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6주일 연화리 피정의 집 가족피정 강론

① 사도 15,1-2.22-29 ② 묵시 21,10-14.22-23 ㉥ 요한 14,23-29

  자, 연화리 피정의 집에서 가족피정을 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인 모든 분들께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일상생활 안에서 “평화”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천주교 신자들 사이에서 어찌보면 “사랑”이라는 말보다 “평화”라는 말이 더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요, 그렇죠? 미사 때에 “평화를 빕니다”를 항상 하고 있고, 가끔 어떤 신자 분들은 다른 신자 분들의 집을 방문할 때에 “이 집에 평화가 있기를 바랍니다”하고 인사하는 분들도 계시구요. 그리고 개신교 신자들 같은 경우에도 “샬롬”이란 말을 많이 쓰고 있죠? 이때 “샬롬”은 유대인들이 사용하는 히브리 말로 “평화를 빕니다”라는 인사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이렇게 자주 사용하고 있는 “평화”를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나요?

1. 예를 들어 가족 사이에 서로 화목하게 지내는 것

2. 전쟁이나 싸움이 없는 상태

3. 건강하고 안녕한 것

4. 마음이 여유있고 편안한 것

  막상 평화를 생각하려고 하니까, 정확하게 개념이 잡히질 않습니다. 또 가만히 생각하면 앞서 말한 것 모두가 다 맞는 것 같기도 하고……. ‘평화? 평화는 그냥 평화지 뭐……’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게 제일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복음의 어느 부분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요한 14,27). 앞서 제가 제시한 평화에 대한 의미들, 그고 각자가 생각하는 평화에 대한 의미들은 모두 다 약간씩 다르기도 하겠지만, 모두 다 맞는 의미들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평화의 뜻을 넘어서서 전혀 새로운 평화를 우리에게 주십니다.

  오늘의 제1독서와 제2독서의 분위기는 ‘평화’입니다. 제1독서에서는 원래 이방인이었던 사람들에게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 외에는 더 이상 유다인의 할례라는 관습을 강요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제2독서에서는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께서 중심이 되시는 천상 성전을 묘사합니다. 이 두 독서에서 중심에 있는 분은 바로 부활하신 그리스도입니다. 바로 그 분 자신이 ‘평화’가 되시어 하느님과 사람 사이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 화해를 이루어 주십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평화에 필요한 조건을 이 두 독서를 통하여 약간 엿볼 수 있습니다.

  “성령과 우리는 다음의 몇 가지 필수 사항 외에는 여러분에게 다른 짐을 지우지 않기로 결정하였습니다”(사도 15,28).

  “천사는 성령께 사로잡힌 나를 크고 높은 산 위로 데리고 가서는, 하늘로부터 하느님에게서 내려오는 거룩한 도성 예루살렘을 보여 주었습니다”(묵시 21,10).

  바로 ‘성령’을 통해서만 평화 자체이신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가져다준다는 사실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께서는 명백하게 말씀하십니다.

  “보호자, 곧 아버지께서 내 이름으로 보내실 성령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시고,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 주실 것이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요한 14,26-27).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평화, 우리에게 남기고 가신 평화는 바로 당신 자신이 가져다주시는 만물과의 화해와 일치이며, 그래서 예수님을 통한 하느님의 축복입니다. 하지만 이 평화는 또한 성부와 성자께서 우리에게 보내주시는 성령을 통해서만 받을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진정한 평화를 이루기 위해 어떻게 성령을 받을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물론, 세례로 우리 모두는 성령을 받았지만, 항상 성령의 인도에 우리 자신을 내맡기는 삶은 아직 완전히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특히 성령의 감도로 쓰여진 성경 말씀을 자주 가정 안에서 함께 읽고 성경에서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바가 무언지, 하느님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바가 무언지 함께 고민하고, 함께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이때 우리가 성경을 집어 읽도록 이끌어주시고, 생각하도록 해 주시고, 성경 말씀대로 살도록 이끌어 주시는 분은 바로 성령이시라는 사실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평화를 위해 성령의 인도를 받아 성경 말씀을 가정 안에서 자주 읽으시고, 그 말씀대로 살아가시길 권합니다.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 그러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그에게 가서 그와 함께 살 것이다”(요한 1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