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2011년 1월 1일-다

루카 2,16-20

새해를 맞으면 많은 사람들이 해돋이를 구경하러 산이나 바다로 갑니다. 일출을 보며 가족들의 안녕과 자신이 뜻하는 목표와 마음을 다지면서 한 해를 시작하곤 합니다. 물론 서로간에 덕담을 주고받기도 합니다. 오늘 저희 수도원의 수사님들은 아침에 한 자리에 모여 절을 하고 서로 덕담을 주고받았습니다. 이 미사에 함께한 모든 분들께서도 주위 분들에게 덕담 한 마디는 나누셨을 것입니다.

아울러 교회는 오늘 하느님의 어머니인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을 지냅니다. 성모님은 하느님께로부터 특별한 은총과 영광을 입으신 분입니다. 성모님은 동정잉태라는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여 하느님의 구원 사업에 협력자가 되셨습니다. 그분이 하느님의 협력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믿음의 작용이 컸기 때문입니다. 그런 하느님께 대한 믿음으로 성모님은 전 생애동안 하느님의 뜻에 따라 충실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셨고, 그분의 말씀을 고이 간직하며 그 말씀을 실천하도록 애쓰셨던 분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천사들로부터 아기에 관해 직접 듣고 보았던 목자들의 증언에 따라 성모님은 ‘그 모든 일을 마음속에 새기며 숙고하셨습니다’(루카 2,19). 성모님이 목자들에게 들었던 내용은 이것입니다. 천사가 나타나 한 갓난아기가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운 것을 보게 될 터인데 그분이 주님 그리스도이시라는 것이고, 천사 곁에 갑자기 수많은 하늘 군대가 나타나 하느님을 찬양하는 것을 보았다는 것입니다(루카 2,17). 정말 놀랍고도 경이로운 일입니다. 목자들은 기쁨에 벅찬 나머지 성가정이 있는 장소를 찾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성가정을 찾은 후에 자신들이 겪었던 사실 그대로를 이야기하였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성모님은 단순히 지적인 이해보다는 마음속에 새기면서 가슴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셨습니다. 성모님은 하느님 구원 사업의 한 사건을 어떤 사심없이 순수하게 받아들이려고 하셨던 것입니다. 물론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이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곰곰이 생각하는 그 태도는 구원신비의 뜻을 깨달으려는 신앙인의 모습을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곧 성모님의 지혜는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어 주셨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갈망해야 하는 성모님의 지혜는 이런 지혜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성모님의 지혜는 지적인 이해보다는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지혜입니다. 우리 안에 하느님 말씀이 온전해지기 위해서는 마음 안에서 울려야 합니다. 말씀을 단순하게 이해로써 받아들인다면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처럼 씨가 길가에 떨어진 것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자칫 말씀이 큰 걸림돌이 되어 넘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순수한 마음 곧 가슴으로 말씀을 받아들일 때 더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말씀이 우리 안에 머물면 머물수록 주님을 닮아가고자 하는 용기가 생겨나고 열정 또한 가득해 질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지혜는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고 감사할 줄 아는 지혜입니다. 목자들은 자신들이 듣고 보고 한 것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며 찬양하였습니다. 그들은 겸손한 마음으로 그분을 들어 높였던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신앙인들도 매사에 있어 “주님, 주님”하며 부르기 보다는 그분께 영광을 드리며 감사할 줄 아는 마음도 필요합니다. 우리는 나약하고 부족한 존재이기에 주님께 청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그분께 영광을 드리고 감사하는 마음은 턱없이 부족할 때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당신의 자녀로 선택하신 것은 그만큼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위치한 그 자리에서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고 감사하며 살아간다면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지혜는 인내와 희망의 지혜입니다. 고통과 시련은 인내와 희망을 낳게 합니다. 그래서 사도 바오로는 ‘환난은 인내를 낳고 인내는 단련을 낳으며 단련은 희망을 낳는다’(로마 5,4)고 하였습니다. 누구보다도 성모님은 온갖 고통과 슬픔을 이겨내신 강한 여인이시기도 하셨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신앙인들도 각자에게 주어지는 어려움과 슬픔들이 있습니다. 만약 이런 과제들이 다가왔을 때 이를 피하려고만 한다면 넘어짐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이를 극복하려고 하는 의지와 용기가 우리 안에 있다면 그것들을 승화시키는 좋은 영적 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기쁨과 희망에 찬 여정에 동참하게 됩니다.

이처럼 성모님의 지혜는 우리를 영적으로 이끌어주는데 값진 보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보물을 얻게 되는 신앙인은 한층 신앙의 성숙의 길로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마리아는 그 모든 일을 마음속에 새겨 곰곰이 생각했다”(루카 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