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주일

(2010년 1월 24일-다)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였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언젠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인생에는 두 가지 삶 밖에 없다. 한 가지는 기적 같은 건 없다고 믿는 삶과 또 한 가지는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믿는 삶이다.” 위의 2가지 삶은 인생을 대하는 자세와 또한 그 결과도 180도 다릅니다. 사실 일상 안에서 눈을 뜨면 모든 것이 기적 아닌 것이 없습니다.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이나, 볼 수 있다는 것, 걸을 수 있다는 것, 말할 수 있다는 것,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다는 것, 이 모든 것이 기적입니다. 어찌 보면 우리 그리스도인이란 일상 안에서 진실로 하느님이 이루시는 이러한 기적들을 매일 매순간 체험하고 살아가는 자들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기적은 말할 것도 없이 주님으로부터 오게 됩니다. 오늘 복음은 어떻게 예수님께서 우리의 일상 안으로 들어오셔서 놀라운 기적을 선포하시는지를 알려 주고 있습니다.

1.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루카 4,18)

  영이나 혼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매우 중요합니다. 영이나 혼이 없는 존재는 빈껍데기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어떠한 영, 어떠한 혼을 가지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180도 달라집니다. 세상이나 사탄의 영을 갖게 되면 그 존재는 세속적인 존재로 타락하고 변질됩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영, 주님의 영을 받게 되면 그 존재는 초자연적인 존재로 변모됩니다. 우리의 스승이신 예수님은 언제나 참된 영인 성령 안에서 살다 가셨습니다. 그분이 세례를 받으실 때 성령께서는 친히 비둘기 같은 형체로 그분 위에 내렸습니다. 그리고 광야에서 사탄의 유혹을 받으실 때, 그분은 성령으로 가득 차 있었고 성령의 인도로 광야로 가시어 성령과 함께 사탄을 물리치셨습니다. 그리고 갈릴래아에서의 첫 전도 여행에서도 역시 성령의 힘을 지니고 여러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을 선포하셨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영성생활이나 수도생활을 해 나가면서 올바른 영을 받고 그 영 안에서 살아가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그리스도인으로서 주님의 영이 아니라 세상이나 사탄의 영을 갖고 산다면 그는 곧 여러 위험들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처럼 언제나 성령 안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그때 안전하게 그분께 나아갈 수도 있고 또한 세상 사람들에게 참된 기쁜 소식도 전해 줄 수가 있습니다.

2.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루카 4,19)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이 자라신 나자렛의 한 회당에 들어가시어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십니다. 그 당시에 유대인 남자는 누구나 공적인 예배 장소인 회당에서 성경을 봉독하고 해석할 수 있었는데, 예수님 역시 유대인으로서 당연히 말씀을 낭독하고 해석할 권리가 있었음을 루카 복음 4,16은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분이 회당에서 성경을 봉독하시기 위해 일어서시자 곧 그에게 이사야서의 두루마기가 주어졌다고 합니다. 그분은 특별히 이사야서의 61,1-2의 말씀을 찾아서 선포하셨습니다. 이 점에 있어서 대부분의 학자들은 그 당시 예수님께서는 히브리어로 이사야서를 읽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는데, 실제로 루카는 이사야 예언서 말씀을 히브리어 본문과 부분적으로 차이가 있는 그리스어 번역을 따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히브리어 본문에 있는 “마음이 부서진 이들을 싸매어 주고”라는 내용이 루카에는 없는 반면에 히브리 본문에 없는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라는 내용이 루카에는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전체적인 내용은 가난한 이들, 잡힌 이들, 눈먼 이들, 그리고 억압받는 이들에게 해방과 자유 그리고 빛을 가져오게 한다는 기쁜 소식입니다. 기쁜 소식인 복음은 이렇듯 소외되고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선포됩니다. 이것은 가난하고 눈멀고 포로가 되고, 그리고 압제당하는 사람들에게(4:18-19) 자유와 해방 그리고 생명과 구원을 가져다주는 메시야 시대가 이미 시작되었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3.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 (루카 4,21)

  그분이 말씀을 선포하신 후에 자리에 앉으시자 사람들의 모든 시선이 주님께로 모아졌습니다. 그때 주님께서는 천천히 군중을 둘러보신 후에 결정적인 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루카 4,21). 지나간 어제나, 혹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가 아니라 구체적인 오늘 지금 이 순간 그리고 여기를 가리킵니다. 이렇듯 예수님은 그 옛날 예언자가 예언한 말씀을 당신이 사시는 “지금, 여기”에로 그 말씀을 가져오셨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그 옛날의 주님의 말씀을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여기”에로 끊임없이 가져와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말씀의 현재화, 강생화, 내면화, 인격화입니다. 이 때 말씀은 더 이상 옛날의 죽은 문자로 남아 있지 않고, “지금, 여기”에서 우리 각자에게 선포되는 살아 있는 주님의 말씀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즉 주님의 은혜로운 시간들과 은혜로운 날들과 그리고 은혜로운 해가 우리 가운데 선포되고 실현되게 됩니다. 사실 그리스도인들이란 매일 매일 이러한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자들입니다. 특별히 수도 전통은 말씀을 내면화하는데 있어 하나의 구체적이고 단순한 방법을 전해 주었는데 그것이 바로 오랜 수도 전통 안에서 전해져 온 렉시오 디비나, 즉 성독 수행입니다.

  주님은 우리로 하여금 매일 매순간 은총의 해를 선포하기를 바라십니다.

  우리가 매일의 충실한 말씀 수행을 통해서 그분께 귀를 기울이고 그분을 향할 때,

  일상 안에서 그분을 발견하게 되고 일상의 모든 것들이 바로 당신께서 이루어 놓으시는 기적임을, 은총의 순간들임을 깊이 깨닫게 됩니다. 일상 안에서 끊임없는 말씀수행은 우리로 하여금 어떻게 날마다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려 줍니다.

  부족한 우리들이 주님이 이루어 놓으신 놀라운 기적들에 눈을 뜨고 우리 각자가 받은 소명의 길에 충실히 나아갈 수 있도록 이 미사 중에 주님의 자비를 청합시다.

- 아 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