심지어 주교님들까지도 처음에는 모두 다 평신도였습니다. 평신도 여러분들은 그런 의미에서 자긍심을 가져도 좋을 것입니다. 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헌장 역시, 평신도에 대한 부분을 수도자들에 대한 부분보다 앞에 놓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여러분에게 나는 주교이지만, 여러분과 함께 그리스도인입니다라고 이야기 합니다. 우리는 모두 하나인 하느님의 백성의 일원입니다. 우리를 이러한 놀라운 품위로 불러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이 거룩한 신비를 거행하도록 합시다.

 

--- 강론 ---

11월이 접어들면서 날씨도 추워지고, 하늘엔 먹구름이 잔뜩 낀 날도 많아졌습니다. 이제 전례주년도 마지막 두 주간만 남겨 놓고 있습니다. 전례주년의 끝무렵에 도달한 오늘, 복음은 장차 일어날 환란과, 사람의 아들이 권능과 영광중에 다시 오시리라는 것과,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복음도 11월의 구름낀 하늘마냥, 그다지 경쾌하지 않고, 의혹 중에 기다려야 하는,,, 약간은 무거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습니다.

연말이 다가오고, 한 해의 마무리를 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올수록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변화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대학교 입학을 준비하는 학생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딪기 위해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 결혼이나 출산을 준비하는 사람들, 하던 일을 마치고 또 다른 인생을 준비하는 이들... 우리 인생에는 늘 하나가 끝나고 또 다른 무엇이 시작되는, 마무리와 시작이 있기 마련입니다. 새로운 변화는 늘상 우리 곁에, 우리와 함께 합니다.

오늘과 다음 주, 봉헌회원들은 유기봉헌 갱신과 종신봉헌을 하게 되고, 우리 수도형제들은 다음 달부터 종신서원 대상자들의 대수련 피정, 1월에는 첫서원, 종신서원식, 부제품, 사제품 등이 있게 됩니다. 모두 그 동안 준비해온 일들을 마무리 하면서,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하는 변화의 순간에 서 있습니다. 새로운 삶의 단계에 접어들기 전에 우리는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을 잠기기도 합니다. 아니면 내가 아직 준비되지 못했다고, 그리고 새로운 변화를 견딜 수 없을 것이라 지레 겁을 먹기도 합니다.

지금 교회는 지난 1011일부터 내년 1124일까지 신앙의 해를 살고 있습니다. 베네딕도 16세 교황님께서 신앙의 해를 제정하시면서 발표한 자의 교서 믿음의 문첫머리에는 신앙과 우리 삶이 어떠한 것인지를 아주 잘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믿음의 문은 언제나 우리에게 열려져 있습니다. 우리는 세례 성사를 통하여 이 믿음의 문에 들어서게 됩니다. 이 문을 통해서 우리는 하느님과 친교를 이루고, 하느님의 교회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 문에 들어선다는 것은 평생동안 이어지는 여정을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세례를 통하여 이 여정을 시작하였고, 우리의 죽음을 통하여 영원한 생명으로 건너가 우리 인생의 목적지에 도달하게 됩니다. 우리가 이 문턱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선포된 말씀을 받아들이고, 우리를 변화시키는 은총에 우리 마음이 움직이게 될 때, 그 믿음의 문턱을 넘어서게 됩니다(믿음의 문 1항 참조).

우리는 지금 이 세상의 나그네로 있고, 한 사람의 순례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수도자이건 평신도이건, 사제이건 간에 세례로 시작한 여정을 우리의 마지막 순간까지 충실히 살다가 하느님 아버지께서 주시는 영원한 생명으로 들어가도록 부름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을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습니다. 세상의 마지막이 환난과 심판만 있다면, 그것은 우리를 좌절시킵니다. 그러나 하느님이 당신 권능과 영광을 떨치며 오시리라는 것은, 그 분의 문 안에 들어가 있는 이들에게는 기쁨과 희망의 근거가 되고, 이 세상 모든 것이 충만한 의미를 가지게 됨을 의미하기에 우리는 두려움을 떨칠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살아가면서 기쁨도 경험하고 고통도 경험합니다. 하지만 삶의 시련은 우리가 십자가의 신비를 더욱 더 잘 이해하고,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하게 이끌어줍니다. 결국 우리가 신앙의 문턱을 넘어 그 안에 들어서게 될 때 신앙이 이끄는 기쁨과 희망이 우리의 삶을 지탱시켜 줍니다.

사무실에 앉아서 간혹 창 밖을 보다 보면, 최근 들어 잔뜩 흐린 날씨에, 두껍고 어두운 구름 사이로 강한 빛줄기들이 쏟아져 내려오는 것을 보곤 합니다. 주위가 어두우면 어두울수록, 먹구름이 두꺼우면 두꺼울수록 그 빛이 더욱 더 선명하고,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합니다. 우리 삶이 아무리 어두운 것에 둘러싸여 있다 하더라도,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빛은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모든 것이 착착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신앙이 아닐 수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것들, 새로운 변화에 용감하게 응답할 수 있을 때 우리의 신앙은 어둠 속의 빛처럼 우리의 삶을 비추어줄 것입니다. 신앙과 희망의 문턱을 넘어 우리의 삶 속에서 하느님을 만날 수 있도록 하느님의 자비를 청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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