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3주일 강론>

미사 전

여러분 한분 한분은 참으로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 여러분 한분 한분을 우리가 서로에게 생각하는 것 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십니다.

우리 안에는 주님께서 살아계시고 우리는 그분이 머무시는 성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 중대한 사실을 자꾸 까먹고

내 안에 있는 주님보다는 나를 만족시키기 위해 이리저리 허둥대며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시고

주님께서 오늘 채찍을 들고 우리를 찾아 오셨습니다.

“너의 마음을 본래의 마음으로 되돌려라! 욕심과 이기심을 치워버리고 사랑과 용서의 마음을 담으라”고 말씀하십니다.

주님께서 지금 이 미사를 통해 우리 마음을 정화시키시려고 우리 안에 들어오시고자 합니다.

나의 굳은 마음, 나의 옹졸한 마음, 나의 지저분한 그 마음을 있는 그대로 주님 앞에 내어 드리며 주님의 자비를 청하도록 합시다.

제 마음에서 이것들을 치워주소서.

1. 내 마음 청소하기

가만히 눈을 감고 주님의 성전이 내 안에 치워야 할 것들을 생각해 보십시오.

주님께서 지금 내 마음 안에 들어오시면 가장 먼저 무엇을 향해 채찍질을 가할 것 같습니까?

2.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는 우리 마음

수도원에서 수련자들은 주로 오전에는 공부를 하고 오후에는 빨래, 청소, 설거지, 원내 농장 일 등 단순한 육체노동들을 많이 합니다.

단순한 육체노동은 우리 정신을 맑게 해 줍니다.

그 가운데 제가 참 좋아했던 것 중에 하나는 원내 청소였습니다.

혼자서 수도원 구석구석을 청소하다 보면 참 마음이 편안해지고 깨끗해지는 느낌을 받곤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때때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언짢은 일이 생길 때는 목욕실에 가서 양말과 속옷을 손으로 빨래를 하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곤 합니다.

그런데, 청소나 빨래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끝이 없다는 것입니다.

치워도 치워도 먼지는 어디서 오는지, 빨아도 빨아도 때는 묻게 마련인 듯 합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 마음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치워도 치워도, 비우고 비워도 계속해서 우리 안에 쌓이는 욕망과 욕심, 죄와 잘못들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안에 자리 잡게 되는 듯합니다.

수련을 받을 때 나름대로는 복잡하고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땐 참 단순하고 순수했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좀 더 세월이 지나면서 일과 사람들, 그리고 나 자신의 내면 안에 쌓인 먼지들을 날마다 치워내고 정화하다 보면

어느 틈엔가 모르게 우리 마음이 주님의 아름다운 성전이 되어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 보지만,

때때로 지금 보다 더 더러워지지는 말아야지 하는 생각마저도 듭니다.

그런데 우리가 치우고 비우는 것은 사실 아무 것도 아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며 무엇인가는 찾으며 노력하다가

환한 빛이 비치면 더듬거리며 지내던 나의 노력이 그 빛 앞에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어 버리듯이,

그렇게 주님께서 우리 곁에 오시면 우리의 마음은 그분의 은총으로 새롭게 변화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습니다.

문제는 빛이 와도 그것이 참된 빛인지 모른채, 우리의 눈을 감고 있는 우리가 되지는 말아야 할 것입니다.

마음이 닫혀 눈마저 멀어진 사람들을 우리는 많이 보게 됩니다.

3. 본래의 모습 - 내 안에 있는 하느님의 모습 찾기

본래 성전의 기원은 모세와 야훼하느님과의 만남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래서 성전은 하느님과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장소였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훗날 하느님을 그 안에 가두어 버렸습니다.

예수님께서 이제 구약의 성전을 뛰어 넘어 당신 자신이 하느님께서 거하시는 성전이 되셨습니다.

어떻게? 그분이 바로 하느님이시니까요!!

그리고 그 몸을 받아 먹고 그 피를 마시는 우리도 하느님께서 거하시는 성전이 되게 하셨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머리하여 한 지체를 이루고 있는 주님의 몸인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 안에, 그리고 너 안에서 우리는 하느님을 만날 수 있게 되었고,

우리 모두가 하느님을 참되게 드러내는 성전이 될 때, 그것이 바로 하느님 나라인 것입니다.

본래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우리가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재창조되어

이 세상에 살면서 하느님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워 영원히 그분과 일치하여 사는 것이 우리 삶의 목적입니다.

그것이 바로 자기 초월입니다.

4. 자기 초월 - 우리 인생도 결국 하느님과 일치하기 위한 삶이다.

내가 살고 싶은 삶(본능의 삶) - 하느님께서 살기를 원하는 삶(영적인 삶)

- 사랑의 삶, 섬김의 삶, 나눔의 삶, 비움의 삶, 맡김의 삶 : 단순한 삶

5. 그리스도인답게 살것.....매일 매일 정화의 삶

하느님의 집에서 하느님과 하나되어 참된 행복을 누리며 살기 위해서는

매일 매일 우리 자신을 정화하며 비우는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는 약하디 약하기에, 우리 안에 욕심과 욕망이 끊임없이 우릴 찾아옵니다.

그래서 대충 다짐하거나 생각만 가다듬을 것이 아니라,

오늘 성전을 정화하기 위해 채찍질을 하는 예수님처럼 그렇게

단호하고 열정적으로 우리 마음 밭을 일구어 가야 합니다.

한번 했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계속해서 어느 틈엔가 모르게 잡초들이 자라납니다.

하나 둘 자라날 때는 금방 눈에 띠어 쉽게 뽑을 수 있지만, 무성한 숲이 되었을 때는 본인도 감당을 하기 힘들어집니다.

그때에는 하느님의 은총과 다른 사람의 도움이 더욱 절실하게 필요하게 됩니다.

기억합시다. 우리의 영적 삶의 여정은 아래의 세 단어의 반복입니다.

정화 - 조명 - 일치

날마다 우리 자신을 치워 내고, 주님의 빛을 기다리며 기도하며 살아갈 때,

내 안에 계신 주님께서 더욱 빛나 보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