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 때 잘해

요한 21, 1-19

   유행가 가운데 ‘있을때 잘해’ 라는 제목을 가진 노래가 있습니다. 미사에 참석하신 모든 분들 가운데 이 노래를 아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제가 이 자리에서 이 노래를 불러 드리고 싶지만 미사 시간이 지체되고 더욱이 저의 노래 실력이 부족하여 그냥 노랫말로 앞부분만 들려드리겠습니다. “있을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있을때 잘해 흔들리지 말고, 가까이 있을때 붙잡지 그랬어, 있을때 잘해 그러니까 잘해.” 짧은 가사이지만 들으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공감한 부분은 있으신가요?

  이 가사가 의미하는 것처럼 우리는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이 맡은 바를 다하고자 합니다. 허나 그러지 못한 우리 자신을 발견했을 때 후회하곤 합니다. 또한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특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소홀할 때가 있습니다. 매순간 상대방에게 잘해 주어야겠다고 마음을 다지지만 막상 잘해준다고 해도 뒤돌아서면 혹은 상대방이 자신의 곁을 떠나가면 후회하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도 있습니다. 그때마다 가슴을 치며 ‘있을 때 잘할 걸’ 하며 뒤늦은 후회를 합니다. 그러면서 우리의 마음속까지 훤히 들여다보시는 주님 앞에 지난날의 부끄러운 자신을 반성하고 ‘다음부터는 잘해야지’ 하고 이를 다짐하며 앞을 향해 나아갑니다.

  오늘 복음에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호숫가에서 세 번째로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습니다.

  제자들은 과거 본연의 일이었던 고기잡이를 하러 밤새 배를 타며 물고기를 잡으려고 했으나 아무것도 잡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새벽에 물가에 서 계신 예수님의 한 마디로 그들은 끌어올릴 수 없을 만큼 물고기를 많이 건졌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건져 올린 생선 몇 마리를 숯불에 구운 후에 구운 생선과 자신이 준비한 빵을 제자들에게 나누어주십니다. 식사가 끝난 뒤 예수님께서는 시몬 베드로에게 ‘나를 사랑합니까?’ 하며 세 번이나 거듭된 질문을 하시고 이에 베드로는 ‘자신이 주님을 사랑하는지 주님이 잘 아신다’고 대답합니다.

  무엇보다도 예수님의 세 번째 질문은 베드로의 마음속까지 꿰뚫어 보시는 질문이었습니다. 베드로가 진심으로 당신을 사랑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었던 것입니다. 이에 베드로는 세 번이나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인한 경험이 있었기에 이를 걱정하며 ‘주님, 모든 것을 주님은 아십니다.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알고 계십니다.’ 라고 응답합니다. 그때의 베드로의 심정은 너무나 부끄러워 쥐구멍이라도 숨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베드로의 대답 안에는 자신의 모든 것을 주님께 의탁한다는 겸손한 의미가 담겨져 있습니다. 곧 나약하고 부끄러운 자신의 모습을 떨쳐버리고 이제는 마음 속 깊이 주님을 향한 믿음과 사랑만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또한 언제 어디서나 하느님을 증거할 수 있는 모습도 지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순교하기까지 확신을 가지고 하느님 나라를 위해 헌신하였던 것입니다.

  이런 베드로의 세 번째 대답은 우리에게 작은 여운을 남겨주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일상 안에서 그분을 증거하며 살아가는 신앙인들의 마음가짐을 일깨워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먼저 자기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새로운 마음을 가지게 합니다. 우리 자신은 나약한 존재이기에 실수도 하고 잘못을 저지르곤 합니다. 때에 따라 실수 아닌 실수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수나 잘못에 대해서 반성이 필요합니다. 반성이 없는 과오는 오히려 더 큰 과오를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다른 이에게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때문에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는 것은 나 자신과 이웃과의 화해를 위한 것입니다. 더 나아가 우리의 마음을 정화하게 하여 개방적이고 이웃과 공존하게 하는 마음을 지니게 합니다.

  두 번째로 내 곁에 있는 가족이나 친척·친지, 친구·동료, 그리고 이웃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게 합니다. 우리는 가까이 있는 사람일수록 관계에 대해 소홀할 때가 있습니다. 더욱이 내 곁에 머무르는 사람은 당연히 있는 것으로 여겨 상대방에 대한 정성이 부족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방과 친밀한 관계일수록 관심과 애정이 더 필요합니다.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서로를 돈독하게 하고 사랑을 더욱 키워나가게 합니다. 물론 타인의 배려심도 커지게 마련입니다. 만약 이를 무시하고 지내게 된다면 내 곁에 누군가가 없어졌을 때 돌이킬 수 없는 후회만 남습니다.

  또 다른 여운은 일보다는 사람이 먼저라는 것을 인식하게 해줍니다. 많은 경우 만남은 주로 일을 통해 이루어지게 됩니다. 일로 인해 이루어진 만남은 그 횟수가 잦을 수도 있는데 그로 인해 사람보다는 일을 우선시로 여기게 됩니다. 우리는 사람이 일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사람을 더욱 중요하게 여길 때 그 사람의 마음을 얻게 되는 상급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신앙인들을 일깨워주는 여운의 나머지 하나는 상대방에게 상처가 되는 말은 삼가하고 오히려 공감하고 용기를 줄 수 있는 따뜻한 말을 사용하게 합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우리네 속담처럼 말은 그만큼 타인을 힘들게 하고 어렵게 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역경에서 딛고 일어나도록 격려가 되는 큰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는 나 자신뿐 아니라 모든 이에게 용기가 되어주는 사랑입니다. 그 사랑의 실천은 자신이 자리하고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이루어집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을 모른다고 세 번 부인하였지만 이제는 누구보다도 마음속 깊이 그분을 사랑한다고 예수님께 고백합니다. 우리 역시 예수님께 의탁하며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사랑을 고백합시다. 모든 것은 주님이 알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주님, 모든 것을 주님은 아십니다.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알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