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회 > 오늘의 강론 >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새해 첫 날입니다. 2012년 임진년 용띠 해가 밝았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뜬 태양은 어제와 같은 태양이지만 같은 태양은 아닙니다. 그 의미가 다릅니다. 또한 오늘은 성탄 팔일축제의 마지막 날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입니다. 성탄의 신비를 깊이 새기는 팔일 축제의 마지막 날을 성모님께 봉헌합니다. 우리는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호칭으로 존경을 표시합니다.

새해 아침 만나는 사람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하고 인사를 주고 받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복’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내고 있는 성탄시기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예수님 안에서 축복을 내리시는 은혜로운 때가 됩니다. 우리에게 참된 복을 전달해주시는 분이 바로 성모 마리아이십니다. 하느님의 복을 받아 복을 당신 몸에 잉태했고, 이 세상에 복을 전달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성모송에서 마리아를 일컬어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라고 기도합니다.

그러나 성모님이 복되신 것은 거저 된 것이 아닙니다. 여기서 우리는 마리아의 ‘협력’을 봅니다. 하느님의 복은 사람을 통해 사람에게 전달됩니다. 마리아는 “예”라는 동의로 하느님의 복을 받았고 또 그 복을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전달했습니다.

마리아의 “예”는 단순한 동의가 아닙니다. 전 삶을 걸쳐 끊임없이 되풀이 된 “예”입니다. 마리아는 사실 자신 앞에 일어나는 일을 두고 인간 이성으로 생각하면 도무지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성모님은, 오늘 복음에서 보는 것처럼, 이 모든 것을 마음속에 간직하셨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곰곰히 되새기셨습니다. 마음 속에 간직하고 곰곰히 되새기셨다는 표현은 바로 기도를 뜻하는 것입니다. 늘 아드님의 언행을 묵상하며 사셨습니다. 아드님의 말 하나, 행동 하나도 허투루 넘기지 않으셨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십자가 아래까지 가서 당신 아드님의 죽음과 온전히 하나가 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모님을 지극히 사려 깊은 여인, 참지혜의 어머니, 관상의 여인의 여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의 복이신 예수님의 거처는 우리의 마음입니다. 그래서 우리 마음은 하늘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 마음에는 하늘과 통하는 통로가 있습니다. 올 한해 성모님처럼 복으로 그득 채우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마음을 잘 살펴, 우리 마음이 이기심과 허영과 탐욕과 불만으로 가득차지 않도록 노력합시다. 하늘의 복을 마음에 잘 모시고 하늘의 복을 이웃에게 나누어주도록 노력합시다. 나누면 나눌수록 우리 마음의 복은 더욱 그득 찰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