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회 > 오늘의 강론 > 연중 제5주일

면담이나 고해성사 때 어떤 분은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신부님, 집안에 안좋은 일이 자꾸 생깁니다. 아픈 사람도 많고 사업도 실패하고... 왜 이런 일들이 자꾸 일어날까요? 너무 힘들어서 점쟁이한테도 가보고 굿까지도 해봤습니다”고 합니다. 저는 “그래서 일이 잘 해결되고 잘 풀려습니까?” 물으니, 답은 “아니요”였습니다. 불가에서는 인생을 고통의 바다, ‘고해’라고 합니다. 우리 몸이 아플 때 이 말은 더욱 실감이 납니다. 사실 질병은 우리 삶을 너무나 힘들게 합니다. 악의 세력은 우리 삶을 자꾸 어긋나게 만듭니다. 질병과 악의 세력은 우리 삶의 본질, 그러니까 우리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무엇이 핵심적인 것인지를 똑바로 보지 못하게 합니다. 우리네 삶을 축복이 아니라 저주와 고통이요, 빛이 아니라 어둠으로 받아들이게 합니다. 저주와 어둠 속에 갇혀 있는 사람이 참 기쁨을 누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제1독서에서 들은 욥의 한탄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생은 땅 위에서 고역이요, 그 나날은 날품팔이의 나날과 같지 않은가? ... 나의 나날은 희망도 없이 사라져 가는구려.” 한숨만 나옵니다, 눈물만 나옵니다. 이런 인생을 살아서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며칠 전 28년간 정신분열증으로 앓던 동생을 돌보아 오던 형이 아파트 13층에서 동생을 데리고 뛰어내렸습니다.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나라 가운데 자살율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연령별로는 20-40대 자살 현상이 높아졌고 요즈음에는 아동과 청소년 자살율이 급격한 증가율을 보인다고 합니다. 고독과 절망이 함께 닥치면 사람은 자살합니다.

우리가 믿고 있는 예수님의 복음은 무엇입니까. 복음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현세가 살만한 세상이며 참된 해방, 참된 자유, 참된 기쁨을 향한 여정이라는 사실 그 자체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시몬 베드로의 장모를 비롯한 많은 병자의 질병을 치유시키시고 마귀를 쫓아내셨습니다. 이렇듯 예수님은 고통받고 있는 이들과 함께 했고 그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치유하셨습니다.

오늘날에도 예수께서 우리를 통해서 이러한 일을 하십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손이 없으시지만 우리 손만 있으십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사람들을 생명으로 인도하기 위하여 발이 없으시지만 우리 발만 있으십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에 관해 사람들에게 말씀하기 위하여 입술이 없으시지만 우리 입술만 있으십니다. 여기 있는 우리가, 고통과 실의에 빠진 사람들이 읽는 유일한 성경(하느님 말씀)입니다. 우리 자신들이 생각과 말과 행동을 통하여 기록된 하느님의 마지막 메시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병이 들어 신음하는 이들, 어둠 속에서 방황하는 이들, 삶에 지쳐 희망을 잃은 이들에게 우리가 당신의 입과 손과 발이 되도록 호소하십니다. 우리 모두 이 호소에 귀를 기울입시다.

우리 공동체는 이 호소에 응답하기 위해서 올해 ‘모실 분 모셔오기 운동’을 전개합니다.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쉬고 있는 교우들과 하느님을 모르는 분들을 우리 공동체에 초대하는 운동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사명을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나는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려고 떠나온 것이다.” 예수님의 사명은 우리의 사명입니다. 쉬고 있는 교우들에 대해 우리는 지금까지 너무나도 무관심했습니다. 그들의 아픔에 대해 너무나도 모른 척 했습니다. 또 그분들이 하느님께 돌아오고 싶어도 용기가 없어서 오지 못할 때 손을 내밀지도 않았습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우리는 복음에 대한 바오로 사도의 열정을 느꼈습니다. 이 열정을 본받읍시다. “나는 아무에게도 매이지 않은 자유인이지만, 되도록 많은 사람을 얻으려고 스스로 모든 사람의 종이 되었습니다. 약한 이들을 얻으려고 약한 이들에게는 약한 사람처럼 되었습니다. 나는 어떻게 해서든지 몇 사람이라도 구원하려고,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었습니다. 나는 복음을 위하여 이 모든 일을 합니다. 나도 복음에 동참하려는 것입니다” (1코린 9,19-23).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