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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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성목요일 만찬미사: 사랑받은 기억 - 인 끌레멘스 신부 12-04-05 21:41:3
글쓴이 : 양치기 조회 : 2666   
파스카 성삼일이 시작되는 오늘 저녁 2000년 전 예수께서는 제자들과 더불어 ‘최후만찬’을 하셨습니다. 성체성사를 세우시고 이를 행하라고 명하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주님만찬 미사를 거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주님은 당신 죽음을 앞두고 제자들과 더불어 최후만찬을 거행하셨습니까? 이별이 너무 슬퍼서 고별회식을 하신 것일까요? 아니면 더 깊은 뜻이 있었을까요?

1865년 겨울의 어느 날 한 여인이 영국 사우스 웨일즈 언덕에서 추위에 떨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갓난아이를 안고 있었습니다. 길을 잃어버렸기에 절망 속에서 사방에 소리치며 사람을 불렀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몇 시간이 지나 눈보라가 그친 후 마을 사람들이 그 근처를 지나가다가 몸을 웅크린 채 추위에 얼어 죽고만 여자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여인은 옷을 입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가 꼭 안고 있는 천을 헤쳐보자 갓난아기가 조금씩 몸을 뒤틀고 있는 게 아닙니까! 어머니는 목숨을 잃었지만, 아이는 살아났습니다. 아이는 자라면서 어머니가 어떤 죽음을 맞이했는지를 들으며 자랐습니다. 비록 평생 부모가 없이 살았지만, 가슴 속에 뜨거운 사랑을 받은 기억이 있는 아이는 다른 사람을 쉽게 믿었고 배신하지 않았으며 천진난만하게 웃었습니다. 1916년에 영국의 수상이 된 이 아이의 이름은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 라고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요한 복음사가 자신도 ‘사랑을 받은 기억’에 관하여 우리에게 이렇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 얼마나 놀라운 표현입니까. 얼마나 아름다운 표현입니까.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는 이 말씀이 제 마음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사랑받은 기억’은 한 사람의 인생을 의미있고 가치있고 아름답게 만드는 원천입니다. 또한 ‘사랑받은 기억’은 사람을 살리고 성장하게 하는 양식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에서 탈출하기 직전 어린양을 잡고 그 피를 바르면서 해방의 밤을  경축했습니다. 해방을 이룬 것은 하느님의 사랑 덕분이었습니다. 이후 파스카 회식을 거행할 때마다 이스라엘 백성은 과거 선조들이 체험한 그 사랑의 힘을 기억했고 또 직접 몸으로 느꼈습니다. 이제 예수님은 구약 이스라엘 백성의 파스카를 당신의 파스카로 삼으셨습니다. 그러니까 당신 친히 우리를 위해서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가신 여정, 이 세상에서 하느님께 건너가신 여정을 새로운 사랑의 파스카로 만드셨습니다.   

예수님은 빵과 포도주를 주시면서 이것이 우리를 위해 내어줄 당신 몸과 피라고, 또 당신을 기억하여 이를 행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떼어주신 그 빵은 십자가에서 희생하신 당신 몸이고 포도주는 십자가에서 흘린 당신 피입니다. 빵과 포도주를 나눌 때마다 우리는 주님의 그 크신 사랑을 기억하고 또 그 사랑에 참여하게 되는 것입니다. 당신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시는 사랑이 바로 성찬례(성체성사)입니다. 자신을 내어줌은 사실 고통입니다. 그러나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고통까지도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진실로 사랑한다는 것은 그런 것들을 피하지 않고 간다는 것입니다. 주님의 사랑은 당신이 친히 당신 몸으로 선택한 고통입니다. 심장이 찢어질 정도로 아픈 사랑입니다.

오늘 우리는 주님이 우리에게 베푸신 사랑을 몸으로 기억합니다. 이 사랑을 심장에 새겨 기억하는 사람은 이제 사랑의 사람이 됩니다. 이 말은 곧 성체성사의 사도,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된다는 말입니다. 사랑은 온갖 죄를 덮어줍니다. 사랑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습니다. 충분한 사랑이 정복할 수 없는 어려움이란 없습니다. 사랑이 열 수 없는 문이 없고 건널 수 없는 바다는 없습니다. 아무리 문제가 깊고 아무리 심하게 얽혀 있더라도, 아무리 내일이 어둡고 아무리 실수가 크더라도 충분한 사랑은 모두를 녹여버립니다.

우리 모두 오늘 미사가 끝나면 나를 사랑한 사람과 사랑하고 있는 사람과 사랑해야 할 사람에게 문자를 보내봅시다. 이렇게요.  “사랑해요. 고마워요.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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