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강론

                                                                                                     - 이 아타나시오 부제

제1독서 : 탈출 24,3-8 제2독서 : 히브 9,11-15 복음 : 마르 14,12-16.22-26

무엇하러 오셨습니까? 여기 앉아계신 형제 수사님들은, 또 여기 앉아계신 신자 여러분은 도대체 무엇을 기대하고 이 미사에 참여하셨습니까?

한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사람이 무엇을 위하여 세상에 났습니까?”

이에 대한 가장 모범적인 답안은, “사람이 천주를 알아 공경하고 자기 영혼을 구하기 위하여 세상에 났느니라”는 대답이라고 합니다. 이는 1957년도에 발행되었던 윤형중 신부의 상해 천주교 요리 상권 제일 처음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하더라도 교리시간의 첫 가르침은 이처럼 ‘개인의 구원’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구원’, 우리 베네딕도회에서 하는 표현으로 하자면 ‘하느님을 찾음’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 이는 분명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삶의 최후 목표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동안은 ‘구원’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제사로 이루어진 ‘우리 구원’, ‘우리 모두의 구원’이라는 사실을 간과해 오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나의 구원’, ‘내 영혼의 구원’에만 너무 신경을 썼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가 성대하게 축제를 거행하는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은 이러한 우리의 관심사가 하느님의 관심사와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줍니다. 우리가 매일 혹은 매주일 미사 때에 먹고 마시는 빵과 포도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는 단지 ‘나만’을 위해 주어지는 주님의 몸과 피가 아닙니다. 물론 하느님 보시기에 세상에서 더없이 소중한 나를 위해 주어지는 주님의 몸과 피이지만, 오직 나 혼자만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2000년 전에 예루살렘에서 예수님께서 그러셨고, 지금도 매 순간 전 세계 곳곳에서 사제의 입을 통하여 주어지는 예수님의 말씀,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줄 내 몸이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셔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죄를 사하여 주려고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는 말씀은 우리 모두를 향해 울려퍼지는 말씀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수난 전날 저녁에 제자들과 함께 하신 최후의 만찬이라고도 하는 해방절 식사와 곧이어 이루신 십자가상 희생 제사. 우리는 이 식사와 제사라는 성체성사의 두 측면에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바로 오늘, 이 자리에서 거행하는 미사로 참여하게 됩니다. 시간과 공간으로 한정할 수 없는 영원하신 하느님의 업적에 빵을 떼어 먹고 포도주를 마시는 우리의 행위는, 야훼 하느님과 계약을 맺고서 그분을 뵈오며 먹고 마셨던(탈출 24,11) 이스라엘 사람들과 함께 우리 모두는 그리스도께서 주관하시는 최후 만찬에 동참합니다. 또 시간과 공간으로 한정할 수 없는 영원하신 하느님의 업적에 사제의 손으로 바치고 우리 모두가 참여하는 이 피흘림이 없는 제사는, 염소와 송아지의 피로 일시적이나마 거룩하게 되었던 이스라엘 사람들과 함께 단 한 번 영원한 구원을 이루신 주님의 피흘림이 있는 십자가상 희생제사와 하나의 제사를 이룹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고 그리스도의 식탁과 희생제사 안에서 오히려 한 분 그리스도의 지체가 되어가고 있는 우리는 우리뿐만 아니라, 그리스도를 본받아 우리와 모든 이를 위하여 서로에게 먹혀주는 빵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어렸을 때 첫영성체를 준비하면서나, 혹은 커서 세례를 준비하면서, 성체는 거룩한 것이기 때문에 씹지 말고 살살 녹여서 모셔야 한다는 선입관을 배우기도 합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진정한 빵의 형상으로 오셨습니다. 그분은 우리들에게 씹히고 부서지심으로써 오히려 우리 안에서 우리를 살리는 양분이 되십니다. 우리도 이처럼 진정한 섬김으로 같은 몸과 피를 나누는 형제들에게 빵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구원은 나만의 감정적인 상태에 달려있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빵을 먹는 형제들과 친교를 이루고, 심지어는 믿지 않는 모든 이들과도 봉사와 섬김으로 하나 되어, 사람의 중심에 서계신 그리스도께 나아가는 것이 바로 구원으로 나아가는 길입니다. 구원을 이루는 사랑은 하느님 사랑과 동시에 형제 사랑이 반드시 함께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요즈음 미사 전후에 성체를 모시고 다니고 있습니다. 처음에 참 적응이 되질 않았고, 지금도 상당히 어색한 것은, 나이가 지긋하신 선배 수사님들일수록 성체가 지나갈 때면, 가시던 길을 멈추시고 절을 하시는 것입니다. 성체를 모시고 가는 상황이라 길을 양보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도 못드리고 지나치는 것이 우쭐해 하는 것 같아 항상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제가 예수님을 모시고 다니는 탈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차가 아무리 고급이라 하더라도 그 안에 타고 있는 사람이 높으신 분이 아니라면, 요즘엔 사장님 소리도 못 듣습니다. 왜냐하면 요즘엔 보다 손쉽게 고급 차를 구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현대에는 차종보다는 차 주인이 그 차의 가치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미사 후에 직접 성체를 모시고 가는 저뿐만 아니라, 성체를 받아 모시고 가는 우리 모두는 바로 지극히 높으신 주님을 모시고 가는 고급 승용차입니다. 누가 더 낫고 못하고 하는 것은 없습니다. 각자가 더없이 소중한 주님의 운반자로 살면서, 동시에 주님을 모시고 다 같이 하느님께 나아가도록 합시다. 하느님을 찾는 우리의 구원은, 주님을 모신 형제자매들이 다함께 나아가는 데에 달려있습니다.

다시 여쭙겠습니다. “무엇하러 오셨습니까? 성체를 받아모시고 단지 ‘내가’ 구원받기 위하여 오셨습니까, 아니면 성체를 받아모시고 그 힘으로 ‘함께’ 하느님을 찾기 위해 오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