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금요일

(2010년 4월2일)

  교회가 일 년 중 공적으로 성사를 거행하지 않는 날은 오늘, 성 금요일과 내일, 성 토요일입니다. 특히 교회는 오늘 성대한 전례를 거행함으로써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도록 인도합니다. 그러나 사실 주님의 수난과 죽음은 그분의 부활과 분리할 수 없는 관계에 있기에“복된 수난”이라는 전례적 표현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요한복음서(요한 18,1-19,42)의 수난사를 들었습니다. 이 복음서는 하느님의 아들이신 말씀이 강생하여 사람이 되셨고, 그 말씀은 땅에서 하느님의 일을 성취하고 다시 하느님에게로 돌아가셨음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오늘 강론은 복음의 말씀이 무엇을 함축하고 있는지 함께 보고자 합니다.

1. 누구를 찾느냐? (요한 18,4)

  최후만찬 후에 예수님께서는 당신 제자들과 함께 키드론 골짜기 건너편에 있는 겟세마니 동산으로 가셨습니다. 그때 유다가 등불과 햇불과 무기를 든 군대와 성전 경비병들을 데리고 그분께로 왔습니다. 다른 공관복음에서는 그들이 칼과 몽둥이를 들고 그분께로 다가왔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이미 당신에게 일어날 일들을 아시었다고 복음서는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이러한 위험하고 다급한 상황 속에서도 뒤로 물러나거나 도망감이 없이 오히려 아버지의 뜻을 직시하였고 또한 그 뜻에 순명하고자 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분은 그들이 왔을 때 앞으로 나서시며 그들에게 물었습니다. 누구를 찾느냐? 유다나 유대인들은 그리스도를 잡아 죽이기 위해서 그분을 찾고 그분께로 나아왔습니다. 그러나 오늘 지금 우리는 누구를 찾고 있습니까? 만약 우리가 그들과 같이 아직도 완고한 마음과 죄악에 빠져 있다면, 그분을 알아 볼 수도 없고 우리 역시 그들 무리에 섞여 있는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그분을 온전히 따르기 위해서 그분께로 나아와야 합니다. 이러한 순수한 동기가 우리를 구원에로 인도합니다. 왜냐하면 그분은 바로 우리의 구원자이시기 때문입니다.

2. 나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왔다! (요한 18,37)

  진리가 무엇이냐? 이것은 로마의 총독 빌라도가 예수님께 반문하였던 질문입니다. 그러나 이 질문은 인류 역사 안에서 인간이 끊임없이 물어왔던 질문입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참된 진리에 도달할 때에야 비로소 인생의 진정한 의미와 이유를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진리란 수시로 변하거나 일시적인 것이 아닌 영원히 변하지 않는 절대적이고 불변적인 진리를 말합니다. 예수님은 바로 이 진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요한 14,6). 예수님은 생명에로 이르는 구원의 진리에 대해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분은 진리이신 하느님 아버지를 증언하기 위해 세상에 태어났으며, 세상에 오셨습니다(요한 18,37). 그러므로 누구든지 구원의 진리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믿고 따르면 영적 자유와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됩니다.

3. 다 이루어졌다! (요한 19,30)

  예수님은 이미 모든 일이 다 이루어졌음을 아시고 “목마르다!”(요한 19,28)고 하셨습니다. “목마르다!”라는 표현은 다른 공관 복음에는 나오지 않지만, 이미 구약의 시편에 보면 다음과 같이 암시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저에게 음식으로 독을 주고 목말라할 때 초를 마시게 하였습니다”(69, 22)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신포도주를 듬뿍 적셔 그분께 드렸다고 합니다. 이로써 시편의 말씀이 예수님에 의해 직접 실현되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이제 그분은 마지막으로 “다 이루어졌다!”라고 말씀하신 후에 고개를 숙이시고 숨 혹은 영을 넘겨주었다고 합니다. 이것은 그분께서 아버지에게로부터 와서 아버지께로부터 받은 사명을 철저히 완수하시고 다시 아버지께로 돌아가심을 알리는 장엄한 선언이기도 합니다. 그분은 진실로 충실히 자신의 길을 가셨으며 다시 아버지에게로 돌아가셨습니다.

  다 이루어졌다! 사실 이 말은 아무나 할 수 있는 말은 아닌 듯합니다. 삶을 충실히 그리고 열심히 살아온 자만이 마지막 순간에 할 수 있는 축약적인 한 마디입니다. 때가되면 우리 역시 우리가 사랑하고 애착했던 모든 것을 뒤로하고 이 세상을 떠나야 합니다. 그때 우리는 그 마지막 순간에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엉망으로 살았다! 아니면 대충 살았다! 이러한 말들보다는 주님이 마지막으로 하신 이 말씀이 더 의미있고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 다 이루어졌다!

  오늘 성 금요일 전례를 거행하면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우리를 위한 사랑 때문에 손수 고난과 십자가의 고통을 받아들이신 주님의 수난 신비를 깊이 묵상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