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7주일

2011년 2월 20일-가

마태 5,38-48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정신 없이 바쁘게 쫓기면서 살아야 하는 우리는, 일상 속에서 많은 사건 사고를 접하며 살아갑니다. 가슴 훈훈한 일들만 접하고 살고 싶지만 사회는 오히려 자극적인 일들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폭력이 난무하고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전쟁으로 많은 이들이 죽어가는 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해관계가 어긋나면 한 순간에 동반자에서 경쟁의 대상자로 바뀌고, 원수처럼 살아갑니다.

오늘 복음에서 복수와 증오와 폭력의 명분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아닌 용서와 사랑으로 포용할 것을 가르쳐 주십니다. 사랑할 만한 구석을 찾아보려고 이렇게도 바라보고, 저렇게도 바라보지만 원수는 원수일 뿐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이해하려고 하지만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입으로는 사랑 · 사랑 떠들어 대지만 실상 자신 앞에 부당함이 닥쳐오면 화를 참지 못합니다. 사랑을 실천한다는 것이 신앙인의 가장 큰 계명임을 알겠지만 마음 안에 자리잡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또한 손과 발을 통하여 이를 실천한다는 것은 고통과 시련이 따르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보복하지 마라’ ‘원수를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생명과 관련 지어 본다면 엄청난 고통과 마음의 쓰라림을 감수해야 합니다. 자신과는 무관하고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은 선한 사람의 생명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서도, 과연 ‘보복하지 마라’와 ‘원수 사랑’이란 예수님의 가르침이 우리에게 얼마만큼 영향력을 미칠지도 의문입니다.

예컨대 세상의 단 하나뿐이 자녀를 가슴에 묻고 하루하루 신음과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부모님의 마음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어찌 보면 분노하고 미워하고 증오하는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원수 같은 사람 얼굴 안보고, 마음에 맞는 사람하고 산다면, 미워할 일도 없고 죄 짓는 일도 없어 하루하루 삶이 편하지 않겠습니까? 왜 우리의 고통을 외면하시면서 까지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힘든 말씀을 하시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이해하기 힘든 예수님의 말씀이 “완전함”이란 말마디로 쉽게 실마리가 풀립니다. 여기서 완전함은 하느님과 나와의 관계에서 완전함으로, 단순히 인간적으로 드러나는 측면이 아닙니다. 그래서 인간적으로 이해한다면 원수사랑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에 순명하며 겸손되이 살아갈 때 완전함으로 나아갈 수 있고 하느님의 참 자녀가 될 수 있습니다.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만 사랑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나를 박해하는 원수를 품에 안고 사랑할 때 완전함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원수 사랑을, 쉽사리 이해할 수 있도록, 예수님은 몸소 십자가에서 묵묵히 드러내 보이셨습니다. 그 십자가에서는 원망과 증오는 한 점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더 이상 내어주실 것이 없으셔서 당신의 생명을 우리에게 내어주시고 우리의 죄를 용서해 주셨던 예수님의 삶은, 인간에게 유린당한 고통의 삶이었고 십자가의 삶이었습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은 폭력을 무력화 시키셨고, 원수 사랑의 표본이었습니다.(루가 23, 34). 이는 이웃 사랑에 대한 제한을 완전히 철폐하였음을 의미합니다. 코드가 맞는 사랑에서 벗어나, 만민을 용서하고 사랑하는 것이고, 원수를 그리스도 공동체 안으로 불러들이는 창조적인 사랑입니다. 더 나아가 새로운 사고 방식과 압도적인 힘으로 악을 대적하는 사랑의 자세를 말씀하신 것입니다.

마음에 맞는 사람을 사랑하고 인사하는 것은 어느 집단에서나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러나 신앙인들의 사랑 실천은 특정 범위를 넘어서는 사랑으로 그 한계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폭력을 포기하고 원수를 사랑하는 것은 곧 ‘완전한 사람’이 되기 위한 길입니다.

이러한 사랑의 가르침이 비록 불합리하고 비논리적이고 자기 중심적이어도 사랑해야 합니다. 성실하면 거짓된 사람들과 참된 적을 만날지라도 사랑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 주시는 ‘하느님의 참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