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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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사순 제5주일(2012): 죽어라, 살리라 - 인 끌레멘스 신부 12-03-25 17:25:3
글쓴이 : 양치기 조회 : 2591   
1996년 5월 21일 북아프리카 알제리에서 수도생활을 하던 7명의 트라피스트회(베네딕도회 계통) 프랑스인 수도자들이 이슬람 무장 단체에게 살해당했습니다. 이 사건을 ‘신과 인간’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만들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상영하고 있습니다. 이들 수도자들은 이슬람교를 믿는 가난한 주민들과 한데 어울려 평화롭게 살고 있었습니다. 무장 반군들이 수도원을 위협하자 이들 수도자들은 혼란에 빠집니다. 떠날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 남을 것인가 갈등을 합니다. 서로 의견이 갈라집니다. 원장신부를 비롯한 공동체는 하느님의 뜻을 찾고자 고민에 고민을 합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공동체는 주민들과 더불어 남기로 결정을 하고 끝내 9명의 수도자 가운데 7명의 수도자들은 납치되어 살해당하고 맙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고 하십니다. 주님은 이 말씀을 어떤 사람들이 당신을 뵙고 싶다고 할 때 하셨습니다. 여기 있는 우리 모두는 예수님을 뵙기 위해서 있습니다. 예수님을 체험하기 위해서 여기 있습니다. 무엇으로 표현할 수 없는 갈망입니다. 목마름입니다. 예수님만이 채워주실 수 있는 허기입니다. 예수님만이 모든 것 위에 모든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당신을 뵙고자 원하는 사람들에게 ‘땅에 떨어져 죽으라’고 하십니다. 살기 위해서 예수님을 뵙고자 했는데 죽으라니 무슨 말씀이란 말입니까? 너무나도 모진 말씀입니다.

트라피스트 수도자들은 살 수 있었습니다. 미리 도망칠 수 있었습니다. 그랬다면 프랑스로 가서 평화 가운데 수도생활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떠나지 않았습니다. 주민들과 함께 남아 함께 고통을 당하면서 자신들이 있는 현재에 충실하려고 했습니다. 하느님은 하늘 높은 곳 어딘가, 별처럼 먼 곳에 계시지 않습니다. 하느님은 우리 손이 닿은 곳에 계십니다. 그리고 미래에서 찾지 않아도 됩니다. 그분은 우리 바로 곁, 우리 고통의 자리, 상처의 자리, 아픔의 자리에 계십니다. 트라피스트 수도자들은 이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하느님은 자신들이 있는 바로 그 자리, 다시 말해서 내전으로 상처입은 주민들 속에, 종교는 다르지만 가난한 삶을 함께 사는 사람들 속에 계신다는 진리를 깨달았습니다. 수도자들이 서 있는 그 땅에 하느님이 계셨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 땅에 생명을 봉헌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죽음을 패배로 보지 않고 승리로 기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늘 갈망합니다. 그래서 주님을 뵙기를 원하고 또 주님께 기도하고 애원합니다. 그렇지만 이 갈망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한 불만, 현재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옛날을 돌이켜보며 그리워합니다. “그래 그때가 좋았어!” 또는 “아, 그것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미래의 꿈을 꿉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에 주님이 한순간에 지금의 모든 불만, 걱정, 두려움을 없애주실 거라고 생각하고 주님을 갈망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옳바른 갈망이 아닙니다. 환상으로 도망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환상이 아닙니다. 주님이 이 모든 것을 한 순간에 해결주지 않으십니다. 그 대신 우리가 서 있는 현실과 현재에 더 깊이 들어가라고, 다시 말해서 우리 땅에 떨어져 죽으라고 하십니다. 죽는다는 것은 현실을 남김없이 맞아들이고 현재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가진 것에 감사함이며, 갖지 못한 것을 더 이상 슬퍼하거나 원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안에서 열매가 맺는 기쁨을 발견할 것입니다. 풍성함을 발견할 것입니다.     

지금의 약함 안에서 강함을, 지금의 포기 안에서 얻음을, 지금의 슬픔 안에서 기쁨을 발견하도록 주님께 기도하고 힘써 노력하도록 합시다. 현실 안에서 주님은 당신 얼굴을 우리에게 보여주십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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