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3주일

신앙의 우선순위

2010년 9월 5일-다

루카 14,25-33

무더운 여름의 한더위를 한풀 꺾는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9월의 첫 주일입니다. 헌데 날씨는 폭염으로 매우 무덥고 때때로 태풍이 지나가곤 합니다. 얼마전 한반도에 큰 태풍 하나가 지나갔습니다. 이 태풍의 영향으로 서울 수도권 지역뿐 아니라 전국에서 여러 피해를 입었습니다. 곳곳에 거리의 가로수가 뽑혔고, 출근 시간을 앞두고 지하철 운행이 일시 중단되어 출근길에 오른 이들이 혼란을 겪었으며, 농산물의 피해를 보는 등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막심했습니다. 그만큼 자연재해가 주는 피해는 인간이 벗어나기 힘든 고통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와 비슷하게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는 신앙인들이 벗어나기 힘든 숙제 하나를 내주십니다. 바로 당신의 제자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세 가지를 언급하십니다. 첫 번째 조건은 자신의 가족이나 친척, 그리고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자신의 십자가를 지녀야 하는 것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 조건으로는 자기 소유를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조건들을 보면 하나의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신앙인으로서 살아가는 우리의 삶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알려준다는 점입니다.

각자 다른 위치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우선순위는 자신이 지향하는 목표에 따라 그 순위가 결정됩니다. 학생이라면 좋은 성적을 얻어 자신이 원하는 학과나 회사에 취직하는 것이고, 직장인이나 사업가라면 일로서 성공하여 승진하거나 사업이 잘 되는 것입니다. 공직에 있는 높은 분이라면 자신이 그 자리에 있는 동안 실적 하나 더 쌓는 것입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의 우선순위에 공통점을 뽑으라고 한다면 제 집을 마련하는 것과 가족들의 건강과 안위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반면 신앙인으로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주님의 제자가 되는 하나의 목표가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제시하신 제자가 되는 조건은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너무 까다롭기만 합니다. 하나같이 ‘무엇을 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라고 말입니다. 이 부정 조건문은 우리 각자에게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허나 이를 뒤집어 생각해보면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제자는 사람의 일보다 하느님의 일을 더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하느님의 일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신앙을 우선순위에 두며 지향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내 것을 지향하기 보다는 나를 포기할 줄 아는 삶으로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자기 소유를 버려야 한다’ 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내 것을 내려놓고 좀 더 초연한 자세로 임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어느 하나의 것에 몰입하거나 그 위치에 있으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거기에 매여 있게 됩니다. 더욱 안주하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 조금은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어느 하나에 매진한 데로부터 벗어나 좀 더 넓은 안목과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는 마음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소유로부터 자유로움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신앙을 우선순위로 지향해야 할 다른 하나는 기도하는 자세와 마음가짐입니다. 흔히 기도를 할 때면 우리의 몸과 마음이 온전히 하느님께로 향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 끈을 놓지는 말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기도는 나와 하느님과 만나는 의사소통의 장이기에 우리가 기도할 때만큼은 그분 자애로서 채워주시기 때문입니다. 물론 건성으로서가 아니라 진지한 마음을 가지고 기도에 임해야 합니다. 신앙생활은 하느님과 나와의 관계이므로 착실하고 꾸준하게 주님께로 인도되어야 합니다.

또한 지향해 나가야 할 다른 하나는 자신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향해 잘 걸어가는 것입니다. 누구나 자기의 결점은 하나씩 있습니다. 물론 만능 엔터테이너도 있겠지만 그들도 아주 작은 한 가지의 흠은 있을 겁니다. 인간은 불완전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자신에게 약점이 있다고 해서 마냥 멈출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 약점을 이용하여 이를 극복하는 의지가 있다면 자신의 십자가를 짊어진 예수님의 제자의 모습대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십자가는 예수님을 따르는 신앙인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머릿돌이자 지침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신앙인으로서 삶의 우선순위로 매김을 해야 할 것은 예수님을 따른다는 굳은 의지와 그에 대한 실천에 있습니다. 그것이 주님의 제자가 될 수 있는 특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