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6주일 미사]

“내가 하고자 하니......”

- 주님의 권능과 나의 의지 -

미사 전

오늘 독서와 복음은 한센병, 즉 나병과 관련된 담론들을 우리에게 전해 주면서 예수님의 권능과 아프고 상처받은 이들을 가엾이 여기시는 예수님의 사랑의 마음을 우리에게 전해 주십니다. 주님께서는 하시고자 하시면 못하시는 일이 없으신 분이십니다. 우리 역시 주님의 능력을 믿고 그분께서 하실 수 있도록 온전히 의탁한 나병환자의 믿음과 간절한 마음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나병환자처럼 살이 문드러질 정도의 심한 마음의 상처를 입고 공동체와 격리되어 홀로 살아가는 오늘날의 많은 현대인들이 예수님을 통해 치유 받아 공동체 안에서 마음의 평화와 기쁨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도록 이 미사 중에 함께 기도합시다.

강론

우리는 살다보면 ‘마음먹기’에 따라 참 상황이 달라짐을 자주 체험하게 됩니다. 절망 속에서도 어떻게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오히려 새로운 시작을 위한 도약이 되기도 합니다. 같은 사람도 내가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선한 사람이 되기도 하고, 악한 사람이 되기도 하니 참 신기합니다. 우리 가운데 대부분 평소에는 좋은 마음을 먹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고통스런 순간이 찾아오거나, 내 뜻과 다른 사람이나 사건이 마주 올 때는 사람마다 다르게 반응합니다. 몹시 화를 내고 분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관계를 단절하고 말을 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분노를 느끼지만 다른 방법으로 그것을 풀어가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자신을 잘 다스려 나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기 자신에 얽매여 끊임없이 부정적인 생각을 하며 희망을 놓아 버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우리의 삶을 보면서 어쩌면 도를 닦는다는 것도 결국은 내 마음을 다스려 더 넓혀 나가고 내적인 평정심을 찾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특별히 우리 수도자들은 예수님의 마음을 닮아가며, 내 마음에 그분께서 임하셔서 그분의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두 종류의 마음을 만나게 됩니다. 먼저 나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의 마음입니다. 살이 문드러지고 떨어져 나가는 고통과 함께 이들에게 더욱 힘겨운 고통은 공동체와의 격리입니다. 스스로도, 공동체에서도 저주받은 사람으로 치부되며 살아가던 한 나병환자가 예수님께서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그분께서 자신을 치유할 수 있다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그분께 치유 받고자 마음을 먹습니다. 그리고 그분 앞에 무릎을 꿇고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라고 고백하며 예수님께서 치유하실 마음을 먹도록 간청을 합니다. 그가 예수님의 능력을 믿지 않고 그리고 그분께로 다가가기로 마음을 먹지 않았다면, 그는 깨끗해지지 못했을 것입니다.

두 번째로 우리가 오늘 복음에서 만나는 마음을 예수님의 마음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나병환자의 낫고자 하는 그 간절한 마음에 대해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고 전해 줍니다. 그리고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라고 치유를 위한 말씀만이 하신 것이 아니라, 그 환자에게 손을 내밀어 만져주십니다. 그분의 사랑의 마음이 행동과 말씀으로 이어져 치유의 기적을 낳게 됩니다.

나병환자의 치유에 대한 간절한 열망과 굳센 믿음이 예수님의 사랑과 자비의 마음과 만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한 것입니다.

사실 오늘날에는 점점 눈에 보이는 나병환자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갈수록 마음이 문드러지고 떨어져 나가는 “마음의 나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듯합니다. 이들은 스스로 고립되기도 하고, 공동체로부터 분리되어 홀로 지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마음이 문드러져 홀로 버려진 체험은 누구나 살면서 크게 혹은 작게 하게 마련인 듯합니다. 오늘 복음의 나병환자처럼 스스로 낫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사라지고 자포자기한다거나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되면 이것이 바로 ‘마음의 나병(정신병)’에 걸린 것입니다.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오늘 복음에서의 나환자처럼 낫고자 하는 의지와 주님께 의탁하는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찾아오는 이를 외면하지 않으시고, 애원하는 이에게 그 청을 들어 주시는 주님께서 겸손한 마음으로 자신을 낮추고 새롭게 태어어 나고자 하는 우리를 외면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역시 예수님처럼 그렇게 용기를 내어 찾아오는 가까이 하기 힘든 형제들에게 손을 내밀어 어루만져 주며 감싸 안을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오늘 제2독서에서 말하는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길이요, 그리스도를 본받는 일일 것입니다.

“주님 저희가 하고자 하오니 저희의 갈라지고 상처 난 문드러진 마음을 깨끗하게 하시고, 당신과 같은 자비로운 마음을 주소서. 아멘”