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4주일

2010년 12월 19일-다

마태 1,18-24

오늘 우리가 보고 있듯이, 제단 옆에 놓여진 대림환에는 이미 촛불 4개가 다 켜졌습니다. 대림절은 크게 두 단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 단계는 대림 첫 주일~12월16일까지로써, 장차 다시 오실 주님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반면 둘째 단계인 12월17일~24일까지는 더욱 가까이 오신 성탄 축일에 직접 초점을 맞춥니다. 이것은 이미 대림절에 사용하는 두 개의 감사송에 잘 요약되어 있습니다. 대림 제4주일을 맞이하며 지금이 어느 때인지를 제대로 직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언젠가 레오 톨스토이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 지금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고 우리가 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세상을 살면서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것이란 가장 중요한 때가 언제인지, 가장 중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것입니다. 일상 안에서 우리는 이것을 잘 알고 있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자주 망각하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들을 놓치게 되고,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을 그냥 지나치게 되고, 또한 그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을 놓치게 됩니다. 그러다 예기치 않은 시간에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기도 합니다. 지금이 가장 중요합니다. 지금 주어진 이 시간,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 그리고 지금 내가 그 사람을 위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일, 이것이 우리의 삶에서 더없이 소중하고 중요합니다. 특별히 그리스도인으로서 지금이 바로 대림 시기 마지막 때임을 제대로 직시하고,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분인 구세주를 위해 깨어 기다림이 중요합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요셉은 분명 이러한 평범한 진리를 잘 알고 있었고 그리고 그것을 실천했던 분입니다. 의로운 사람이었던 요셉은 마리아의 잉태 소식을 접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고민하다가 결국 남모르게 파혼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그 당시 유대인 관습에 의하면 비록 약혼을 하였더라도 신랑이 신부를 자기 집에 받아들이기 전까지는 결혼이 성립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요셉은 드러나지 않게 조용히 마리아와 파혼하기로 작정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때 꿈에 주님의 천사가 그에게 나타나서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그 몸에 잉태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어찌할 바를 모르던 그에게 천사는 아주 구체적으로 지금 그 순간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었고 또한 그것을 행하도록 재촉하였습니다. 만약 그가 이러한 소리에 민감하게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면 그는 결코 주님의 구원 사업에 협력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의 영성 생활에 있어서도 늘 깨어 있으면서 주님의 소리를 잘 들을 수 있어야 그에 올바로 응답해 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도원 문화 안에서는 잘 듣기 위해서 언제나 침묵과 고독을 강조했습니다.

요셉은 꿈에서 깨어나자 곧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였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꿈에 천사가 가르쳐준 대로,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때가 언제인지 알았고,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았고, 마침내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직시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로써 제1독서에서 이사야가 예언했듯이 “젊은 여인이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이사 7,14)는 말씀이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히브리어 원본에는 ‘젊은 여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후에 기원전 2세기 그리스어로 성경이 번역되면서, 번역가들이 히브리어 ‘젊은 여인’이라는 용어를 그리스어로 ‘동정녀’ 혹은 ‘처녀’라고 번역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들은 마태오복음은 그리스어 번역본을 인용하여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마태 1,23)고 말함으로써, 그 말씀이 이제 이루어졌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임마누엘!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

무한하신 하느님께서 손수 당신이 만드신 비천하고 연약한 피조물인 우리 인간과 함께 계시기 위해서 이제 곧 이 세상에 오십니다. 이 대림 시기를 마무리 하면서 이제 가까이 오시는 주님을 잘 맞이하기 위해서 남은 시간들을 좀 더 깨어 준비하고 기다려야 합니다. 만약 우리가 깨어 있으면서 요셉과 같이 가장 중요한 때가 언제인지, 가장 중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그리고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직시할 수 있다면, 우리 신앙의 여정은 훨씬 가볍고 기쁨을 가지고 나아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주님께 대한 확실한 신뢰와 믿음이 전제 됩니다. 이것은 이미 오늘 복음에 나오는 요셉의 모습에서 볼 수 있으며, 또한 마리아의 모습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부족한 우리들이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매일 매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직시하고 우리에게 오시는 주님을 잘 맞이할 수 있도록 특별히 이 미사 중에 주님의 자비와 은총을 청합시다.

                                                                                               - 아 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