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1주일

2010년 11월 28일-다

마태 24,37-44

산천의 낙엽이 찬바람을 맞으며 우수수 떨어지는 계절인 오늘은 교회 전례력으로 새해 첫날입니다. 신앙인으로 나이가 한 살 더 보태진 것입니다. 신앙인으로 보다 많은 책임과 아울러 성숙된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엄습해 올 것입니다.

기다림, 그리움, 설레임, 회개와 보속하면 교회 전례력 안에서 생각나는 시기가 무엇입니까? 바로 “대림시기”입니다. 예수님이 승천하신 후부터 다시 오실 때까지 ‘깨어 기다리는 것’이 우리네 삶이라면, 대림 시기는 이런 교회의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내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대림 시기는 ①구원 신비의 종말론적 차원이 강조되는 시기, ②희망에 찬 기다림의 시기, ③화해의 시기입니다.

교회는 매년 대림 시기 전례를 거행하면서 메시아를 기다립니다. 신앙인은 구세주의 첫 번째 오심에 대한 오랜 준비에 참여함으로 그분의 재림에 대한 열렬한 소망을 새롭게 합니다. 이제 교회는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성탄을 준비하고 우리 곁에 오실 구세주를 기다리기 위해 4주간의 여정을 떠나게 됩니다. 깔끔한 정장차림과 매끈한 차를 타고 여정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기도와 깨어있는 삶’으로 무장을 하고 여정에 들어섭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인이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에 늘 깨어 있으라고(마태 24, 42)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서서히 물결치는 천상의 말씀과 대기를 가득 채운 그리스도의 향기에 둘러싸여서 눈을 뜨셨습니까? 아니면 하루 일과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벨 소리를 듣고 눈을 뜨셨습니까? 만일 기계적인 흔들림에 의해 눈을 떴다면 그날 하루는 많은 것을 기대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어둠이 열매를 맺게 됩니다.

단순히 육체 노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깨어 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하지만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고 깨어 기다리며 준비하는 삶을 살아가는 신앙인은 적습니다. 생각처럼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언제 오실지 말씀해 주시면 좋으련만 주님은 우리에게 말씀해 주시지 않습니다. 오직 “준비하고 깨어있으라(마태 24, 44)”고 말씀하십니다. 참으로 야속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그날과 그 시각"을 말씀해 주신단들 과연 얼마나 많은 신앙인이 주님 말씀을 실천하며 살아갈지도 의문입니다. "하늘의 천사들도 아들조차도 그 날과 그 시각"(마태 24,27)을 모르는데 하물며 인간이 그 날과 그 시각을 알고자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천사와 아들 위에 군림하려는 인간의 교만의 목소리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하늘의 천사들도 아들도 그 날과 그 시각”을 모른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입니다.

깨어 준비하고 있지 않음에 대한 결과는 너무나 자명합니다. “두 사람이 들에 있으면, 그리고 두 여자가 맷돌질을 하고 있다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둔다(마태 24, 40-41)”는 사실입니다. 깨어 준비하는 신앙인은 주님을 뵈올 것이요, 그렇지 않은 신앙인은 버려질 것입니다. 신앙인은 두 사람 중에 버림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늘 깨어 준비하는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마치 젖 떨어진 아기가, 행여 다칠세라 노심초사하며 늘 깨어 보살피듯이’ 신앙인은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늘 깨어 있어 준비 하여야 합니다.

수 천 년이 지난 현재에도 늘 한결같은 가르침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흥청대는 술잔치와 만취, 음탕과 방탕, 다툼과 질투 속에서 살아가는 나약한 인간입니다(로마 13, 13). 그렇기 때문에 주님께 온전히 의탁하며 어떠한 환경 속에서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깨어 있을 때 어둠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제 어둠의 행실을 벗어버리고 세례 때 맺은 그리스도와의 일치를 보존해야 할 때입니다.

대림초가 온 성교회를 밝혔습니다.

우리가 4주 후에 기쁘게 맞이해야 할 분은 아기 예수님입니다. 씨 뿌리는 마음으로 매일 매 순간 깨어 살아가는 신앙인은 먹음직스러운 열매를 맺습니다. 우리 곁에 오실 아기 예수님에 대한 열렬한 사랑으로 깨어 준비하는 신앙인이 장차 오실 아기 예수님을 기쁘고 행복하게 맞이 할 수 있습니다.

누구를 기다리십니까? 무엇을 희망하십니까?

늘 깨어 준비하여 야곱의 하느님 집으로 올라 갑시다. 아멘.  (이사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