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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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파스카 성야 - 인 끌레멘스 신부 12-04-08 12:42:1
글쓴이 : 양치기 조회 : 2646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오늘 주님께서 다시 살아나셨습니다. 우리는 먼길을 걸어왔습니다. 재의 수요일부터 오늘까지 주님의 죽음과 부활을 준비하고 기다렸습니다. 우리의 이 ‘기다림’은 우리만의 기다림이 아니라 전 인류와 온 우주의 기다림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우주의 관점에서 볼 때 먼지보다도 더 하챦은 존재들입니다. 그렇지만 이 미약한 우리를 위해서 오늘 주님은 빛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우리는 말씀전례를 시작하면서 창세기의 장엄한 말씀을 들었습니다. 한처음 하느님께서는 “빛이 생겨라”고 하셨습니다. 이 빛 안에서 우주가 꼴을 갖추고 생명이 탄생하고 자라고 번성했습니다. 우리는 빛의 예식에서 창세기에 묘사된 이 창조 사건을 재현했습니다. 캄캄하고 쌀쌀하고 바람이 부는 이 거룩한 밤 우주의 생명께서 빛으로 살아나셨습니다. 이분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그리스도 우리의 광명” “하느님 감사합니다”라는 환호로 고백했습니다. 그리고 ‘부활찬송’으로 노래했습니다. 우리 가슴은 기쁨으로 벅찼습니다. 빛이신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부활초에서 불을 당겨 우리 존재를 상징하는 작은 초에 옮겨 붙혔습니다.  

중학생 아이 하나를 알고 있습니다. 눈이 안보이는 아이입니다. ‘망막색소변성’이라는 선천성 병에 걸려 시력을 잃었습니다. 그 아이가 초등 6년 때 지은 시를 소개합니다. 지금은 시력을 모두 잃어지만 그때는 아직 약간 보일 때였습니다. 너무나도 가슴 아픈 내용이고 이 아이의 간절한 소망이 담겨있습니다.

“희귀병을 가지고 세상에 태어난 나. 옆도 아래도 보이지 않고 한쪽 눈의 좁은 시력으로 11살까지 살아온 나. 축구도 하고 싶고 하늘의 별도 보고 싶고, 세상 모든 것 다 보고 싶은데 볼 수 없는 나. 그런 나에게 소원이 있다면 개미도 벌레도 자세히 보고, 세상을 자유롭게 볼 수 있는 건강한 눈을 가지고 싶어요. 친구들아 떨어뜨린 지우개 못 찾는 나 놀리지 마. 가다가 부딪혀도 화 내지 마. 밤이 되면 밖에도 못 나가고 갑갑하고 답답하게 사는 나를 이해해줘. 월드컵의 기적처럼 소원이 이루지는 날, 너희들과 어울려 마음껏 달리고 싶어.”

이 아이의 시에서 느끼는 것처럼 보는 것은 참으로 소중합니다. 우리는 빛이 있어야지만 사물을 볼 수 있습니다. 빛이 없다면 우리는 눈뜬 장님일 것입니다. 그런데 육신의 눈으로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닙니다. 육신의 눈만을 가진 사람은 세상 것만에 온통 정신이 팔려있는 사람입니다. 세상 논리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고 합니다. 세상의 논리는 무엇입니까? 서로 의심하고 서로 불통하고 서로 시기와 질투를 하고 그러는 것입니다. 게다가 아직도 외적인 껍데기에 둘러쌓여 이 껍데기 때문에 힘들어 하지만, 왜 힘든지도 깨닫지도 못합니다. 오늘 우리는 그리스도의 빛을 받았지만 이 빛이 우리 외적인 껍데기에만 영향을 미친다면 우리에게 부활은 외적인 행사 그 이상은 아닙니다. 그냥 일년에 한번씩 지내는 연중 행사일 뿐입니다. 이런 사람에게는 행사가 다 끝나 다음 허탈함만이 남을 뿐입니다.

오늘 그리스도께서 빛으로 부활하신 거룩한 이 밤, 여기 있는 우리 모두는 부활의 광채를  마음의 작은 초에 받아들여 마음을 환하게 밝힌 사람들입니다. 그리스도의 빛 안에서 마음이 밝아진 사람은 마음으로 봅니다. 의심의 껍데기, 불통의 껍데기, 시기와 질투의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사람의 마음을 마음으로 봅니다. 마음과 마음으로 서로 바라보는 사람은 참으로 부활의 빛을 몸으로 사는 사람입니다. 부활하신 주님께 마음의 눈을 뜰 수 있는 은혜를 청하도록 합시다. 그리고 마음의 눈으로 세상과 이웃과 내 자신을 바라다봅시다. 거기서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만날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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